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리뷰.
한재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2024년 10월 17일 개봉한 영화이다.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왓챠가주목한장편상을 수상했다.
태권도 국가대표 전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주영은 체급을 올리기 위해 힘쓰지만 쉽지 않다. 언제나 연대책임을 져야 했던 것만큼 동료 태권도 부원들은 코치에게 단체기합을 받는다. 그로 인해 태권도 부원들은 주영에게 억지로 빵을 먹이고, 주영은 그 상황에서 겨우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곤 주영은 롯데리아 아르바이트생 예지에게 친구 민우의 고백 쪽지를 대신 전해주고 집에 가던 길, 동료 태권도 부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다. 버거 사은품인 장난감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온 예지 덕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던 중, 승부조작 사건을 겪으며 태권도를 그만두게 된다. 그때 마침 어머니의 청소년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인해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폭력이 만연하던 그 시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좋지 않은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는 직접적인 폭력에 대한 장면이 꽤 노골적으로 나오는 편이다. 물론 비판의 의도로 담은 장면이겠지만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이 고통스러웠다. 비판을 담기엔 작위적인 상황이 눈에 거슬렸고 주제 또한 얕았다. 물론 폭력적인 시대상을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 수 있었지만 표현 방식이 세심하지 못했다. 좀 더 신중한 연출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여름보다 뜨거운 소녀들의 사랑을 담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종말을 두려워하는 시대에 서로를 만나자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생략되어 있지만, 그들의 표정을 통해 우리는 그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사랑은 개연성 없이 피어난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들은 그들의 사랑을 숨기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애인발견'이라는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가 맴돈다. "사람들은 너를 몰라 안경 너머 진실을 봐. 어리숙한 모습뒤에 천사 같은 네 영혼을 나 밖에는 아무도 모를 거야"
영화 속은 분명 천국이 아니다. 세기말의 폭력과 부조리함이 당연시되는 현실에서 어른들은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다. 어른들의 방관은 부재와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연대'의 힘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또 지킨다. 그들의 노력이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대물림 하지 않을 세기말의 폭력, 방관, 무관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천국을 만들어내는 소녀들의 모습이 잔상깊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