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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리스트 May 06. 2021

시골집 고치기

봄맞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둘째 아들 정학유는 1816년 농가월령가를 지었다. 농사일과 풍속 등을 시처럼 지어 노래로 부를 수 있게 했다. 이 노래에 봄이 오면 먼저 과일나무의 비늘 같은 껍데기인 ‘보굿’을 벗겨내고, 가지 사이에 돌을 끼우는 ‘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라 했다. 따뜻해지면 목화밭을 갈고 비 오는 날 묘목을 심으라 했다. 솔가지를 꺾어 울타리를 새로 하고, 담장을 손보며 집 안팎의 낙엽과 검불을 쓸어 모아 불에 태우라 했다. 고들빼기와 씀바귀, 달래와 냉이를 거둬 입맛을 돋우고 당귀와 천궁 등의 약재를 캐 말리라 했다. 낙엽과 검불을 태우는 것은 겨울을 보내는 것이고, 나물을 캐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것이며 약재를 말리는 것은 여름의 건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해가 길어지고 온도가 올라갈 때 비로소 호박과 배추, 오이를 심고 한식 무렵 과일나무 접을 붙이고 한가한 틈을 타서 두릅과 고사리 등 나물을 캐 술안주로 삼으라 했다. 100년 전 조언이고 사는 모습도 달라졌지만 자연의 순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따를 법하다. 오늘은 이 조언에 대해 이 시대에 맞는 농가주택 봄맞이를 더하려 한다.


농가주택에 살면 봄에 할 일이 많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따뜻해지면 집 여러 곳에 보수해야 할 곳이 생긴다. 벽 미장과 마당 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미장과 석회 다짐은 반죽의 배합비 잘못되었거나 장마철, 혹은 동절기에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벽 미장의 경우 물기가 많으면 작업하기에 용이하지만 겨울이 지나면서 쉽게 떨어지고 갈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사를 진행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그 결과를 보고 배합비율을 정해야 한다. 수리도 마찬가지이다. 흙마다 규사 등의 성분 구성비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견본을 만들어 테스트를 해보고 적당한 비율을 찾아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 큰 문제없이 갈라진 정도이거나 겨우내 난방을 하며 그을음이 생겨 보기 좋지 않은 정도이면 황토칠이나 석회칠 정도를 해주어도 된다. 미장을 더할 때는 바탕 면을 거칠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칠은 재료를 물에 걸러 부드럽게 만들어 붓으로 칠하는 작업이다. 미세하게 갈라진 틈을 채우거나 일부가 변색된 벽을 일체감 있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칠 재료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황토칠 재료의 경우 적당한 통에 황토를 담고 물을 붓는다. 물과 섞인 황토를 손으로 곱게 비벼준다. 1시간쯤 기다리면 황토가 침전한다. 부유된 물과 아랫부분의 침전된 거친 황토는 버리고 부드러운 부분만 다른 통에 옮긴다. 이 과정을 반복해 필요한 만큼 황토칠 재료를 만든 뒤 느릅나무나 우뭇가사리 삶은 물, 교말 등을 섞어 칠하기 좋은 농도로 만들어 준다. 이 재료를 더하면 점성이 강해지고 옷이나 살갗에 황토가 묻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칠을 할 때는 목재 등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칠해주는 것이 좋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칠을 해도 목재에 황토가 묻을 수밖에 없으니 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벽이 회벽, 회사벽이라면 회칠을 해줘도 좋다. 횟물을 만드는 방법은 황토처럼 걸러주는 과정이 없고 소석회에 우뭇가사리 삶은 물 등을 적당히 섞어 주는 정도이다. 칠을 하다 보면 통에 담긴 소석회 점성이 강해진다. 재료 삶은 물을 넉넉히 준비했다가 수시로 농도를 맞춰 첨가해야 한다.


마당 석회 다짐에 문제가 생겼다면 석회 다짐을 하는 기초 바닥이 잘 다져지지 않은 경우, 칼슘 성분 함량이 낮은 재료를 사용한 경우, 석회 반죽이 건반죽이 아닌 경우, 봄과 가을이 아닌 장마철이나 늦가을, 겨울에 작업한 경우이다. 훼손된 부위를 수리할 할 때는 훼손된 부분보다 더 넓은 부위를 걷어내고 석회다짐을 해주어야 한다. 훼손이 크지 않고 갈라진 정도이면 석회와 모래를 섞은 회사반죽을 꾹꾹 눌러가며 단단히 채워주면 된다. 이 작업 이후에 기존 석회 다짐과 색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 또한 먼저 본보기를 만들어 확인하고 실행하면 좋다.

마당에 잔디를 심었다면 이 시기에 잡초 제거를 반드시 해야 한다. 잔디 새잎이 올라오기 전에 잡초 새잎이 먼저 올라온다. 노란 잔디 사이에 푸른 잡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호미 등 도구를 이용해 잡초 뿌리를 제거하면 된다. 이때가 중요한 이유는 잔디와 잡초 구분이 쉽고 잡초 뿌리가 연하기 때문이다. 잡초를 제거한 이후에는 모래를 뿌려주면 좋다. 잔디가 잘 자라게 하고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잔디 새순이 돋을 때는 밟아주지 않는 것이 좋다. 잡초가 씨를 맺기 전에 잔디와 잡초를 깎아줘야 한다. 마당을 자갈이나 왕마사토, 석분, 황토 흙 등으로 마감해서 잡초가 걱정이신 분이라면 매일매일 일정 시간을 두고 제초를 하거나 이른 시기에 제초제를 뿌리는 것도 추천한다. 제초제도 종류가 다양하니 정보를 확인하고 목적에 맞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봄이 오면 텃밭에 새로운 작물과 정원에 더 예쁜 화초를 심고 싶을 것이다. 겨우내 그 날을 기다리느라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래 기다렸다고 서두르면 안 된다. 마을을 한 번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농가주택 정원엔 내가 가꾸고 싶은 것을 식재하는 것도 좋지만 땅과 어울리는 것들을 심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잘 자라고 예쁘게 자라는 나무와 화초가 있고 아무리 정성 들여 키워도 잘 자라지 않는 것들도 있다. 

우리 마을은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포포나무, 락일락, 파초, 튤립 등은 잘 자라지 않았다. 대신 보통 감나무를 심었으나 씨 없는 감이 열리기도 했고, 망종화와 옥매 등이 잘 자랐다. 화초를 심기 전에 산책 삼아 마을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웃집에 마음에 드는 꽃과 나무가 있다면 분양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나무를 심는다면 나무가 컸을 때를 고려해 간격을 띄우고 심어야 한다. 묘목은 삼 년 정도까지는 잘 자라지 않다가 잔뿌리가 왕성해지면서 빠르고 무성하게 자란다. 나무가 자라면 옮겨심기 어려우니 간격을 넓게 두고 묘목을 심는 것이 좋다. 큰 나무를 상상하며 묘목을 심는 것이다. 나무는 위로 키울 것인지 옆으로 키울 것인지 등을 결정한 뒤에 심고 그에 따른 가지치기 방법을 미리 공부해 놓으면 좋다. 이는 토마토나 가지 등 채소와 야채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이다. 토마토와 가지 등은 순지르기를 하지 않으면 좋은 결실을 얻기 힘들다. 참외와 수박은 더욱 그렇다. 관리에 자신이 없다면 넝쿨식물은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 정원이 산만해진다. 과일 농사를 업으로 삼지 않으면 정원에서 탐스러운 과일을 얻기 힘들다는 것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 꽃이 필 무렵부터 최소한의 농약을 해줘야 하고 가지치기 열매솎기 등은 업이 아니면 어렵다. 과일나무를 심을 때는 꽃이 좋은, 꽃을 보기 위해 과일나무를 심거나 관리가 어렵지 않은 보리수나무나 앵두나무 등을 식재하면 좋다.

 


정원에 잡초가 걱정이라면 추천하는 것이 꽃잔디다. 꽃잔디뿐만 아니라 많은 꽃들의 모종 값이 생각보다 비싸다. 꽃은 씨앗을 발아시켜 모종을 일정 정도 키운 뒤에 옮겨 심는 것을 추천한다. 꽃잔디를 다량으로 심을 경우 마대로 구입하면 좋다. 진안군에 마대에 꽃잔디를 담아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 가성비가 좋게 여겨졌다. 꽃잔디 못지않게 추천하는 꽃이 부추꽃이다. 봄부터 늦여름까지 부추를 거둬 먹고 가을이 되기 전 부추를 거두지 않으면 늦가을에 은하수 같은 부추꽃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추꽃을 가장 좋아한다. 부추밭엔 잡초도 잘 자라지 않는다. 나리꽃이나 상사화, 마늘꽃, 작약 등 구근 종류의 꽃도 추천한다.

구근 종류의 꽃은 화려하고 관리가 어렵지 않으니 관심 가질만하다. 구근이 비싸지만 잘 키워 포기나누기를 하면 몇 년 안에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 집 주변에 공터가 있다면 흰민들레를 심어도 좋다. 토종인 흰 민들레는 꽃도 예쁘지만 초봄엔 그 잎을 무침으로 해서 먹고 몇 년 잘 키워 뿌리를 약재로 활용하면 더없이 좋다. 정원을 가꿀 때는 꽃이 피는 시기를 잘 가늠해 사계절 꽃이 끊이지 않게 골고루 섞어 심는 것이 좋다. 잘 가꾼 정원을 자주 보고 노하우를 배우고 상상을 많이 할수록 정원은 예뻐진다. 


텃밭에 농작물을 키울 때는 잡초와 식물의 성장 등을 고려해 이랑에 비닐을 씌우는 멀칭을 해주면 좋다. 멀칭을 하기 전에 거름을 주어야 한다. 퇴비뿐만 아니라 복합비료도 뿌려줘야 한다. 다만 비료가 너무 많아도 식물에는 좋지 않다. 멀칭을 하고 고랑에 왕겨를 두툼하게 뿌리면 잡초 걱정을 덜 수 있고 내년 거름도 준비되는 것이라 장점이 많다. 왕겨는 정미소에서 판다. 예전에 공짜로 주었지만 요즘엔 한 마대에 4000원 정도를 받는다. 농가주택 수리를 시작했다면 텃밭은 터만 만들어 놓아선 안 된다. 집을 수리하는 기간은 적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텃밭의 터만 만들어 놓으면 흙이 단단해지고 풀들이 무성해져 다음 해 농사짓기 힘들어진다. 텃밭은 터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밭으로 만들어야 한다. 돌을 고르고 작물을 심으면 좋지만 여유가 없으면 기계 장비가 터를 정리할 때 몇 가지를 미리 준비해 밭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퇴비, 톱밥, 왕겨, 비닐을 준비해 기계 장비가 터를 정리한 직후 준비한 것들을 텃밭에 깔고 뒤섞어 달라고 부탁을 하자. 골고루 섞은 후 비닐로 덮어 숙성을 시켜주면 된다. 여유가 있다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EM 미생물 , 크로렐라 미생물 등을 뿌려주면 더욱 좋다.


월간 '전원생활'에 기고한 칼럼을 갈무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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