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이야기

마음을 열다

by 민돌

어학연수 후 첫 금요일, 선생님과 “Have a nice weekend!” 인사를 주고받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멋진 불금을 보낼 장소를 찾다가 학원 근처 한국 치킨집을 발견하고 엄마를 꼬드겨 밖으로 나갔다.

간단히 맥주 한 잔 마실 생각이었지만, 오랜만의 술이라 그런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며 평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가 쏟아졌다.

한국이 아닌 낯선 곳이다보니 평소와 다른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지금의 내 모습과 생각을 털어놓았다. 얼룩진 어린 시절의 기억,

어두웠던 과거의 나,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현재의 나에 대해 말했다.

엄마는 내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는지 “잘 모르겠네”라고만 하셨다.


나를 걱정해줄 줄 알았던 엄마의 반응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식을 위해 회사에 다니며 일하고 돈을 벌어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주었는데,

그 결과물인 내가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니

엄마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에게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전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단 한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나를 무조건 사랑해준 사람이 있었어. 그게 엄마야. 그 사랑 덕분에 내가 이만큼 컸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속에 넣어둔 말을 부끄럽게 꺼냈다.


그날 밤, 맥주 한 모금과 치킨 한 조각 사이로 한국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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