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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Feb 07. 2023

죄를 지었음에도 성스러운 이유.

영화 <성스러운 거미> 리뷰


이란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던 희대의 연쇄 살인마 '사이드 하네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성스러운 거미'가 2월 8일에 개봉한다. 영화가 만들어질 때도, 만들어지고 나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이 영화는 이란의 현실을 빼곡히 담았다. 영화의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순간이 담겨 관심이 없었다면 그저 스쳐 지나갈 이야기에 불과했을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모두가 외면한 참혹한 그들의 현실과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란 사회를 맴돌고 있는 혐오를 마주할 때이다.



살인의 시작.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생계를 위해 거리에 나서는 어떤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도 대항할 수 없었다. 가난에 의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을 해야만 했던 그녀는 무력함을 반복해서 느낀다. 타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자신의 일을 하던 그녀는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반면, 그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익숙하게 주변을 정리했으며 자신의 행한 일이 숭고한 성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순교자의 도시라고 불리는 마슈하드는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이다. 그곳에서 여성이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담한 연쇄 살인마, 일명 거미는 언론에 자신의 만행을 제보하며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경찰의 소극적인 수사와 옹호적인 여론의 모습에 사건이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여성을 겨냥한 살인은 계속된다. 유일하게 살인마의 뒤를 쫓는 건 저널리스트 '라히미' 뿐이었다. 과연 그는 성스럽다고 여겨지는 거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를 허락하는 사회

저널리스트 '라히미' 뿐만 아니라 이란 사회의 여성들은 사소한 것에도 검열을 받아야 했고 히잡을 반드시 써야 했다. 온몸을 가리고도 범죄를 막을 수 없었던 사회는 범행을 저지르는 남성을 통제하지 않고 여성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렇게 국가가 묵인하는 사이 벌어진 살인 사건은 더욱 대담해졌고 이유를 붙이며 정당화했다. 그가 떳떳할 수 있었던 건 정상적이지 못한 사회의 통제 시스템에 의해서였다. 이처럼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들은 혐오를 행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받고 혐오를 대물림한다. 그가 죄를 짓고도 성스러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를 허락한 사회에 의해서이다.  죄의 무게는 감히 인간이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은 존재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는 것들이 바로 종교 분쟁이다.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간의 분쟁이 일어나고 이것이 전쟁으로 번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극단'에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새 쌓인 편견이 당연함으로 이어져 불투명한 시야를 쌓아 올린다. 하지만 불투명한 시야는 그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신성모독이다. 끔찍한 폭력의 대물림이 지속됨에도 결코 멈추지 않는 이 폭력은 진정 신을 위한 것일까.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짐승이나 다름없다. 이들이 비는 것이 신이고 신에 의해 이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

끊임없는 추적 끝에 밝혀낸 범인은 세 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자 참전 용사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던 그는 연쇄 살인은 종교를 이유로 행했다고 밝힌다.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던 그의 변명에 동정 여론이 일기 시작하며 무죄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모순된 사회의 분위기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형성한다. 정말 다행히도 사형이 집행되면서 영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그가 누리는 평화가 모두 깨지길 바랐던 마음이 편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장면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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