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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리스트 Sep 22. 2019

춘향의 마음을 닮은 집은.

수정가 -박재삼

수정가

                                                                                                                                                          박재삼


집을 치면, 정화수 잔잔한 위에 아침마다 새로 생기는 물방울의 선선한 우물집이었을래. 또한 윤이나는 마루의 그 끝에 평상의, 갈앉은 뜨락의, 물냄새 창창한 그런 집이었을래. 서방님은 바람 같단들 어느 때고 바람은 어려올 따름, 그 옆에 순순한 스러지는 물방울의 찬란한 춘향이 마음이 아니었을래.


하루에 몆 번쯤 푸른 산 언덕들을 눈아래 보았을까나. 그러면 그때마다 일렁여 오는 푸른 그리움에 어울려, 흐느껴 물살 짓는 어깨가 얼마쯤 하였을까나. 진실로, 우리가 받들 산신령은 그 어디 있을까마는 산과 언덕들의 만 리 같은 물살을 굽어보는, 춘향은 바람에 어울린 수정빛 임자가 아니었을까나


만약 춘향을 집에 비유한다면, 정화수에 가을 이슬이 내려앉는 새벽녘의 서늘한 우물집이었을지 몰라. 다시 춘향을 집에 비유한다면 마른 걸레질만으로 윤을 낸 마루가 있고, 뜨락은 정갈하고, 들어서면 청정한 물 냄새가 문득 발을 멈추게 하는 그런 집이었을지 몰라. 서방님을 바람 같다고들 하지만 그 바람은 온화할 뿐. 춘향은 저고리 매듭을 풀며 맥없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정화수 같은 여인이었을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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