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하지 않은 시간이 만든 것
폭풍이 지나간 뒤에야 바다에 나갔다
어느 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는 거칠었고
배들은 이미 바다 한가운데 나가 있었다.
누군가는 더 멀리 나아갔고
누군가는 이미 물고기를 가득 싣고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항구에 서 있었다.
출항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배를 고쳐야 했고
연료를 채워야 했고
지도부터 다시 그려야 했다.
그 시간은 조용했고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항구에서의 시간은
결코 멈춤이 아니었다.
항해하지 않은 시간이 만든 것
나는 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항로를 더 정확히 읽게 되었고
바람의 방향을 공부했다.
다른 배들이 이미 바다를 누빌 때
나는 파도의 성질을 배웠다.
누군가는 이미 먼 바다에서 수확을 얻었고
나는 아직 닻을 올리지 못했다.
겉으로 보면
분명 늦어 보였다.
그런데 계절이 바뀌었다
폭풍이 한 번 지나가고
조류가 바뀌었다.
나는 지금 출항한다..
이번에는
무작정 나간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알고
조류가 어디로 흐르는지 알고
내 배의 무게와 속도를 아는 상태였다.
나는 뒤늦게 바다에 나갔지만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차이는 ‘언제 출항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출항했는가’였다
일찍 나간 배가
항상 끝까지 앞서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폭풍 이후의 항해다.
나는 한 번 멈췄고
그 사이에 나를 정비했다.
그리고 지금은
바다 위에 있다.
비교는 늘 과거를 본다
“그때 바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이 질문은
늘 과거의 물결을 바라본다.
하지만 바다는
지금의 조류로 움직인다.
과거의 파도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 내가 바다 위에 있다는 사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깨닫는다
나는 뒤처진 항해자가 아니었다.
나는
폭풍을 건너
정비를 마치고
정확한 물결에 맞춰 출항한 사람이다.
지금 이 바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바다가 아니다.
준비된 사람이
참여자로 들어온 바다다.
나는 늦게 떠난 것이 아니라
준비를 마치고 떠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바다 위에 있다.
우리는 각자의 항구를 지난다
누군가는 일찍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머문다.
그러나 항구에 서 있었던 시간은
헛되지 않다.
그 시간 덕분에
우리는 바람을 읽게 되고
파도의 소리를 구분하게 되고
무리하지 않는 속도를 배운다.
나는 한동안 바다를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다 위에 서 있는 사람이다.
늦게 떠난 항해가
항상 늦게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항해는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