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범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페이스북은 세계인 누구나 사용하지만 다 똑같은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즉 페이스북의 사용도 문화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 문화적 차이는 사라지는가?
오늘날 Facebook이 온라인상에서 세계를 연결시켜줌에 따라,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풍부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우리는 Facebook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Facebook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되고, 각자의 일상과 서로의 문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동서양 간에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는 점차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사라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최근 일련의 연구들은 문화적 배경이 온라인 네트워크의 자체적 특성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온라인 행동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Huang & Park, 2013; Na, Kosinski, & Stillwell, 2015). 서강대 나진경 교수팀은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Facebook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Facebook의 지속적인 이용이 동서양 간에 존재하는 문화 차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했다(Hong & Na, 2018).
Facebook 사용의 문화적 차이
이 연구는 크게 3개의 하위연구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 1에서는 사람들이 Facebook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화 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미국과 한국 대학생 연구 참가자들에게 여러 단어 리스트를 주고 각 단어들이 Facebook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응답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미국 대학생들은 Facebook을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독립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Facebook을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상호의존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Facebook이라는 동일한 의사소통 수단일지라도 문화권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표현 vs. 타인에 대한 관심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Facebook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기 지향적으로 Facebook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Status Update”를 통해 자신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Facebook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린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즉 관계 지향적으로 Facebook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령,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에 “Like”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줌으로써,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비록 Facebook 이용자들이 이러한 두 가지 유형의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번갈아 가며 사용할지라도, 동서양 문화권에 따라 어느 우세한 유형의 활동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 2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실제로 Facebook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실제 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전 세계 Facebook 이용자 57,164명의 실제 “Like”와 “Status Update” 횟수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집단주의 문화권(한국, 중국, 홍콩, 인도,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완, 베트남)의 Facebook 이용자들은 서구 개인주의 문화권(미국, 영국, 캐나다)의 Facebook 이용자들에 비하여 자신의 계정에 글을 쓰기보다는, 타인의 게시물에 “Like”를 눌러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지향적 사람은 더욱 관계지향적으로
마지막으로 연구 3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Facebook을 사용하는 것이 사용자들의 심리적 양상에 어떠한 차이를 유발할지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연구를 진행하였다. 먼저 각 연구 참가자들은 인과 추론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 과제는 사람들이 특정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함에 있어 주변 상황과 맥락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인과 추론 과제를 마친 후, 각 참가자들은 두 가지 실험 조건에 무선적으로 배정되었다.
독립적/자기 지향적 실험 조건에 속한 연구 참가자들은 최대한 자기 자신을 위해 Facebook을 사용하도록 요청받았다. 구체적으로, 이 조건에 속한 참가자들은 10분 동안 본인의 Facebook 계정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거나 자신의 사진을 가능한 많이 업로드해야 했다. 반면, 상호의존적/관계지향적 실험 조건에 속한 연구 참가자들은 Facebook을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표현하도록 요청받았다. 구체적으로, 이 조건에 속한 참가자들은 10분 동안 타인의 Facebook 게시물에 가능한 많이 댓글을 달거나 “Like”를 눌러야 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실험 조건에 적합한 방식으로 Facebook 사용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인과 추론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 절차를 통해 연구 참가자들의 인과 추론 양상이 Facebook 사용 전후로 달라지는지, 실험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지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 타인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Like”를 누르는 것과 같이, Facebook을 상호의존적, 관계 지향적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이 Facebook을 독립적, 자기 지향적으로 사용했던 사람들에 비해 인과관계를 파악함에 있어 더 관계적인 방식으로 추론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상과 반하는 결과
오늘날 Facebook은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 간의 연결과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Facebook 게시물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동서양 사람들이 Facebook을 통해 서로의 문화적 규범과 특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기존에 존재하던 동서양 간 문화 차이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하여 이러한 예상에 반하는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립적 자기 개념을 지닌 개인주의 문화권 사람들은 Facebook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반면, 상호의존적 자기 개념을 지닌 집단주의 문화권 사람들은 친구들의 게시물에 댓글을 달거나 ‘Like’를 누르는 등 Facebook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Facebook을 상호의존적, 관계지향적으로 사용할수록 이후에 더욱 관계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추론함을 알 수 있었다.
문화적 특성 반영돼
종합하자면, 서양 개인주의 문화권 사람들과 동양 집단주의 문화권 사람들이 각자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Facebook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이후에 서양 이용자들은 더욱 서구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동양 이용자들은 더욱 동양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즉 오늘날 세계를 이어주는 Facebook이 동서양 간 문화 차이를 감소시키기보다는, 기존의 차이를 유지시키거나 혹은 더 증가시켜주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mind
<참고문헌>
Hong, S., & Na, J. (2018). How Facebook Is perceived and used by people across cultures: The implications of cultural differences in the use of Facebook.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9, 435-443. doi: 10.1177/1948550617711227
홍승범 서강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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