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개구리 인간인가?

나는 왜 항상 반대편에 서게 될까

by 잡생각 수집가

나는 내가 중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어느 한쪽 말만 듣기보다는,

늘 반대편 논리를 한 번 더 떠올려보는 편이라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건 중립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청개구리 ㅋ


얼마 전 어머니 차를 사기 위해 매장을 몇 군데 돌아다녔다.

나, 아내, 어머니. 이렇게 셋이었다.


선택지는 단순했다.

중형 세단이냐, 대형 세단이냐.


어머니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그냥 끌고 다니기 편한 걸로.”


딜러는 분명했다.

대형 세단이 좋다고,

요즘은 이 정도는 타야 한다고.


아내도 자연스럽게 그쪽 의견에 가까웠다.

“넓고 편한 게 좋지 않냐”는 쪽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중형 세단의 변호인이 되어 있었다.


“골목길 생각하면 작은 게 낫지 않아?”

“주차도 그렇고, 운전도 편할 거고.”

“어머니 혼자 타실 건데 굳이 크지 않아도…”


말을 하다 보니

나 스스로도 놀랐다.


내가 중형 세단을 더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이미 사람이 몰린 쪽의 반대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상황이 뒤집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중형 세단 쪽으로 마음을 굳히자,

이번엔 아내 혼자

대형 세단을 고집하는 구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때,

나는 또다시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겼다.


“그래도 대형이 승차감은 확실히 다르지.”

“내부 넓은 것도 무시 못 해.”

“한 번 사면 오래 타니까…”


이번엔

대형 세단의 논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취향이 바뀐 게 아니다.


중형이 좋아졌다가,

대형이 좋아진 게 아니다.


그저 사람이 적은 쪽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비슷한 장면은 꽤 많다.


누군가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보험 상품은

왠지 더 의심하게 되고,

호객행위가 시작되는 순간

아무리 좋은 조건이어도

일단 거부감부터 든다.


이걸 두고

나는 한동안 ‘중립적인 사고’라고 불렀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중립을 지키는 사람이기보다는,

균형이 깨지는 순간 불편해지는 사람에 가깝다.


한쪽으로 쏠린 목소리가 생기면,

자동으로 반대편에 무게추를 하나 올려놓는 사람.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사람.


문제는,

그게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반대편에 선다고 해서

더 공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수 의견을 의심한다고 해서

항상 더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방식일 수도 있다.


“나는 휩쓸리지 않았어.”

“나는 한 번 더 생각했어.”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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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판사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배심원석에 가만히 앉아 있기엔

너무 불안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 일어나서,

반대편 자리로 옮겨 앉는다.


그게 청개구리 심보든,

사고 습관이든.


아직은 정확한 이름을 못 붙였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나는 중립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쪽으로 계속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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