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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리스트 Sep 19. 2019

그녀의 그는 돌아왔을까.

공사장 끝에 -이시영

공사장 끝에

                                   이시영

"지금 부숴 버릴까?"

"안 돼, 오늘 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

"안 돼, 오늘 밤은 오늘 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소장이 알면...... ."

"그래도 안 돼...... ."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 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아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1960년대 경제 개발로 이농 현상이 시작되었다. 매년 50~70만의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었다. 그들은 하천변, 산비탈, 공유지에 천막집, 움집, 판자집, 하꼬방, 루핑집(아스팔트 찌꺼기로 코팅을 한 두꺼운 종이로 지붕을 만들어 얹은 집) 등의 무허가 집을 짓고 정착했다. 1960년대 말 정부는 도심의 불량 주택을 제거하고 거주하던 빈민을 도시 외곽으로 추방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구역의 철거는 막바지. 산비탈의 경사면을 따라 시작된 철거와 추방은 능선에 다다랐다. 소장의 질책과 철거민의 저항 사이에서, 하루의 품삯과 인간적 연민 사이에서 노동자들은 품삯을 선택했으나 연민을 버리지는 못했다. 그녀의 삶과 그들의 삶이 닮았음으로.

지금 밀고 들어 간다면 달빛조차 없는 그믐에 낡은 곤로와 헌 이불, 철 지난 옷가지와 어린것들을 어떻게 추스르며 공사판에서 어떻게 길을 찾아 내려갈까. 내려간다고 한들 머물 곳이 있을까. 여자 혼자임로. 오늘 밤만은.


인부들의 채근과 강압을 그녀는 그럭저럭 버텼왔으나 내일 혹은 모레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칫 어린것들의 발처럼 덮어 주고 있는 이 불빛이 새어 나가면 지금 당장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가 차마 불빛을 꺼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떠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핑 지붕의 콜타르가 녹아 슬픈 무늬를 그린 벽에 기대어 그녀는 부유한 집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인형의 눈을 붙이고 있다. 오늘 밤 안으로 이 인형들의 눈을 모두 붙여야 아이들을 연명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가만히 일어나 앉아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남편이 돌아올지 모른다. 서쪽 바다에서 바람과 파도를 이겨내며 건져 올린 물고기를 팔아 집을 마련해 올지 모른다. 하꼬방이어도 좋고, 루핑집이어도 좋다. 판자벽이어도 좋고, 벽이 없어도 좋다. 그대가 있으면, 당신과 나와 저 아이들이 함께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한 칸만 있으면 된다. 이 불빛 등대 삼아 돌아오시라. 당신 이제 그만 돌아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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