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아쉬운 만큼, 한가로이 휴식을 취해도 될법한데, 와이프는 '이민 상담'을 받겠다고 집을 나섰다.
이민이라..
지난번에 차 타고 양양에 가면서 한 시간 정도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 친한 친구가 이민 상담을 받고 있는데, 본인도 관심이 있어서 조만간 상담을 받으러 갈 생각이라고.. 이전부터 관심 있었던, 미국이나 캐나다 쪽의 이민 상담에 관한 내용이었다. 내가 이쪽으로는 요즘 워낙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터라, '긍정적인 관심 혹은 질문'을 하지 못했고, 이 점이 와이프는 서운해서 결국 이상하게 대화가 종결돼 버린 기억이 있다. 오늘은 그날보다 조금 더 자세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얻어올 터인데,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
어린 시절엔, 나도 이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미국으로 Post-doc을 나가는 선배들을 보고 꿈꿨던 것 같다. 몇 번 건너가 본 미국의 넓은 자연과 무엇이든 여유로워 보였던 삶이 부러웠었다. 2010년엔가, 인터뷰 본다고 찾아갔던 클리블랜드의 CWRU에서 보았던 그 따듯한 햇살과 푸른 잔디밭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는 그곳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었고, 아이들에게도 좁디좁은 한국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나의 삶은 점점 무거워져 가면서 그런 로망도 점점 옅어진 것 같다. 30대에 꾸었던 꿈과 40대가 꾸는 꿈은 달랐다. 나이가 들 수록 더욱 현실적이 되감을 느낀다. 넓은 자연? 맑은 공기? 좋지.. 물론 좋지.. 그런데 무엇을 먹고살지? 어떻게 돈을 벌지? 외국에 나간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서, 동양인이 그곳에 갔을 때, 내가 보았던 그런 여유를 찾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큰 깨달음이었다. 아니지. 내가 보았던 여유가 아주 작은 어떤 단편일 수도 있겠다. 그곳 역시 치열한 경쟁 사회임은 매한가지이고 더구나 그 곳에서 나는 철저한 마이너리티가 될터였다.
또 하나는 코로나가 불러온 인종차별 문제. 회사 선배 가 아는 사람은 미국에서 어렵게 교수직을 받아 '아주 만족스러운'생활을 할 예정이었지만, 와이프가 인종차별 테러를 당한 이후 바로 귀국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환경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환경을 들이민다 해도, 마음 편히 살지는 못할 것 같다. 혹시나 와이프와 내가 열심히 일하여 수년 안에 FIRE족이 된다 하여도, 그곳이 그리 매혹적인 장소는 아닌 이유였다.
난 50대와 싱크로인가 ㅎㅎ
결국 이런저런 현실적인 문제 혹은 깨달음으로, 내가 이민은 "왜?"라는 물음표만 남은 단어가 되었다. 나도 결국 나이가 들며 보수적이 되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철이 드는 것일까. 와이프는 왜 여전히 이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밤 대화는 어떻게 평화롭게 윈윈 하며 끝낼 수 있을까. 답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