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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

by 두유진

박명수가 했던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그 말에 웃고, 박수를 쳤다.
공감이었는지, 단지 유머에 대한 반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맞는 말이지, 늦으면 늦은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준을 ‘남들과의 비교’에 두면 그 말은 맞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출발하면, 언제나 늦은 사람으로 남는다.
그러나 기준을 ‘내 인생’에 두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내 인생은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내 시간표로 움직인다.


매일 새로이 시작할 수 있고, 매 순간 다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려는 지금’이야말로 진짜 출발점이라고.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내가 나를 믿고 움직이는 그 순간부터, 세상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늘 조금 늦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하는 후회 속에서
기회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늦었다’는 생각이야말로 내 인생의 발목을 잡아온 가장 강력한 족쇄였다는 것을.


기회는 늘 그 말 한마디 전에 와 있었고, 나는 늘 스스로 문을 닫아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매일 실감한다.
정보는 넘쳐나고, 선택지는 너무 많다.
그래서 더 이상 단순한 노력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선택과 긍정이다.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
그 결정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생각 없이 움직이는 사람과 생각 깊이 움직이는 사람의 결과는
처음엔 비슷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이제 스마트한 분석력,
즉, 선택의 근거를 스스로 세울 줄 아는 힘이 가장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요즘 금시장을 보면 문득 골드러시(Gold Rush) 시대가 떠오른다.
모두가 금을 향해 달려갔을 때, 그 속에서 청바지와 삽을 팔던 사람들이 있었다.
금광이 아니라, 금을 캐러 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흐름을 본 이들이었다.

그들은 ‘금’이 아니라 ‘금의 길’을 봤다.
나는 그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닮아 있다고 느낀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 그 흐름을 한 발짝 떨어져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진짜 기회를 포착하는 지성 아닐까.


결국, 금보다 빛나는 건 통찰이다.
나는 요즘 그 통찰을 키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분석하고, 기록하고, 되돌아보고 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문제집 같다.
문제는 늘 새롭고, 정답은 언제나 모호하다. 하지만 늘 기출문제를 풀어왔다.
어떤 사람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어떤 사람은 그냥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나는 알고 싶다.
그리고 잘 풀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내 인생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만
나는 조금씩 ‘나’라는 인간을 확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요즘 세상을 보면 ‘문제를 풀어가는 인간군집’이 보인다.
그들은 불평 대신 공부하고, 불안 대신 분석한다.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반대로, 그저 덮어두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눈을 가리고 운전하듯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흘려보낸다.

나는 이제 확실히 안다.
굳이 구분하자면 나는 전자 쪽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분석하고,
모르는 문제라도 풀어내고 싶다.
그게 어렵더라도, 그게 진짜 나의 방식이다.


한동안 나는 관계중심적인 삶에 머물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믿었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허무함과 당황스러움이 남았다.
좋은 관계도, 따뜻한 말도, 결국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방향을 바꿨다.
목표달성 중심의 삶으로 전환 중이다.
관계에 휘둘리기보다는,
나의 에너지와 시간을 목표에 쏟고 싶다.
무엇보다 똑똑해지고 싶다.
세상을 읽는 눈을 갖고 싶다.

그게 지금의 내 사과나무다.


스피노자가 말했다.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큰아버지 댁에서 그 문장을 처음 봤을 때는 막연한 낭만으로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세상이 무너져도, 내일이 불안해도, 오늘 내가 심은 ‘하나의 사과나무’가 결국 내 인생을 바꾼다는 확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은 나무 하나를 심는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공부, 새로운 도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길 위에, 나는 나만의 금광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조금 늦었다고 생각되는 바로 이때가, 사실은 가장 빠른 때일지 모른다.

화면 캡처 2025-10-21 1250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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