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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내'뿐이었다

그 삶을 선택한 건, 결국 당신이었다.

by 최소윤소장



한 어머님이 아이를 데리고 상담실에 오셨다.


우리의 인연은 사실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 사모님과 단골손님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음식이든, 음악이든 한 번 마음을 주면 한동안 그곳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그렇게 자주 가는 식당이나 혹은 카페에서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돕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몇 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둔 응어리를 어머님은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이건 정말 아무리 해도 안 풀리던 문제였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마음을 급히 풀어내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가진 내면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시간 혼자 버텨오셨는지를 같이 느끼며, 조금씩 감정의 매듭을 풀어갔다.


상담이 끝난 뒤, 어머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몇 년 만에 해결된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큰일이 풀렸어요.”


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덧붙인 말,


“앞으로도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그 한 줄에서 나는 다시,

‘마음을 듣는 일’의 무게와 가치를 깊이 느꼈다.




부모로서의 무게, 자녀의 불안,

그 모든 걸 함께 마주해 주신 용기에

나 또한 깊은 존경을 보낸다.


부모님의 노력과 함께 이 아이는 포기했던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되었고,지금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능력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평생의 반려를 만나,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누구보다 기뻤고, 또 누구보다 축하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지켜 보며 문득 알게 되었다.

왜 내 삶이 유독 거칠고 독특했는지.


만약 그런 삶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 모든 시간을 포함한

내 삶에 감사할 수 있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사실, 이 모든 성과가 오직 나의 능력과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그저 누군가의 격동의 시기에 곁에서 또 다른 삶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을 뿐이었다.


그 삶을 선택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몫이었고, 인연은 그렇게 이번 생에서 우리를 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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