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rue.
최근 일주일 동안 두 아이가 다 아팠다.
어찌나 건장한지 끄덕도 없을 것 같던 녀석들.
방학이 되니 세 시간에 한 번씩 배고프다는 소리에 아침밥, 점심밥, 간식, 저녁밥까지 준비하느라 바쁜 매니저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장염과 위염을 골고루 앓은 아이들은 요 며칠 죽과 보리차로 식사를 하고 있다. 요리를 못하는 엄마로서 매일 새롭지만 건강한 집밥과 간식을 고민하느라 일이었는데 환자식(?)을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한약을 먹고 있는 큰 애는 음식에 더 제약이 많다. 콩도 유제품도 달걀도 안되고 밀가루, 튀긴 음식은 당연히 안되고. 도대체 뭘 먹여야 하나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름 흰 죽을 열심히 끓여서 가져다 바쳤건만.
"엄마, 미안한데 우리 죽은 사 먹도록 해요."
나름대로 열심히 간을 맞추지만 정말로 나름대로의 간이라 식구들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를 하곤 하는데 미원과 육수팩으로 노력을 했건만 죽은 쉽지 않다. 어떤 순간엔 한식조리사자격증을 따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다. 그냥 가정식 요리 배우는 거 말고 이왕 하는 거 '쯩'을 따는데 또 집착하는 나의 모습. 한식 조리사 시험 메뉴를 보니 만만치 않지만 한 번 배워놓으면 요긴하게 쓰일 요량으로 보인다.
<고전이 읽었다> 이야기인데 웬 음식이냐고.
그렇다. 역시 고전엔 답이 있다. 수많은 고전을 읽었다는 사실은 둘째고, 얼마나 사색을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는지 느껴지는 작가의 글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쉬운 예시로 전달하는 고명환 작가의 글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인생의 가장 큰 기술 중 하나로 '요리하기'를 말하는 대목은 단전에서부터 소리가 나오는 '아하모먼트'이다.
거창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몇 가지만 배워서 건강한 집밥을 먹으라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요리해서 먹으라고. 글을 쓰러 욕지도에 들어가도 스스로 된장국과 나물을 무쳐먹을 수 있으니 시간과 돈을 다 아낄 수도 있다. 게다가 건강한 음식이 아니던가. 인간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행복하기 위해서 돈만 모으지 말고 건강을 함께 모으라는 저자의 말에서 늘 요리가 힘들고 남이 해준 게 먹고 싶다 말하는 나 자신에게 요리를 좀 더 사랑해 보자라고 살짝 말해봤다. 의무감으로 하지 말고 모든 걸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내가 요리는 왜 그러는지 못하는지 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글쓰기'와 '요리하기' 두 가지 기술만 있으면 은퇴해서도 얼마든지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재료로 잘 먹고 건강하면 120세까지 글쓰기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한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고전을 읽으며 좋은 문장을 흡수하여 영양소로 바꾸고
그것을 좋은 글로 표현하며
작은 가짓수의 음식이라도 스스로 요리해서 먹고(인스턴트 말고)
매일 일정 시간 감당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면
원하는 삶을 계속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저자의 글에선 담백한 버섯나물 같은 문체가 묻어난다.
짜지도 싱겁지도 너무 찐하지도 않은, 너무나 간이 맞는 그 말맛이.
글맛, 말맛만 신경 쓰지 말고 나도 요리를 좀 더 편안하고 담백한 시선을 바라봐야겠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 많은 건 사실이니까.
글쓰기, 요리하기, 운동하기.
이 세 가지를 줄기차게 해 봐야겠다.
요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건 아직 좀 힘들지만 이 또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극복해 보리라.
내 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게다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요리하는 기술이 글쓰기를 위해,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좋은 건 다 따라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