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 마이트> 리뷰
20분 뒤, 미국의 전역을 흔들 미사일이 떨어진다는 경보가 울린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상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과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로 분주하다. 어쩌면 국가 전체가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이 사실은 소수의 정부 관계자들에게만 공유되고 있었다. 혼란을 빚을 수도 있는 이 상황이기에 다수의 일반시민에게는 알리지 않은 상태다. 수없이 많은 시물레이션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결책이 없는 가운데, 백악관과 고위관료들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했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 마이트>는 2025년 10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으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쟁의 상황과는 멀어진 현대에서 전쟁과 가까운 위기가 닥쳐오게 되면 어떻게 대응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극한의 시간 압박 속에서 '결정'해야 하는 상황과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20분이라는 이 짧은 시간 속에서의 판단이 이 나라의 수많은 생명을 구하거나 잃게 만들지도 몰랐다. 이미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듭했지만 그 과정을 실전에 적용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냉전 시대에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지만, 현대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아 더욱 어렵다. 작은 희생을 선택할 것인가. 수많은 생명을 구할 것인가.
냉전 시대를 지났지만 그 어떤 나라도 전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미국이 주도한 평화는 여전히 불안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며 직접적인 무력 충돌 대신 무역전쟁, 외교적 압박, 정보전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 간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 영화에도 실제 러시아와 북한과 같은 나라가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게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엔 부담이 크기에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신중하게 움직인다. 경계에 뒤로 물러서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외교가 빛을 발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조금은 치열하게 등장하길 바랐던 '정쟁'은 20분이라는 급박한 상황인 만큼 아주 짧게 등장한다. 정쟁보다 더 중요한 건 다수 국민의 희생을 막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에 대응하기 위해선 러시아와의 문제도 고려해야 했고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 부분을 3부에 걸쳐 반복하며 이러한 상황이었구나를 복기시켜 준 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또한, 이들에겐 각자의 가족과 지켜야 할 사람이 있지만, 이들은 그보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국가를 지키는 일이 곧 가족을 지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 최후를 맞이할 준비, 동료와의 이별을 마음속으로 준비하는 모습에 묘한 절망감을 느낀다. 대피하는 소수의 정부 관계자들과 망연자실한 고위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평화롭게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비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아는 것이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그 잔인한 질문이 스친다.
영화는 미국 내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어떤 국가가, 어떤 이유로 이러한 위기를 만들었는지는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결과마저 관객에게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3부에 걸쳐 같은 상황을 반복해 보여주는 방식은 세밀하고 흥미롭지만, 긴장감을 일정 부분 분산시키기도 한다. 관객은 그저 추측하고 대응하는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라는 제목처럼 어쩌면 우리는 다이너마이트를 끌어안은 채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서로를 향한 경계, 불안감 그리고 혐오로 번져 엉망진창의 세상을 만들어내었다. 끝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전쟁의 ‘적’이 외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외부의 적을 설정해 내부의 문제를 덮는 방식으로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이 세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