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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하루

by 마음돌봄

상상하기, 내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다.

상상력이 뛰어나거나 창의력이 좋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생각만 하다가 마치 실제로 이뤄진 듯한 착각에 산다. 그러다 종국엔

으악 이뤄진 게 없었네 하고 깨닫는다고나 할까.


가장 큰 시작은 자녀 영어 교육 성공기나 원서 중심 공부방 관련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수많은 정보와 희망찬 작가들의 책에서(실제로 그녀 혹은 그들은 성공한 케이스였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과 함께 머릿속에서만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상상과 현실은 간극이 꽤 컸고 특히나 내 아이들과의 관계성은 그다지 훌륭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학생들에게도 열심히 적용하면서 느낀 건 역시나 내 자식은 내 맘 같지 않다는 것. 친자 감별법이 별게 아니라는 것. 기분이 낙하하는 자이로드롭 같은 날엔 영어 티처로서의 자존감에도 가뭄에 땅 갈라지듯 마음에서 쩍쩍 소리가 났다.


남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 원하는 걸 상상하고 외쳐보자.

책을 출간하고 싶어서 원고를 쓰면서, 투고를 하고 출판사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전화가 오는 상상, 계약을 하는 상상 등 수많은 상상을 했고, 본인 출판사를 홍보해 달라는 이상한 역제안을 받거나 대형 출판사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지만 흐지부지 끝났었는데 결국 소원대로 출간 계약이 이루어졌다. 어찌 보면 이건 나의 대단한 능력이라기보다는 엄마의 기도와(감사합니다 어머니) 나의 간절한 그것이 이루어낸 콜라보, 출판사 대표님의 희생(?), 초보 작가에게 좋은 기획 제안을 해준 덕분이다. But, 간절히 바라고 염원하고 외치는 마음이 나 자신에게 향했을 때 효과는 더욱 크다고 느껴졌다. 타인을 애써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쉽게 변화할 수 있는 나를 바꾸는 것. 그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간절한 염원도 가끔 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면 시스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1일 1 글을 쓸 거야, 소설을 쓸 거야.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 요즘 미라클모닝과 비움을 위한 단톡방에 참여하면서 틀이 잡혀가는 느낌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루틴대로 살기 위해 애쓰고 아직 정리와 비움 초보이지만 하루에 한 품목씩 비워가면서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낀다. 다이어리를 쓰는 것도 다이어리방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서 모임도 글쓰기 모임도 계속하는 것도 비슷한 온도와 호흡을 가진 사람들과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 아닐까. 끌어주고 당겨주고 다시 일어서게 해주는 그런 힘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의 시스템임을. 그 안에 있다면 어떻게든 혼자 일 때보다 더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라는 뿌듯함까지.


내년 다이어리를 일찍 준비하면서 시간 관리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이미 필사를 하면서 '기록'이라는 키워드에 상당히 꽂혀있다. 필사 시간이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언 일기, 다이어리 정리, 일기 쓰기 등 기록하는 하루가 꽤나 중요해졌다. 3p바인더를 통해 시계부도 작성해 볼 계획이다. 상상을 하면서 종이 위에 쓰는 기적을 다시 만들어봐야겠다. 생각과 기록, 평범한듯한 아무 하루의 힘이여 다시 한번.


max-saeling-_CGxNOLM1gQ-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Max Sa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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