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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Sep 19. 2023

비문증이 내게 온 이유

임현수 목사의 책을 잊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일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지만, 그것은 눈에 드러났기 때문이지, 물밑으로 서서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

내 눈에 나타난 현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날을 기억한다. 한국에서 사온 임현수 목사의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책을 틈틈이 읽다가 마저 읽게 되었다. 조용한 시간이었고, 앉은벵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책 내용이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딱히 그래서가 아니라 눈에 문제가 있는듯이 느껴졌다. 그래도 끈질기게 앉아서 책을 들고 고개를 뒤로 젖혀서 읽다가, 바닥에 내려놓고 눈을 내려깔고 읽기도 하면서 마지막 한장까지 마저 읽었다.


임목사가 기나긴 감옥생활을 보낸 2년 7개월간의 이야기와 더불어 북한선교의 필요성, 통일에 대한 기원 등에 마음을 보태며 읽고나서, 일어서는데 눈앞에 무엇인가 작은 스크린이 비치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한 스크린이라고 해야하나? 


그 스크린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 눈을 돌리는 곳으로 그것이 따라왔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더니 그것이 "비문증"이라 불리는 증상이란다. 그래서 좀 검색해봤는데, 날파리라는 뜻의 비문은 눈앞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것과 같아서 비문증이라는 용어가 붙었다고 한다. 눈 유리체안에 부유물이 생겨 그것이 무엇을 볼때 그 부유물을 함께 보는 일종의 눈의 노화현상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날인가, 파란 하늘을 봤는데, 하늘에 깨알같은 물방울들이 넓게 퍼진 것을 보게됐다. 게다가 하늘에는 없는 먼지덩어리같은 것도 보이고. 내 유리체안에 끼어들지 말아야 할 것이 끼어든것이 확실했다. 이제는 맑은 하늘을 볼수 없게 된 지경이 된 것이다.


한국과 캐나다라는 두나라에 걸쳐있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민디의 모노비전" 매가진에 글을 이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적어놓았던 글을 보면, 나의 눈 수술 이후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그것에 대한 자랑이 있었는데, 이렇게 눈을 버려(?)놓으니, 이젠 어디에서 그 자랑을 찾을 수 있나 싶다.


두번의 라식수술을 했던 나의 왼쪽 눈에 문제가 생겼는데, 이것이 수술 후유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천천히 진행되어온 눈의 노화가 장시간 독서를 통하여 드러나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원인은 어떻든 이제는 남이 보지못하는 것들을 보면서, 깨끗한 눈이 아닌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혼란스럽다. 


하나 확실한 것은 임현수 목사의 신앙의 결정체인 그의 책을 결코 잊지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북한 억류와 노동일을 하면서 홀로 살았던 그 기록, 하나님이 함께 하신 그 여정은 그가 아니면 아무도 감당하지 못했을 일이었다는 것도. 다른 모든 이야기들 중에 한가지만 나누자. 


북한사역을 위해 북한을 자주 방문했는데, 어느 할머니가 목사님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분은 38선이 나뉘기전에 큰아들과 남쪽에 내려왔다가 생이별한 분이었단다. 오랫동안 북한의 가족들을 수소문해왔는데, 딸의 친구가 원산의 한 호텔에 있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그분은 편지와 돈을 목사님께 주면서 찾아봐달라고 했지만, 그런 사적인 만남이 거의 불가능한지라,  정중히 거절했단다.  그 할머니 말씀이 이것을 위해 "50년간 새벽기도를 해왔다"는 말씀에 주신 것을 가지고 북한에 갔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국수공장 세워주는 일이 잘 마무리되어서 간부들이 남은 시간 금강산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 길로 가는 중에 차가 고장났고, 하룻밤 묵었던 곳이 할머니의 딸의 친구가 일하는 곳이었단다. 새벽에 도착한 일행은 7층 숙소에 배당받았는데, 그 7층 데스크에서 잠자던 사람이 딸의 친구였다고 했다.


목사님은 예수를 영접한 윤동무라는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 사람이 새벽 2시30분쯤 주소 하나 들고 찾아나가서 딸을 찾아냈고, 새벽에 간부들과 일행이 잠깐 산책나간 사이에 그 딸을 5분간 볼수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편지와 돈을 주었고, 나중에 윤동무를 통해 군의관이 된 아들 소식도 들을 수 있었고, 전화통화까지 할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도 믿지않는 사람들에게는 우연의 일치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심금을 울리는 무엇이었다. 50년간의 새벽기도와 자녀들을 사랑한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분명하다.


임목사의 간증을 통하여 하나님이 우리 민족들에게 이런 큰 고난을 주신 것도 이유가 있을터, 통일이 될 그날에 대한 소망을 포기하면 안될 것이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역시 통일에 대한 어떤 행동도 하고있지 않으니, "잊을 수 없는" 증표, 비문증을 내게 선사하신 것이 아닌가싶다.





두번째 내게 닥쳤던 일은 뒷목이 뻣뻣하고, 형용하기 어려운 두통이 찾아왔다. 그것은 남편이 한국으로 떠난후 비문증과 함께와서 당황했다. 남편이 곁에 없는데 쓰러지면 어쩌나, 이런 것이 뇌출혈의 증후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밤에 잠도 잘오지 않았다. 이틀째 밤에 드디어 왜 두통이 왔나 생각이 미쳤다. 바로 커피 때문이었다.


몇달전에 커피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그랬는데 다음날 머리가 아파왔다. 하루 온종일 아프더니 그 다음날부터 괜찮아졌다. 그래서 커피 안마시기를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자유롭게 마시기도 하고, 마시지 않기도 했었는데, 최근 또다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남편은 혼자 커피 마시는 것이 좀 심심한지, 내게 한잔씩 권하곤 해서 그렇게 해왔다. 남편이 집에 없는 사이 다시 커피를 건너뛰었는데, 그렇게 메가톤급 두통이 찾아온 것이다. 이것을 생각해 낸 후 그 다음날 커피를 다시 마시기 시작했더니   다시 두통이 없어졌다.


그래서 알게 됐다. "중독"의 그 막강한 힘을. 중독인지도 모르고 중독된 것이라는 걸. 커피는 하루 한잔 그 정도로 마시는데, 어느날 아주 쓰고  맛이 없게 느껴져서 끊었었다. 지금도 입이 커피를 찾지는 않는데, 머리가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며칠 동안 두통을 참아내면 다시한번 끊을 수 있긴 한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다. 현재 마시고 있는 헤이즐향이 나는 커피가 내게는 조금 순하고 좋은 것 같다. 설탕, 크림은 넣지않고 블랙으로 마신다. 오늘 아침에도 잊고 있다가 물을 포트에 끓였다. 매일 아침 커피를 타주던 남편이 없으니, 이것 조차 자꾸 잊어버린다.




비문증을 앓게 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을 많이 마시고,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있는지조차 잊게 된다고 한다. 때때로 비문증이 심각해져서, 유리체안에 있는 얇은 막이 통째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바로 그때 섬광같은 번쩍임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진행속도가 빠르기에 그럴때는 응급실에 가서 바로 레이저를 쏘여야 된다는 말을 친구로부터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정의도 지금 내 정도의 상황이면 검안의에게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상태를 확인하고 시간이 지나면 눈이 적응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글을 시작하고도 또 며칠이 흘렀다. 벌써 조금씩 적응되어 크게 불편하지 않다. 누군가는 더한 병을 앓으면서도 속삭이며 이야기하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을 떠벌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몸에 나타난 이상징후들은  드러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맞고, 그래야 견디는 힘이 생긴다. 많은 조언도 들을 수 있고. 


며칠전에는 많이 아팠던 친구가 조금 회복하여 함께 걷는 기회가 있었다. 그녀와 어떤 문제에 의견이 달라서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하면서 조금 속상(?)했지만, 또 그녀가 그만큼 회복되어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그것조차 감사했다. 그녀의 회복속도에 따라서 앞으로도 더 많은 설전이 오고갈 것이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신앙의 길에 대해서. 정말 하나님은 우리 모두를 다르게 지으셨구나, 감탄하면서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몸이 더 회복되어 치열하게 우리가 싸울수 있게 됨을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의견에서 합일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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