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낳기 전이 제일 편했다

(4) 진정한 워킹맘의 시대는 이제부터

by 밍지뉴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다시 글을 쓰러 돌아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던 이유는 근 2년 간 한 번도 새로운 글을 업로드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늘어나는 라이킷 수와 구독자 수 때문이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쓰는 글일지 몰라도 누군가는 좋아하거나, 관심을 두고 읽거나, 또 아주 만약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열심히 써봐야지, 하고 메모장에 열심히 끼적여놓기는 했지만, 그걸 다 제대로 된 글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쟁과 같은 하루를 생각하면서 눈을 뜨고, 밥을 하고, 밥을 먹이고, 옷을 절대 안입겠다는 아기를 쫓아다니면서 옷을 입히고 등원을 시키고 출근을 하면, 숨도 쉴 시간 없이 일이 쏟아졌고 하루에도 열다섯통이 넘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겨우 겨우 퇴근을 하면 다시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나도 쓰러져서 잠들었다. 숨을 돌릴 시간이 없었고, 조용히 생각을 하거나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은 더욱 없었다.


KakaoTalk_20250318_151342943_04.jpg


나는 처음 브런치를 직장인인데 로스쿨을 가고 싶어하거나, 로스쿨 재학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가장 최선의 결과를 내고 싶어하는 재학생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로스쿨 입시가 생각보다 많이 바뀌고, 로스쿨 내에서의 생활도 많이 바뀐 것 같아 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전혀 바뀌지 않을만한 것들은 시간을 내서 써보려고 한다(워킹맘으로서의 애환만 업로드하지는 않을테니, 그래도 계속 읽어주십사....).




나는 이제 엄마가 되었다. 아직 세돌이 되지 않은 아이를 키우면서 이 험한 서초동에서 일하고 있다. 실제로 워킹맘 변호사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들을 조금 적나라하게 적어볼까 한다.


1.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 거의 불가능하다.

몇몇 대형펌이나 대체가능한 인력들이 있는 로펌을 제외하고는 서초동에서 출산휴가를 주거나 육아휴직이 가능한 곳은 거의 없다. 특히 송무를 하는 변호사들이라면 대개 파트너 변호사에 딸린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에 자신이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빠지게 되면 실제로 그 팀에 일할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통은 출산휴가가 아닌 출산때문에 퇴직을 권고 받는다.


나의 친구에게도, 나의 동기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아직도 여기는 결혼을 하고 아직 아이가 없는 변호사가 입사를 하겠다고 하면 출산계획을 묻는 곳이다. 그게 잘못되었다기보다, 일반적인 회사와는 달리 그 변호사가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 빈자리를 채워줄 다른 사람을 구하는 방법은 새로 채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2. 다만 재취업은 상대적으로 쉽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자격증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가 이것이겠지만,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재취업이 쉽다.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사실 재취업 단계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연차가 어느 정도 되면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로 입사하기보다는 개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재취업 자체가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연봉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사내변호사로 갈 수 있는 방법도 많다.


3. 일하는 시간은 유동적이다.

다른 워킹맘에 비하면 변호사인 엄마는 사실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생각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건 연차에 따라,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9시부터 6시까지 일해야 하고, 연차를 사용하기 어려운 다른 엄마들에 비해 유동적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많은 시간들이 유동적이지만, 변호사 엄마는 절대 뺄 수 없는 시간들이 있다. 재판이나 조사일정과 같은 것들은 거의 절대로 변경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날 아이가 아프다거나 아이와 관련해 어떤 일들이 생기게 되면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게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


보통은 아이를 등원시켜놓고 바로 일을 하러가고, 퇴근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퇴근한 뒤 아이를 재워놓고 급하거나 공들여 써야 하는 서면들을 쓴다.



일하면서 많은 여성 후배변호사들을 본다. 대부분 미혼이다.

그리고 많은 여성 로스쿨 지원자분들도 본다. 대부분 미혼이거나 학생이다.


글쎄. 내가 겪은 변호사업계는 딱히 여성에게 친절한 곳은 아니다. 실제로 출산을 앞두게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들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는, 그 직업 자체보다는 그 직업을 유지하면서 내 가정을 잘 꾸릴 수 있는지, 나는 얼만큼 욕심을 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개업이 꿈이고 내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겠냐마는 조직문화나 안정적인 생활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어쏘시에이트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0년이고, 그 이후에는 내 살길 내가 찾아야 하고, 그러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스로 상상하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의 모습은 변호사로서의 타이틀을 달고 10년 까지의 모습에 불과하다. 그 10년 이후는 어렵더라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병원은 왜 항상 갈 때 마다 시험보는 기분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