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버지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어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 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어릴 적 아버지가 부르시던 그 노래, 고복수의 ‘타향살이’다. 아버지에게 이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을 텐데. 그때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몰랐었다. 그저 아버지의 애창곡 정도로 생각했다. 오늘 미스터 트롯 3 준결승전에서 김용빈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타향살이'를 듣는데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울컥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처연하게 부르는 그 노래를 다시 들으니 아버지의 심정이 이해가 가며 눈물이 멈춰지지 않는다. 순간 그 노래를 부르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너무 그리운 아버지의 노랫소리.
아버지는 이북 출신의 실향민이셨다. 고향을 떠나오신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에 홀로 남한에 오셔서 한국전쟁을 겪고,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속에서도 우리 여섯 남매를 따뜻하게 키워주셨다. 아버지의 삶은 고통과 외로움의 연대기였지만, 그 속에서도 항상 가족을 위한 사랑과 헌신을 잊지 않으셨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됐는데 아버지는 안 계신다.
‘타향살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아버지는 고향의 부모님과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 눈물 지으셨을 것이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가사 한 자 한 자가 아버지의 삶을 온전히 담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노래를 부르시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감정들이 내게도 밀려온다.
아버지의 목소리와 그리움이 담긴 그 노래는 이제 나에게 아버지의 삶과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버지가 겪으셨을 모든 고통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그 노래는 더 이상 그냥 노래가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하나의 울림이 된다.
이제는 알겠다. 아버지가 부르신 그 노래 속에 담긴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떠나온 삶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추며 우리를 키워주셨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아버지, 지금은 그리움만이 남아 있지만, 그 사랑을 잊지 않을게요. 이제 그때 아버지가 느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의 사랑을 내 마음 깊숙이 담아 그 노래 한 번 불러 봅니다.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서 기막혀서' 가사 그대로 얼마나 기가 막히셨을지...
아버지,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