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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리스트 Sep 27. 2019

옛집(한옥)을 좋아한 그에 대한 기록-29

신병 신돌삼(2/3)

삼 칸 한옥 1879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가 군대에서 만난 '신병 신돌삼'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있습니다. 삼 칸 한옥 1879와 신병 신돌삼의 부모님 집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신병 신돌삼'과 관련된 사건 중에 '집'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므로......


신병 신돌삼(2/3)


 '신병 신돌삼'은 7사단 신병교육대 498기를 수료하고 그의 부대로 배속되었다. 당분간 더 이상의 신병 배속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부대에 신병이 전입되었다. 전방 GOP(일반전초-휴전선을 경계하는 부대) 주둔 부대는 소대 인원이 꽉 찬 상태가 언제나 지속된다. 소대 혹은 소초 인원이 부족하면 그만큼 더 많은 근무를 서야 하기 때문에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전방 GOP 부대는 소대원의 인원을 최대한 채워서 투입하고 전역을 하는 인원이 생기면 바로 신병을 투입해 준다. 그러나 FEBA(전투지역전단-후방지역)로 부대가 퇴각하게 되면 더 이상 신병 투입은 없다. 전방으로 신병을 보내고 그래도 인원이 남으면 다음에 전방으로 투입될 부대로 신병을 보낸다. 따라서 퇴각 부대에 보낼 신병은 없는 것이다. 그 덕에  FEBA 부대에는 상병이 될 때까지 막내 생활을 하는 인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꼬인 군번'이라고 칭한다. 이 막내 상병들 뒤를 이어서 들어오는 이병은 '풀린 군번'이 된다. 그 '꼬인 군번'의 막내 상병들이 제대하면 '풀린 군번'의 이등병은 상병이 되기도 전에 부대 내 최고참이 되기 때문이다. 그가 소속된 부대는 이미 FEBA로 퇴각한 부대인데 특별하게도 신병이 배속되었다.


중대 본부에 신병이 왔다는 소문을 막 들었을 때 그는 문득 ' 신병이 사단장 친구의 사돈의 조카쯤 되는 인물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신병 신돌삼'이 소대 내무반의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그는 순식간에 깨달았다. '신병 신돌삼은 긴장감이 감도는 전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매우 소중히 다뤄야 할 고문관(고문관-군대에서 적응 못하거나 엉뚱한 면이 있는 병사를 말하며 각족 훈련이나 작업에서 열외 되기도 한다. 어리바리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에게 어이없는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나 실수로 모두를 힘들게 함. 고문관 증상은 이등병 때 가장 많이 발생됨-브런치 군대 가기 싫어요)' 이라는 것을.

'신병 신돌삼'이 행보관과 함께 내부반에 들어섰을 때 그는 '가요 톱 10'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제 곧 그가 좋아하는 삼 인조 걸그룹 '디바'가 나올 차례라 잔뜩 기다리고 있을 때 신병이 들어왔다. 그는 발끝부터 천천히 신병을 훑어보았다. 전투화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닦은 지 오래된 전투화였다. 전투복 하의의 무릎이 배불러 있었고 여기저기 가개전투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바지의 버클은 중앙을 벗어나 바지 왼쪽 주머니쯤에 있었고 그 덕에 바지 또한 비스듬히 그의 몸에 걸쳐 있었다. 바지가 고생이었다. 전투복 상의가 작아 상의가 하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둥그런 그의 배도 마저 가리지 못했다. 무성한 털들사이로 올챙이 배꼽이 보였다. 다만 작대기 하나가 똘방지게 그의 왼쪽 가슴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목이 짧아 힘이 좋아 보였다. 얼굴은 아저씨였다. 그냥 아저씨였다. 입술은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의 조강지처 '고은애' 여사를 닮았다. 입술을 썰면 한 소쿠리는 될 것 같았다. 볼에는 수염이 벌써 덥수룩했다. 몸만큼 얼굴도 컸다. 그의 별명이 '대두', 혹은 '한 소쿠리'가 될 것같았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눈이었다. 긴장감도, 두려움도, 기대도, 아쉬움도 없는, 오직 평화만이 자리 잡은 눈빛이었다. 신병답지 않은 온화한 눈빛이었다. 그는 '신병 신돌삼'의 눈을 바라보며 문득 '저 이는 모자라거나 혹은 넘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신병의 눈을 한참 바라본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텔레비전을 봤다. 그때 행보관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삼인조 걸그룹 디바가 먼저 대답해 주었다. '왜불러~ 왜불러~ 나를 부르는 건 누구야~ 다가오지 마 그럴 순 없어~ 날 내버려 둬~'  

행보관은 '앞으로 이 신병..... 이름이 뭐지?'

'네?'

'네?.....관등성명을 대야지 신병.'

'이병 신돌삼'

 '뭐? 찐돌찜?' 행보관은 머리를 내밀어 그의 상의에서 이름을 확인했다

'돌삼이고만.....돌찜이가 아니라,  그래 돌삼이... 돌이 세 개네. 군대에서 배고프다고 돌을 쪄 먹지는 말고.앞으로 돌삼이의 사수는 김 병장이다. 얘는 분대장이 사수를 해야 할 것 같아....여러 가지로 신경 쓸 것이 많겠다.'

그는 '분대장이 신병 사수가 되는 일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행보관은 벌써 내무반을 나갔고 텔레비전에서 디바의 노래가 흘렀다. '다가오지 마~ 그럴 수는 없어~~~' 그는 그렇게 신병 찐돌짬, 아니 이병 신돌삼이를 만났고 돌삼이의 사수가 되었다.


돌삼이는 게을렀다. 그리고 늘 배가 고팠다. 야간 경계 근무를 위해 일어나야 할 때 돌삼이는 늘 그보다 늦게 일어나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다른 부사수들은 총도 꺼내 주고 탄띠와 방탄 헬멧도 챙겨주드만.... 탄약고에서는 총도 들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야한 이야기도 해주드만.....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라면도 끊여주고 담배도 물려주고, 때론 몰래 감추어 두었던 소주도 한 잔 주드만......돌삼이는 잠만 잤다.

돌삼이는 부대에서 가장 많은 밥과 반찬을 먹었다. 중사 계급의 조리 반장은 돌삼이가 식판에 쌓은 밥과 반찬을 허겁지겁 먹을 때면 그의 등뒤로 와서 그의 등을 가볍게 툭툭쳤다. 신병은 PX에 홀로 갈 수 없다는 부대 내 불문율 때문에 그가 가끔 돌삼이를 PX에 데려가야 했다. 돌삼이를 PX에 데려가면 그의 주머니는 언제나 '올인'. 먹어도 그렇게 먹을 수 있을까? 냉동만두와 깐 포도캔 아주 큰. 냉동 치킨과 맛스타, 초코파이와 사이다가 쌍을 이뤄 그의 입속으로 투하되었다. 그는 GOP 생활을 하면서 쓰지 못한 월급과 위험수당을 모두 돌삼이의 입으로 구겨 넣었다. 사수였기 때문에.....

그런데 그는 그런 돌삼이가 싫지 않았다. 그보다 나이가 세 살 많은 신병 신돌삼, 소를 키우다 군대 들어온 신병 신돌삼, 돌삼의 어머니가 마흔 후반의 나이에 낳은 막내아들 신병 신돌삼, 어릴 때 감나무에 떨어진 경험이 있는 신병 신돌삼, 감나무에서 떨어진 이후로 말과 행동이 조금 어눌해진 신병 신돌삼이가 자신보다 세 살 어린 그를 친형처럼 따랐기 때문에. 그리고 평소 조금 모자란 동네 형들을 좋아했던 그의 천성 때문에. 그는 돌삼이가 싫지 않았다. 아니 그냥 잘 보살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부대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GOP 근무를 마치고 전방전투지역전단(FEBA)으로 이동한 부대의 군기와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 세 가지, 권 모 사단장이 만들었다는 그 훈련 세 가지, 이제 적응이 돼서 그럭저럭 버틸만한 훈련 세 가지,  제식 훈련과 구보, FTX(불시 실전형 현장훈련)의 훈련이 돌삼이로 인해 꼬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돌삼이는 훈련소에서 제식 훈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손과 발,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를 잘 구분하지 못했고,' 받들어 총과 내려 총' 자세에 리듬감이 없었다. 목소리도 문제였다. 부대원들은 돌삼이에게 굉장히 많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 돌삼이는 '앞으로 갓' 소리가 들리면 가장 먼저 왼발과 왼손이 동시에 움직이는가?  혹은 오른손과 오른발이 왜 같이 동시에 공중을 향해 솟구치는가? 뒤로 돌 때는 왜 한 박자 늦는 것이며 밥벅는 손은 오른손, 식판을 잡는 손은 왼손, 그래서 만들어진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인가? '좌로 걸어가'를 할 때면 왜 자꾸 옆사람과 부딪치는 것인가? '우로 걸어가'를 할 때는 왜 대열을 이탈해 홀로 지휘자를 향해 가는가? 중대장님이 그토록 좋은 것인가? 차렷 총을 할 때나 총검술을 할 때 모든 부대원들 소총 노리쇠가 동시에 '철컥' 소리를 내는데 왜 돌삼이의 소총은 한 박자 늦게 소리가 나는 것일까? 받들어 총을 할 때 돌삼이의 경례는 왜 '충성'이 아니라 '뚱떵'으로 나오고 그래서 엄중한 제식 훈련 중에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가? 그는 코미디언인가? 군인인가? 목동인가? 무엇보다 그렇게 훈련을 시키는데, 여가 시간에 일병들이 따로 훈련도 시키는데 왜 늘지 않는 것인가? 그는 밤마다 망각의 강인 '레테'를 건너갔다 오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 태어나는 것일까? 돌삼이는 왜 대대장이 사열대에서 제식 훈련을 볼 때마다 더 심하게 틀리는 것인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신읍리 7사단 신병훈련소의 아침 구보는 8KM이고 우리 부대와 불과 2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왜 돌삼이는 이 구보 거리를 채우지 못하고 낙오를 하는 것일까? 밥을 그렇게 많이 먹는데.... 아니 아침밥도 먹지 않고 구보를 하는데...... 늦으면 여고생을 볼 수 없는데..... 구보를 하다가 낙오를 하면 걸어야지 왜 자리에 누워버리는 것일까? 끌고 오지도 못할 몸을 가졌으면서.... 돌삼이로 인해 우리 중대는 왜 중화기 중대에게 아침 구보를 추월당해야 하는가? 그래서 아침도 늦게 먹고, 훈련 준비 시간이 부족해 화장실에서 똥 쌀 시간도 없어야 하는가? 왜 돌삼이는 그렇게 크게 외치는 FTX 비상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왜 코를 골며 잠을 자서 훈련 피로에 수면 부족의 피로를 더해주는 것인가? 왜 군장을 쌀 때 침낭을 배낭 바닥에 깔지 않고 배낭에 그냥 올려놓는 것일까? 침낭도 단단히 묶지 않아 배낭 위에서 풀어져 어둠 속에서 한 마리 구렁이가 되어 연병장을 쓸고 지나가는 것일까?  북청 사자놀이의 사자춤이라도 추려는 것일까? 군대에서의 실탄은 쏘는 것이 아닌 모시는 것인데 왜 탄약고 담 위에 탄박스를 고스란히 올려놓고 방어 거점으로 이동하는 것인가? 왜 하필 대대장이 볼 때 그런 것일까? 그는 왜 우리 대대, 우리 중대, 우리 소대, 우리 분대로 배속된 것일까? 그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군인인가? 목동인가? X맨인가?' 하는 의문을 부대원들은 품었고, 그 의문은 미움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움으로 갈망정 갈굼과 구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돌삼이의 사수가 그였음으로. 분대장이었으므로. 김 병장이었으므로. 김 병장이 돌삼이를 아꼈으므로.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다. 아침 구보는 돌삼에게는 긴 거리였으나 낙오하며 눕지는 않았다. 춘계 진지 공사와 여러 큰 훈련들을 치르며 더 이상 제식 훈련은 하지 않았고, FTX 훈련도 뜸해졌다. 부대원들이 오합지졸의 당나라 군인에서 이제 제법 군인다운 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진급에 눈이 먼 삼군 사관학교 출신의 대대장이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갔기 때문이다. 돌삼이에게도 같은 소대는 아니지만 같은 중대에 후임이 두어 명 더 들어와 중대 막내를 벗어났으나 아직 군인이 되지는 못했다. 여전히 동네 모자란 형이었다. 시간이 약이어서 부대원들은 점점 돌삼이에게 적응을 했고, 어떤 부대원은 돌삼이를 좋아하기까지 했다. 그 또한 여전히 돌삼이를 아꼈고 돌삼이도 그를 따랐다. 그렇게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할 무렵 태풍, '도리'가 왔다.

그 해의 제9호 태풍 '도리'는 30도의 높은 해수면 온도에서 열용량을 공급받고 양호한 상층 환경으로 인해 중심기압 990 HPA을 상회하는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되어 한반도 중부지역, 특히 화천 지역에 엄청난 강수량을 쏟아부은 후에 금강산을 통과해 동해 먼바다에서 온대 저기압으로 변질되어 사라졌다. 그들의 막사가 있는 곳은 남향에 배산임수가 잘 갖추어진 곳이어서 피해가 적었지만 문제는 GOP였다. 화천군 전방은 험준한 산악 지역 위에 철책선이 건설되었다. 탤런트 원빈도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될 정도로 높은 경사도를 자랑하는 철책선이어서 비가 오면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아니나 다를까 태풍 '도리'로 인해 상당히 많은 지역의 철책선이 유실되었다. 긴급한 장기간의 보수가 필요했다. GOP에 주둔하는 경계부대가 경계와 보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없었다. 다음에 투입될 경계 부대는 그들의 막사가 유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GOP 투입전 훈련 준비로 인해 공사에 투입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총을 잃어버려서 부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그의 부대, 그가 소속된 대대 전체가 GOP 보수 공사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 소식을 들은 그는 '말련에 이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다시 전방에 들어가서 어쩌란 말인가? 모기와, 담배와 추위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막사도 아닌 텐트에서 자야 하는데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 험한 산, 아니 계단을 오르내리며 어떻게 돌과 시멘트를 나르고 쌓으란 말인가? 이를 어쩌란 말인가......이를....'라고 한탄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소대 전원을 집합시켜 가진 돈을 모두 모아 그가 직접  PX로 달려갔다. 군대 내의 금전 거출은 금기사항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PX에 도착한 그는 가장 먼저 담배를 싹쓸이하고, 볶음 고추장과 캔참치, 캔깻잎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재료를 돈이 되는 대로 사 모았다. 그 옆에서 신병, 아니 이병 신돌삼이는 먹을 것을 잔뜩 사는 사수의 모습에 감동받아 눈은 크게 뜨고, 입에는 미소가 가득했으며, 가슴은 두근거렸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출전, 아니 출행을 준비했다. 신병 아니, 군인, 아니 이병, 아니 목동 신돌삼이와 함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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