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고등학교 때였어요. 친한 친구가 왜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리코더' 생각이 났어요.
"나 교실에서 아이들이랑 리코더 불고 싶어.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래."
그 날의 날씨, 온도, 분위기 모든 것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말이 씨가 되었던 것일까요? 작년과 올해 음악 전담을 맡아서 그야말로 원없이 리코더를 불고 있어요.
사실 초임 시절부터 담임을 하면서도 리코더를 잘 지도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지라 다양한 교재를 다 사 보았답니다. 교보문고에 가면 음악 코너에 악보만 파는 구역이 있거든요. 거기에 서서 리코더라는 검색어가 들은 모든 교재를 다 훓어보고 찾아봤어요. 이렇듯 리코더 악보를 모으는 건 거의 수집에 가까운 취미가 되었답니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악보집은 한 일본 작곡가가 만든 '비행선의 여행'이라는 리코더 곡집이에요.
이게 왜 좋은가 하면 단계별로 아이들이 쉽게 운지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반주가 기가 막혀요. 아이들은 '도'만 계속 불고 있는데 반주가 엄청 화려한 고급 기술이 들어가서 마치 멋진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예전에 '야마하 음악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영유아들 대상으로 오른손만 몇 개 치면 전공자 선생님이 기가 막히게 왼손 반주를 해 주는 그런 시스템과 유사하답니다. 소프라노 독주 및 2중주 악보가 쉽고 재미있어서 학예회 프로그램으로 그만이랍니다.
한국 바로크 악기사 온라인 쇼핑몰에 가면 아울로스 출판사에서 나온 파트보와 총보, 반주보를 모두 구매할 수 있어요. 물론 간단한 곡 몇 곡들은 유튜브에서도 만날 수 있답니다. 일본 작곡가 平島 勉 이 분의 리코더 연주곡집 참 좋은 것 같아요.
참고로 서초동에 있는 '한국바로크악기사'에 가면 교보문고와 또 다른 다양한 리코더 악보를 만날 수 있답니다. 여기는 악기도 구경하고 심지어 불어볼 수도 있고, 악보도 살 수 있는 리코더 사랑방같은 공간이에요.
저 역시 콘트라베이스 리코더를 여기서 처음 구경했답니다.
리코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이지요. 플라스틱으로 된 리코더에서 목관 리코더로 업그레이드 할 때 아래 영상에 있는 박광준 실장님께 무척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소프라노 리코더만 알고 살아왔던 세월이 수십년인데 난생 처음 알토리코더를 접하고, 다양한 리코더가 있다는 걸 알게 된게 불과 4-5년 전 이야기네요. 리코더의 세계는 참 넓고도 심오하더라구요. 무엇보다 멋지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