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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전달자

by 마음돌봄
"엄마, 그 질문 며칠 전에도 했어요. 기억 안 나요?


틀림없다.

뭔가가 기억력을 갉아먹고 있다.

한동안은 대한민국 40대,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아니, 스스로 기억력이 심하게 나빠졌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설사 그렇다 해도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왜, 뭐, 챙길 게 얼마나 많은 줄 아니?

하는 역할은 어찌나 다양한지.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 응응 또 뭐 있더라.

일 년에 겨우 몇 번 친구 역할에 가족들 매니저, 가사도우미 등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니 별 수 있니?"


이런 말을 던지며 콧방귀를 뀌었는데, 사실 윤영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동안은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친구들과 깔깔깔 웃기도 하고

남편 얼굴 안 잊어먹는 것에 감사하라며 힘차게 외치곤 했었다.

실상은 걱정이 되긴 했다.

이러다 진짜 뭐 조기 치매라도 오는 건 아닌지, 말실수라도 하진 않을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슴만 조마조마해지는데, 꽤 오래전엔 사실 기억력하면 최윤영 아니었던가.


'그래, 제 아무리 영포티네 뭐니 해도 어쩌겠어 나이 들어가는 건 사실인걸.

그래도 이대론 안되지. 자꾸 기억 못 하는 것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야.'


윤영은 당장 챗비서를 만나러 갔다.

요즘은 네이버, 구글 검색을 지나 유튜브와 쌍벽을 이루는 챗비서가 아니던가.

가끔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해서 놀래긴 했지만, 질문을 할 때마다 객관적 사실과 자료에 근거하여 사실만 말하거라 명령어를 쓰니 아주 진실된 답변을 주긴 하더라. 역시 설명을 좀 자세하게 해야 된다. 인간이나 기계나 알아먹겠거나 내 의중을 알겠거나 지레 짐작하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상대 방이 알아줄 리 만무하다.






Q. 기억력 좋아지는 방법이나 음식 있음 추천 좀 해줘.


A :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 (과학적 근거 있음)

등 푸른 생선 (연어, 고등어, 참치 등)

성분: 오메가-3 지방산 (DHA, EPA)

효과: 뇌세포막을 구성하고 신경 전달 효율을 높여 인지 기능 개선

근거: Nature Reviews Neuroscience, 2017


블루베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

성분: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효과: 산화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 유지

근거: Annals of Neurology, 2012


호두

성분: 폴리페놀, 알파-리놀렌산

효과: 인지 기능 유지, 신경세포 손상 억제

근거: 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 Aging, 2015


달걀 (특히 노른자)

성분: 콜린

효과: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생성 → 학습, 기억력 관련

근거: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1


녹차

성분: 카테킨, L-테아닌

효과: 집중력 향상, 알파파 증가로 뇌 이완 상태 유지

근거: Psychopharmacology, 2017


다크초콜릿 (70% 이상 카카오)

성분: 플라바놀

효과: 뇌혈류 증가, 기억력 개선

근거: Frontiers in Nutrition, 2020


A : 기억력 향상 습관·방법

충분한 수면 (7~9시간)

수면 중 장기기억 강화 (REM 수면 시 시냅스 연결 강화) Science, 2013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걷기, 수영, 자전거 등)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분비 증가 → 기억력 강화 PNAS, 2011


명상 및 마음 챙김

집중력과 작업기억 개선

Psychological Science, 2010


두뇌 활동 유지 (독서, 글쓰기, 외국어 학습 등) 신경가소성 유지, 치매 예방

Neurology, 2013


혈당 조절 및 가공식품 제한

과도한 당 섭취는 해마 기능 저하

Journal of Physiology, 2016







짜식, 졸았나. 역시 근거를 제대로 대라고 하니 거짓말을 하지 않는 챗비서.

결괏값은 다소 만족스럽다.

윤영은 점점 커피를 줄여가고 있지만(줄이고 있다고 믿지만), 여전히 하루에 한 번씩은 달달한 커피가 당긴다고나 할까. 녹차 성분을 추천한걸 보니 역시나 스스로가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윤영이다. 요즘따라 쌉싸름하면서 깔끔한 말차라테가 늘 당기기 때문이다. 며칠 전 가족 모임에서 카페를 갔을 때도 말차 라테를 개운하게 한 잔 마시지 않았던가. 호두도 멸치볶음을 해보겠다며 지난주 일요일 동네 마트에서 사 오기도 했고, 역시 현명할 윤, 윤영이다. (현명할 윤이라는 한자가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 신경 써서 운동도 하고 있다. 걷기와 슬로 러닝을 하고 있다. 어제도 강변길을 남편과 달렸는데 겨우 20분이긴 했지만 뭐랄까, 명치 부분이 간질간질하면서 다리와 몸이 힘들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달까. 아, 이 맛에 뛰는구나 싶은 뭐 그런 생각들이 스쳐갔다. 정확히 말하면 가슴이 타는듯한 느낌이었던 것도 같고. 독서나 글쓰기, 외국어 공부 다 좋아하는데 이제 보니 요새 글쓰기나 외국어 공부에 소홀했다. 정말 인간이란 존재는 어찌 이리도 할 일이 많은 건지 윤영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심정이 들었다.


잠을 최소 7시간 자야 한다고 해서 좀 힘들긴 했지만 요즘 들어 꽤 규칙적인 일상 루틴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등 푸른 생선을 즐기진 않는데, 먹는 것에 좀 신경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윤영이다. 자기 전에 감사일기, 확언 쓰기, 다이어리 정리를 꼭 하려고 하는데 마음처럼 쉽진 않다. 오히려 루틴을 많이 만들어서 머릿속이 복잡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혹은 해야 한다고 믿는 게 많은 게 요즘 삶인 듯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확언 일기에 필사도 좀 하고 싶고, 동영상을 보면서 게으름도 피우고 싶고. 이중적인 양가감정이 계속 평행선처럼 지속된다고나 할까.


같은 질문 몇 번 했다고 심리 센터를 가봐라, 성인 ADHD가 아니냐, 요즘 40대 치매가 그렇게 많다더라 소리들을 주변에서 해대지만 꿋꿋이 버티고 있다.


'두고 보라고, 챗비서가 알려준 대로 다 해볼 테니. 내가 또 똑같은 질문 하나 봐라.'


습관이 정착되기 가장 좋은 시간이 21일이라고 했던가.

이것저것 배우기 좋아하는 윤영은 잡다한 지식이 은근히 많다.

21일을 성공하면 66일, 이윽고 100 루틴을 만들어보리라 다짐하는 윤영이다.

식사 메뉴에 호두 같은 견과류, 등 푸른 생선, 디저트는 말차라테(커피 마실 일이 있다면). 당을 줄이라면서 다크 초콜릿을 추천했던 챗비서이지만 과감하게 초콜릿은 생략을 해본다. 달걀이야 워낙 잘 먹고 있었고, 블루베리, 라즈베리, 크렌베리, 베리베리베리베리네 식구들은 좀 비싼데 생각하며 과감하게 블루베리를 아껴먹어 본다. 잠을 최소 7시간은 자기 위해 침대맡에서 꼭 책을 읽는다. 기억력 향상에도 좋고 잠도 빨리 오고 누구 말대로 정말 키비키다. 가족들 건강까지 덤으로 챙기나 오히려 좋은 윤영이다. 매일 걷기나 20분 뛰기도 반복하고 있고 윤영은 이젠 더 이상 기억력에 관련해서 식구들에게 핀잔 들을 일이 없겠지 하고 생각한다.


드디어 21일째 되는 날, 윤영은 뛸 듯이 기쁘다.


'그래, 나를 봐. 나 최윤영이야! 한다면 하는 인간, 한 번 독기 품으며 해내는 게 나야.'


"아들, 봤지? 엄마 기억력 향상 프로젝트 21일 성공이다. 이래도 엄마 한테 병원 가라고 할래?



"엄마. 어제 엄마 21일 프로젝트 성공했다고 한 거 기억 안 나우?
아휴, 그냥 병원 가봐요. 요즘 이런 거 흠도 아니에요."



음?.. 이런 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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