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혁 시집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현대문학, 2019)을 읽고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책을 읽어 갈수록 삶을 사랑하는 모습들이 발견된다. 작가의 시에 진짜 눈물 같은 슬픔이 있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슬픔을 발견하고 눈물을 발견해 내고, 그 슬픔이 슬픔으로 눈물로 끝나지 않고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찾아 읽는다.
김상혁 시인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9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까지 총 4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첫 번째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에서 젊기에 자유분방하고 과감하고 대담한 표현들이 무언가 힘이 느껴진다. 두 번째 시집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에서는 듣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한다. 기쁨과 슬픔으로 버무려져 있는 시집이다.
세 번째 시집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은 다정하고 여유 있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감정과 사유도 달라져서 시집의 특성들도 바뀌었겠다고 생각된다.
「당신은 당신에게 잘못할 수 없습니다」에서
저렇게 반짝이는 어떤 풍경 속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을
카페에 앉아 있는 어느 소중한 휴일에
그 카페에 앉아 있는 자기밖에 머릿속에 떠오르
지 않을 때
큰일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을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당신과 다
른 얼굴 앞에서
비밀도 슬픔도 없이 그럴 수 있습니다
― 「당신은 당신에게 잘못할 수 없습니다」 부분
나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책을 추켜들거나, 무언가를 끄적일 때, 뭔가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갉작갉작 걸리는 서늘한 마음들이 있었다. 이 시집의 위의 시를 읽으면 “그래도 된다”라는 위로가 만져질 듯 들어차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내를 지나 양을 지나 염소를 지나……」에서 인용.
“나와 별 사이의 거리를 살아 있는 것들로 채우고”,
“빛나는 별을 향하여 생각이 간다.”,
“별을 빛나게 하는 생명에 대해 빼먹은 생각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별과 나를 동일선상에 놓고, 그 거리를 생명 있는 것들로 채워 보겠다고 한다. 얼핏, 그 거리가 멀어서 채우기 어려운 일이라 짐작되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한다. 작가는 세상과 삶과 사람과 자신으로부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별까지 쌓을 만큼 무한정 사랑하는 것이다. 슬픔을 표방하는 시집이지만, 작가는 지극히도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시집의 곳곳에서 “결국은 사랑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다.
「두 번 만난 친구에게 벌써 섭섭해지는 시간」에서
모든 순간을 ‘시간’이라는 단어로 쪼개서 표현한다.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시간으로 나눠서 말하고 있다. 그가 시 창작시간에 늘 주장하던 ‘구체성’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도 이 시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겨우 두 번 만난 친구를 기다리며 슬픔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웬만한 일에는 눈물을 보이지 말고 사랑하는 것들에 기대서 살아보자고 말한다.
작가는 열일곱 시간의 비행에서도 옆에 앉은 이가 불편할까 봐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는 말을 라디오에서 들었다. 그런 사람이기에 분명, 약속도 철저히 지키는 사람일 것이다. 조금 늦는 친구를 기다리며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작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슬픔에서 빠져나와 얼른 “빛보다 빠르게 나의 생각에 빛살을 거슬러 오르는 시간”이라고 말하며 슬픈 감정을 털어 내고 희망으로 돌아선 그의 성향이 밝다.
시와 수필로 엮이는 비교적 얇은 시집인 PIN 시집인 이 책도 작가의 에세이가 한 편 실렸다. 밝고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에세이에서 개인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새우도 안 먹고, 풍뎅이도 못 만지는, 벌레를 싫어하고, 꽈배기를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도 귀엽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과 함께 있는 공간을 좋아하고 그 장소와 이름마저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밤이 오면 수도 없이 많은 별이 빛나고, 낮 하늘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창창하고, 아침 공기는 너무나도 신선해서 머릿속을 한번 깨끗하게 씻어 낸 것 같은” 그 풍뎅이 길에 사는 그가 부럽다. 그는 위와 같은 풍광에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에둘러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공간이라서 그곳이 좋고, 풍뎅이길이라는 이름마저 좋아졌다고 한다.
시인의 시집을 세 권 읽고 난 지금, 나도 김상혁이라는 이름이 좋아졌다. 그의 네 번째 시집 『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는 알림이 뜨자마자 구매했다.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귀한 시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