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조용필 콘서트
지난 11월 23일, 살아있는 전설이자 가왕인 조용필 님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물론 그는 내 윗세대의 가수지만, 나는 다섯 살 때부터 그의 팬이었다. 어린 시절, 내가 무엇을 알았겠느냐마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의 노래와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애절함 같은 감정이 나를 끌어당겼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배우 최민식 님과 가수 조용필 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두 분 모두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면서도 항상 겸손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가 더욱 노력하니, 그 결과로 넘사벽의 경지에 이른 것 아닐까.
예상은 했지만,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더욱 놀라웠다. 평균 50~60대의 중장년층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내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의 분들이 함성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생소한 신선함을 느꼈다. 그간 갔던 공연장들은 나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갑자기 이들 사이에서 내가 어린이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앞에 꽁냥대는 이십 대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사연 많은 노래와 분위기를 알기나 할까? 자신의 할아버지뻘 되는 가수의 노래를?
가왕이 매번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발매된 곡들은 매우 트렌디하고 젊은 감각을 지니고 있어 전 세대를 아우른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20집 수록곡인 ‘그래도 돼’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곡으로, 갓생을 살거나 아예 포기에 이른 MZ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50년생인 가수가 30곡을 연달아 부르는데도 목소리의 갈라짐이나 어긋남 없이 힘차게 노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노래 가사를 잘 모르는 나조차 어설프게 따라 부르며 목이 아팠는데, 그는 그간 단련하고 관리한 에너지를 두 시간 내내 생생하게 전달했다.
어르신들이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이들도 한때는 새파란 젊은이들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머리가 하얗게 세었지만, 자기 가수와 음악으로 각자의 청춘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일 것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진첩에서 추억을 되살리는 듯한 경험일 것이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부모님 세대와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반세기 동안 음악을 사랑하고 건강하게 노래해 준 가왕 님께 정말 감사하다. 가수 이문세는 조용필 형님이 은퇴 공연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내 마음도 그와 같다. 계속해서 노래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에게 은퇴란 없다. 영원한 청춘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