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를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
건장한 청년은 번쩍 들어 올려 계단 위까지 올려준다.
어린아이 둘 데리고 지하철을 탄 젊은 엄마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여기 앉으라며 아이들에게 손짓한다.
찬바람 부는 겨울거리 길을 헤매는 중년여성
길 가던 주변인은 목적지를 물어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런저런 사연 많은 세상살이
아직은 살만하다고 우리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이다.
어쩌다가 또 다른 모습도 발견
퇴근길 지하철 역사에서
하얀 지팡이 딱딱 소리 내며 노란 안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맹인 남성
선한 모습의 중년 아저씨가 다가가
안전하게 손을 잡으며 도와드릴까요? 묻는다.
"됐어요! 왜 이러세요?"
돌아오는 대답에
전혀 모르는 나와 눈이 마주친 선한 아저씨가 멋쩍은 모습으로 당황스러워한다.
위험해 보여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라며 머리를 긁적긁적.
어째서 경계심 가득 담아 가시 돋친 말로
그 온기 가득한 선한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걸까.
원하지 않는 과한 친절이었을까
아직, 그에게는 세상의 온기가 닿지 않은 걸까.
세상 모든 것이 우리 앞에 얼어붙을 때
마음의 벼랑에 고드름이 슬고 무릎이 시릴 때
손끝이 차갑고 발목마저 꺾일 때
우리가 온기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걸
우리 스스로가 증명하는 아름다운 숨.
고명재『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