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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kang Apr 17. 2022

그대와 듣고 싶은 봄의 소리


며칠 전부터 개구리울음이 밤의 고요를 깨우고 있습니다. 봄인 게지요. 이미 한 달 전, 캐나다 기러기 한쌍이 우렁차게 영역 차지 선전포고를 하면서 숲 속 작은 집을 깨웠어요. '봄의 소리' 도입부처럼  힘찬 소리를 내는 녀석들이어요. 겨우내 입 다물고 해바라기 씨앗을 쪼았던 겨울새들은 먹이통이 아닌 나무에 앉아서 합창을 하네요. 작은 새들이 큰 새보다 더 청아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아요. 그들의 노래를 듣고 봄의 전령사 '로빈'도 얼마 전에 뜰에 당도했었지요. 지역 신문은 '로빈' 사진 올리려고 카메라 대기하고 있었을 거예요. 뭐 그 녀석을 기다렸다기보다 봄이 왔다는 알림을 주고 싶어서지요. '로빈'의 등장은 언 땅이 녹았다는 의미이거든요. 때가 되면 오는 봄, 철새는 알아서 계절 따라 돌아오는 이 당연한 상식이 무슨 뉴스거리라고 매년 신문에 로빈이 왔다는 소식을 알려 주겠어요. 십여 년 넘게 6개월의 긴 겨울을 보내보니 그 마음 알겠더라고요. 아주 반가운 희소식이라는 것을요.


봄이 다소곳하게 꽃 색을 물들이며 예쁘게 다가오지 않고 이렇게 소리로 찾아오는 곳이에요. '봄의 소리' 연주를 듣기 위해 창 밖을 내다보고 있어요. 잔디 속에서  먹이 찾다가도  수컷이 슬금슬금 암컷 꽁무니를 쫓아 귀찮게 하면 푸드덕  도망치는 '로빈'의 날갯짓 소리, 딱따구리 나무 찍는 도끼질 소리, 치키 디디 소리를 낸다고 이름이 '치키디'인 예쁜 새, 개나리 색의 털을 가진 ''노랑 촉새' 눈 섞임 물이 땅 속으로 써 들어가는 소리에 청둥오리 이 때다 하고 뒷마당 연못으로 몸단장하러 와서는 깃털을 고른다고 푸덕... 푸더덕. 금실 좋은 오리 부부 자맥질하고 몸 담근 목욕물은 바람이 물갈이를 해 주지요. 물결의 방향을 바꿔가며 수면 위를 말갛게 비 질 하는 소리가  듣기 좋아요. 이 모두 봄의 소리로 활기찬 기운을 느끼게 해 주지요. 또닥또닥 자판이 글 쓰고 있는 소리까지 더하여  숲 속 작은 집에 '봄의 소리' 대 연주가 시작되었네요.,



어째 바람이 자기 소리만 너무 크게 내고 불협 화음을 만들고 있어요. 작은 소리들이 묻혀서 '봄의 소리' 연주가 왈츠 기분이 나질 않아요. 구름은 바람에 떠밀려 가느라 나무 가지에 걸려 찢기고 흩어진 모습으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고요. 오늘 부는 봄바람은 고약한 성질을 가진 것 같아요. 아늑한 숲에 막무가내로 기어 들어가서는 포근하게 잠자고 있는 나무를 와락 껴안기라도 했나 봐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쫓겨 떠밀려 나온 바람이 창문에서 작살이 나고 아작이 나네요.  '우우웅, 씩~씨 이익 쐐에쐐'

아무리 달콤한 사랑 고백이라고 해도 불한당처럼 저렇게 하면  나무들도 싫죠. '슬피 우는 비둘기'도 그런 바람의 모습을 목격했나 봐요. 애달픈 목소리로 울어 주고 있어요.


뛰어들고 싶게 유혹하는 바다 같은 하늘 때문에 집 옆구리 산책로의 나무들이 궁금해 보러 가고 싶어 졌어요. 며칠 전에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솜털 눈을 매달고 있는 것을 보았거든요. 이 바람에 어찌 지내는지 보고 싶은 마음은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 못 하도록 서두르게 했어요. 수면 바지를 입었으니 바람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어요. 한 백보쯤 걸었을까요. 바람이 몹시 성이 나서 내 얼굴을 사정없이 찰싹거렸어요. 숲의 나무들에게 받은 상처를 내게 보복하려고 덤볐어요. 악다구리 부리며 굉음으로 울부짖으며 달려들었어요.


바람이 쫓아와 내 옷 낚아채갈까 봐 바짝 옷을 여며 쥐고 뒤돌아 뛰었어요. 무서웠어요. 평소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춤을 추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아니었어요. 바람이 온 가지를 훑어대니까 겨울 피부가 벗겨지고 따갑고 가려웠나 봐요. 못 견디겠다는 듯이 가지를 흔들어 댔어요. 나무가 부러질 것 같이 아슬아슬했어요. 버들강아지는 다음날 가서 봐야겠어요. 시간은 있어요. 부활절 기간이라 나흘간 연휴거든요.

 




지난 주에 친구가 연휴에 무슨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어요. 커피에 곁들이면 좋을 빵을 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거라고 대답했었어요. 적당히 찬 공기 속을 산책하고 난 후 집안에 들어설 때 훅 끼쳐오는 빵 익는 냄새는 이불속만큼이나 아늑한 기분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거든요. 그 행복한 기분을 그대에게 고스란히 전하면서 편지 쓰려고 했어요. 그 기분을  바람이 망쳐놨어요. 바람이 잔뜩 성질부리더니 정전이 되게 했거든요. 막막하고 당황스러운 시간이 흘렀어요. 날은 밝고 환한데 밤처럼 깜깜하게 느껴졌어요. 멍하니 서서 정해 놓았던 순서도 잃어버리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인슈타인' 은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으니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하네요. 균형을 잡아야 하니까요.'

정전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숨 막힘이에요. 뭘 어떻게 움직이고 생각해할지 마음이 동동거려지고 불안했어요. 책장을 펼치는 것보다 랩탑을 먼저 열어 보게 되네요. 노트북에 남은 배터리 양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생각의 균형을 잡기로 하고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어요. 그대에게 내 마음이 닿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니 어렵지 않게 호흡이 정상이 되고 평상심이 되었어요.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작은 행동이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 그대 마음을 향해 갈 수 있는 날갯짓을 하게 합니다.


편지를 마무리하려 하니 전기가 들어왔어요. 빵 반죽은 이미 부풀어 성형을 하기만 하면 되지요. 빵 종류는 어떤 것이든 거의 다 좋아해요. 그중에  '시나몬 롤'을 만들려고요. 시나몬이 심장을 튼튼하게 해 준다고 해서 먹어 볼 요량으로 꿀에 시나몬을 잔뜩 넣고 개어서 먹어 본 적 있어요. 안 먹어지더라고요. 팔랑귀만 나무라고 말았어요. 시나몬을 잔뜩 발라 빵을 만들려고요. 오늘은 둥근 형태의 롤이 아닌 꽃 모양으로 만들려고 해요. 몇 년 만에 꽃 빵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빵이 잘 만들어지면 그대 나와 함께 앉아 먹어 줄래요?

꽃 나들이 가는 그대 간식 가방에도 넣어 줄게요. 그대와 동행한 누구 하고라도 나눠 먹을 수 있도록이요




덧--잠시 들어왔던 전기는 내 마음을 보낼 수 없게 밤 새 잡아 두었어요. 다음 날 아침 10시 반이 되어서나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어요. 심심하면 책을 보면 되지 하는 생각은 일상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생각인 것 같아요. 불편을 주는 정전 상태에서는 책을 펼칠 고요한 마음을 갖지 못하겠더라고요. 어떤 상황에도 익숙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련을 통해서 바꿔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좌우하는 마음의 상태이겠지요. 마음 다잡아 보려고요. 항상 의연해 할 수 있도록이요.


봄바람은 힘센 바람을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렸어요. 그대에게 바람을 고자질 하려고 동영상에 담았어요. 산책 간다고 나갔다 뛰어 돌아와 바로 찍었거든요. 손으로 잡고 있는 폰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막무가내였어요. 그때까지도 멀쩡했던 나무 한 그루가 빵 굽는 시간, 그러니까 한 시간 후쯤 쓰러졌어요. 작년 이맘때 소나무 목을 부러뜨리고 갔던 그 바람이 왔었나 봐요.  (역시 속이 후련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라니까요. 호호)


보여 줄 만한 작품 사진이 아닌 것을 많이 올려요. 사실 사진 업로드하는 작업은 속도 때문에 쉽지 않아요. 무지막지한 인내심을 요구해요. 이렇게 많이 올리려면 글 쓰는 시간보다 더 소비해야 하지요. 그래도 그대와 함께 보며 듣고 싶은 '봄의 소리 왈츠' 여서 엉덩이 힘 좀 썼어요. ㅎㅎㅎ

그대 잘 지내요. 봄.


외로이 서있는 저 나무가 쓰러질 것만 같았는데 의외로 바람이 타지 않는 곳의 나무가 뽑혔어요.



3월 21일 캐나다 거위가 랜딩하면서 얼음위로 쭈욱 미끄러졌어요. 그 꼴이 얼마나 웃기던지..남의 불행을 보고 웃었네요.ㅎㅎ




해바라기 씨 먹으러 오는 애들이에요. '봄의 소리 왈츠'를 한층 신나게 돋아주는 새들이라 자꾸 먹이 주고 싶어 지지요. 가슴털이 오렌지 색인 새가 '로빈'이에요. 로빈은 씨앗 안 먹고 지렁이 먹어요. ㅋ


동영상은 지금 몇 시간 째 기다리고 있는데 포기 해야 겠어요.숲 속 작은 집 생활은 느림의 법칙부터 준수해야 하거든요.^^






(Robin, Blue Jay, Goldfinch, Mournin Dove는 구글 이미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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