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동

점점 사라져 가는 동네

by 민하

[곳간]은 우리가 사랑한 곳을 담고, 함께 기억하려는 프로젝트다.
writer. 민하



우리 동네, 철산동을 소개한다. 서울 근교의 작은 동네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나무가 많아 사계절을 확연히 느낄 수 있고, 도시보다는 마을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인정 많은 동네다. 딱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 아파트 단지들은 이제 곧 차례로 재건축에 들어간다. 아파트 사이사이에 들어선 커다란 나무들도 아마 사라지게 될 거다. 사라지고 잊히기 전에, 사진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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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살던 아파트다. 두 아파트 사이의 큰 나무는 은행나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샛노랗게 물들고, 그 아래에 동네 아이들이 모여 은행잎을 주우며 놀았다. 어릴 때 흙을 파고 놀던 화단은 메워져 주차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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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슈퍼, LG슈퍼, 그다음엔 뭐였더라? 상가 이름은 계속 바뀌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으로 슈퍼를 불렀고, 모두가 적당히 알아들었다. 나도 늘 럭키슈퍼라고 부르지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이름이다. 횡단보도 앞에 지금은 과일행상이 있지만 겨울엔 군고구마 아저씨가 자리 잡곤 했다. 어릴 땐 돈이 없어 매번 입맛만 다시고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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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지로 건너오면, 나무가 정말 많다.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다. 나무가 건물보다 높게 솟아 둥근 나무 터널을 만든다. 늦여름까지 푸르다가 갈색으로 물들고, 눈이라도 펑펑 오는 겨울엔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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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지를 좋아하는 이유 두 번째, 집이 참 예쁘다. 주황색 예쁜 지붕을 가진 복층 집과 나무들이 그림 같은 곳이다. 오른쪽엔 큰길과 버스 정류장이 있고, 왼쪽으론 집들이 빼곡하지만 깊은 숲 속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특별히, 계절별로 찍어온 사진도 함께 소개한다. 가을이 지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고 꽃이 피고 지는 철산동 8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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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많은 철산동, 고양이들도 많다. 아깽이들이 태어나는 때가 되면 이렇게 귀여운 녀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아깽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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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소개에서 이 나무가 빠질 수 없다. [곳간] 프로젝트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동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나무가 그 프로젝트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를 돌아보고 사진 찍고, 사랑하게 된 계기라고나 할까.


https://brunch.co.kr/magazine/purlieus



지난봄, 여름, 가을, 지지난 겨울의 모습. 다시 겨울이 오면 또 사진을 찍으러 갈 거다. 신령이 사는 것처럼 큰 나무라 꽃이 피는 봄뿐 아니라 앙상한 겨울에도 멋지다. 이런 나무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아쉬워 더욱 자주 셔터를 누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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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뺑 돌아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성 상가 바로 옆에 있는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특히 고등학교는 상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점심시간이나 야자 전에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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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이라면 역시 이 불닭을 빼놓을 수가 없다. 외관은 고등학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의 성지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다. 오죽하면 학교 이름을 따서 '북고불닭'이라고 불렀을까. 원래 상호명은 불타불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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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 지금은 14000원이지만 그땐 12000원이었다. 세 명 혹은 네 명씩 불닭팸을 만들어 저녁 시간에 몰래 먹으러 오곤 했다. 예전엔 엄~청 매운 것 같았는데 맛이 변했는지 입맛이 변했는지 지금은 그리 맵진 않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몰래 학교를 탈출해서 먹을만한 맛이다. 불닭 다 먹고 밥까지 볶아 먹으면 진심 꿀맛! 겁나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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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층 확실한 콘치즈. 개인적으로 나는 콘치즈보다는 이곳 계란찜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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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북고 핫플레이스가 하나 더 생겼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생기다니! 하고 기뻐했던 훕훕베이글. 사장님도 이 동네에 사신다고 했다. 빵 냄새 폴폴 풍기는 아기자기 예쁜 곳, 은근 우리 동네와 어울린다. 요즘 북고생들은 훕훕베이글을 그렇게 먹는다고... 나도 자주 먹으러 간다. 종류별로 맛있는 게 너무 많다 8ㅅ8


%ED%9B%95%ED%9B%95%EB%B2%A0%EC%9D%B4%EA%B8%80.PNG?type=w1200 훕훕을 영접한 보라매 주민. 넘나 행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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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갈 때마다 보는 모교. 모두가 야간 자율학습을 해야 했던 우리 때와는 달리 야자 자율화(좀 우습다. 야간 자율학습 자율화라니..)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다. 야자 불빛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야자를 하던 고등학생의 나와, 이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사라지기도 할 거다. 하지만 우리 동네가 바뀌고 사라진다면, 그곳과 함께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돌이켜볼 수 없을 것만 같아 아쉽고 슬프다. 그래서 요즘, 더 자주 사진을 찍고 더 자주 추억을 돌이킨다. 꾹꾹, 남겨두고 기억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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