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로젝트 Y」

얼굴도 기세도 충분했는데 ..

by 민초매니아

‘프로젝트 Y’, 스타일을 넘지 못한 서사의 한계


2026년 1월 21일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Y’는 시작부터 분명한 상징성을 지닌 작품이었다.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두 배우가 전면에 서는 여성 투톱 범죄 영화, 그리고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로 문제적 감각을 보여준 이환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신작 이상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강남이라는 공간을 무국적의 도시로 재구성한 비주얼, 힙합 기반 사운드트랙이 만들어내는 리듬, 그리고 서로 다른 결의 에너지를 지닌 두 배우의 충돌은 분명 매력적인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극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렀고, OTT에서는 단기간의 주목 이후 빠르게 화제성에서 이탈했다. 이 간극은 단순한 흥행의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왜 이 정도의 캐스팅과 감각을 갖춘 작품이 끝까지 관객을 붙잡지 못했는가.


마이 네임에서 한소희는 감정과 액션을 동시에 끌어가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고, 발레리나에서 전종서는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로 장르적 긴장감을 밀어붙였다. 두 배우는 이미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Y’의 결과는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배우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도 영화의 구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두 배우는 분명 존재감을 발휘한다. 한소희는 이성적 판단과 책임을 짊어진 인물로서 극을 지탱하려 하고, 전종서는 감정과 충동으로 상황을 밀어붙이는 인물로서 긴장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두 축이 이야기 전체를 끌고 가는 동력으로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관객은 배우를 본다. 하지만 캐릭터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이 미묘한 간극이 영화 전체의 균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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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가장 먼저 흔들리는 지점은 장르의 톤이다. ‘프로젝트 Y’는 범죄 누아르의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현실성과 장르성 사이에서 명확한 선택을 하지 못한 흔적이 보인다. 현실 기반 범죄물이라면 물리적 힘의 차이, 폭력의 무게, 선택의 결과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여야 한다. 반대로 스타일리시한 장르 영화라면 캐릭터가 현실의 제약을 일정 부분 넘어설 수 있도록 설득 가능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 영화는 그 중간 지점에 머문다. 액션은 현실성을 의식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잔혹함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반대로 장르적 쾌감을 주기에는 캐릭터가 그만큼의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그 결과 액션은 시원하게 터지지 않고, 현실성은 완전히 체감되지 않는다. 관객은 어느 지점에서도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다.


캐릭터보다 장면이 앞서는 순간


영화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불편함은 인물이 서사를 끌고 가기보다, 장면을 위해 인물이 움직이는 구조가 반복되는 듯 하다. 두 주인공은 돈을 잃고, 복수와 탈출을 위해 금괴를 노리는 선택을 한다. 설정 자체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이어지는 선택들이 충분히 축적된 감정과 동기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기 전에, 이미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있는 느낌이 반복된다. 관객은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기보다, 장면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해지는데 긴박하게 이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인물의 선택은 이해하기 어렵고, 그 결과 서스펜스는 쌓이기보다 흩어진다.


장르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더라도, 그 안의 규칙이 분명해야 설득력을 얻는다. 관객은 그 규칙을 이해한 상태에서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며 긴장과 몰입을 경험한다. ‘프로젝트 Y’는 80억 원 규모 금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그 목표를 둘러싼 세계의 작동 방식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위험은 어떤 방식으로 확대되는지, 선택의 대가는 어디까지 이어지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장면도 완전히 긴장감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영화는 긴박한 전개를 선택하지만, 긴장감은 축적되지 않는다. 속도는 있지만 압박은 없는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는 분명 인상적이다. 강남이라는 공간은 현실의 지리적 의미를 벗어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의 도시처럼 표현된다. 빛과 색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되고, 음악은 장면의 리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결합되기보다, 때로는 분리되어 보인다는 점이다. 스타일은 서사를 강화할 때 가장 강력해진다. 그러나 서사가 충분히 버티지 못할 경우, 스타일은 오히려 공허함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프로젝트 Y’는 그 경계선 위에 놓여 있다. 관객은 “잘 만들어진 장면”을 본다. 하지만 그 장면이 쌓여 “하나의 강한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감각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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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이것을 여성 중심 장르영화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그 반대다. 두 여성 캐릭터는 누군가의 보조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그려진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선택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의 틀을 벗어난다. 문제는 그 선택들이 끝까지 설득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프로젝트 Y’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를 담고 있다. 강한 캐스팅, 과감한 스타일, 기존과 다른 조합의 장르 실험까지, 시도 자체는 충분히 유효하다. 그러나 영화는 시도로 평가받지 않는다. 결국 관객이 기억하는 것은 완성된 결과다. 이 작품은 그 지점에서 멈춘다. 시작은 강했고, 요소들은 충분했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힘으로 응집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남긴다. 좋은 배우와 뛰어난 기술, 감각적인 스타일이 모두 갖춰졌을 때,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그 모든 것을 끝까지 버티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다. ‘프로젝트 Y’는 배우가 부족해서 무너진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배우와 스타일이 충분했음에도 그것을 하나로 묶어낼 구조가 약했기 때문에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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