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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kang May 09. 2022

당분간 꽃보다 명이나물


4월은 봄이라고 우길 수 없는, 사람 헷갈리게 하는 달이다. 어느 날은 햇빛이 쏟아져 은혜롭다 싶어 얼굴을 들고 하늘을 향해 햇빛 샤워를 하고 있으면 바람이 그 꼴을 못 본다. 성깔을 부리며 할퀼 듯이 달려들면, 저만 성질 있나 하는 심사로 겨울 옷 입고 뜰 식구들 챙겨 보러 나갔다가  나는 그만 얼굴이 시퍼레져설랑은 어금니를 꽉 물어 떨리는 턱이 봄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는다. 


햇빛이 모여드는 처마 밑 화단 흙을 발로 툭 건드리고 밟는 것으로 꽃들의 겨울잠을 깨웠다.  봄 옷 갈아입을 눈치 보이지 않는 숲 속 나무들은 나 대신 새가 들며 날며 기침을 재촉했다. 이렇게 나무와 꽃은 나의 목이 빠질 만큼 빠져야 나를 만나러 온다. 그래도 이 기간을 풀 죽지 않고 인내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초록 아이가 숲 속에 있다. 명이나물이다.  뾰족뾰족 푸르게 나무뿌리 틈을 비집고 태동하는 초록빛의 생명이 경이롭다. 4월 한 달 내내 찬 이슬과 따듯한 나의 눈빛으로 매일 조금씩 키를 키우며 신비의 대 합창을 한다.


명이나물 채취 기간은 자연의 이런저런 조건으로 결정은 되지만, 우리 집 숲은 5월 초순이 가장 적기이다. 딱 일주일 동안만 초록 물이 배어 나올 것같이 싱싱한 것이 부드러우면서 명이 잎의 크기도 똑 참하다.  나는 이 기간 말고 5월로 달이 바뀌기 전 4월 30일 안에 명이를 잘라 오고 싶어 한다. 내 마음이 5월에는 숲에 들어가기가 싫다. 아니 무섭다. 봄을 기다리는 생명이 어디 꽃뿐이고 나무뿐이겠나. 겨울잠을 자던 땅속 생명들이 온 촉을 열고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게다. 나무에 물 올라가는 소리, 식물의 뿌리가 흙을 밀어내는 진동이 있는 이때를 그것들이 모를 리 없다. 


내가 무섭다고 겁먹는 숲의 생명들은 사실 나를 더 무서워하고  피해 간다는 것을 안다. 겁 없이 내게 달려드는 것들은 오직  맨손으로도 때려잡을 수 있는 모기, 파리 뿐이라는 것도 안다. 친구의 말대로 지나칠 만큼 긴 동물의 무서움증을 가진 내가 그것 들과 자연을 공유하며 숲 속에 살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다. 4에서 5로 바뀌는 하루 상간으로도 느끼는 공포의 수치가 달라지는 내 심리가 별나지만 생각이 그렇고 마음이 그런 걸 어쩌랴.


5월을 넘기지 않으려 했던 완강했던 처음 생각을 으르고 달래 가며  갑옷 차림의 중무장을 하고 숲 어귀에 서면 나뭇가지를 툭툭 부러뜨리는 요란한 바람 소리가 나를 숲에서 밀어내고, 바람이 잔다 싶어 장화에 식초를 뿌리고 마당을 가로 지르는 사이 빗님이 먼저 숲에 들어가는, 날씨와 이런 술래잡기 하느라 4월 말일도 지나고 결국 5월이 되어 버렸다. 5월 첫째 주는 화창하고 기온도 올라간다는 날씨 예보였다. 이 첫째 주를 놓치면일 년 명이 장아찌를 포기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다. 밑반찬이 딱히 없는 이곳에서 명이 장아찌 밥상에 올릴 때마다 뿌듯해할 혈육의 모습을 생각하며 용기로 마음가짐을 무장하고 나선다.


숲은 지난 가을의  낙엽으로 두둑하게 때를 입고 있어 내 발자국 소리에도 나를 흠칫 놀라게 하는 겁을 주었다. 바싹 마른 낙엽 밟히는 소리와 동물 스치는 소리를 구분하려는 내 귀는 나팔만 하게 커지고, 눈은  가뜩이나  노안으로 침침한데,  눈알을  굴리며  레이다  탐지하느라  고생깨나 시켰다. 잔뜩 긴장한 몸은 주저앉지도 못하게 하고 허리만 접어 구부린 자세를 유지했다. 가끔씩 허리를 일으켜 세우면 "아구 구, 아이고야" 추간판이  빠져나왔나 보다. 다리 신경이 당기는 것 보니 디스크가 탈출한 듯 싶다. 


 일주일의 근무 시간과 수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온통  "당분간 꽃 보다 명이나물"이었다. 







허리는 부서져도 일주일의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 비행기 태워 보내야 하는 장거리 배송을 위해 포장하는 일이 남았다. 그 시간에도 맛이 변하지 않도록 절임 간장을 두 번 더 끓여 부어야 하는 기다림도.


( 1~7 May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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