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흑석동 중앙대학교 (1)

더 많이 사라지고 변하기 전에, 담아두기

by 민하

[곳간]은 우리가 사랑한 곳을 담고, 함께 기억하려는 프로젝트다.
writer. 민하


이 프로젝트는 흑석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흑석동은 지금 재개발 중이다. 새내기 때였다면 '드디어 이 동네를 갈아엎는군!'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이 동네에 추억이 쌓이기 전이니까.


하지만 우린 5년 넘게 흑석동에 있었다. 매일 통학하기도 하고, 학교 앞 작은 방에서 자취생 라이프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다 좋아하는 밥집이 생기고, 자주 걷는 길이 생겼다. 어쩌다보니 이 동네에 정이 들어버렸는데, 지금 흑석동의 많은 곳이 사라지고 있다. 더 많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아끼는 곳을 [곳간]에 담아 공유한다. 함께 기억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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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중대 앞 가장 큰 거리다. 놀랍게도 이게 대로다. 처음 중앙대에 왔을 땐, 정말정말 실망했었다. H대앞 같은 번화가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두세명이 걷기에도 좁은 인도, 신호도 안 들어와 차 눈치 보며 건너야 하는 차도, 당장 70년대 영화를 찍어도 괜찮을 오래된 건물, 몇 개 없는 밥집, 그보다 더 없는 카페...

뭐 그래도 어쩌겠나. 다녀야지. 다니다보니 꽤 맛있는 밥집도 발견하고, 꽤 좋은 카페도 찾아내고, 좁은 인도를 오고가며 어깨 스치는 것도 다 정이려니 하게 되었다. 인간은 적응정의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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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니다보니 약학대도 세워지고, 꽤 넓은 광장도 생겼다. 아침수업이 있을 때 흑석역에서 내려 미친듯이 뛰어 올라가던 바로 그 곳. 점심시간이 되면 밥 먹으러 나온 학생들로 꽉 찬다. 점심시간에 친구를 만나려면 저기 우리은행 간판 앞이나, 조금 내려가 알파 앞에서 만나는 것이 좋다.


IMG_9445-8.jpg?type=w1200 가끔 생일맞이 입수 이벤트가 벌어지는 곳

유명한 청룡탕. 원래는 새파란색이었는데 조금 근엄한 색으로 새로 칠했다. 그런데 요즘 근엄한 색이 벗겨지면서 다시 본연의 새파란색이 슬쩍슬쩍 드러나고 있다.

어느 학교 연못이나 그렇겠지만, 청룡탕에 빠지면 에이즈빼고 다 걸린단 소문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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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옆 계단과 통학버스. 상도역에서 마을버스 1번을 기다리다가 통학버스를 발견하면, 그날은 마을버스 환승비 굳는 날. 경영경제대 건물 공사하기 전에는 학교 안을 빙 둘러 서라벌홀을 지나 교양학관 앞까지 모셔다 주는 친절한 버스였는데, 공사가 시작되고 1번과 루트가 똑같아져버려 아쉬웠다.

그라데이션 단풍!

도서관 옆 계단에서는 그렇게 CC들이 싸웠다. 싸우기 좋게 적당히 외진 곳이기 때문일까? 우는 커플, 아무 말 않고 노려보는 커플, 소리지르며 싸우는 커플 등등. 몇몇은 헤어졌을거고 몇몇은 아직 사귀고 있겠지. 이 계단을 보면 그 수많은 CC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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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식 건물이었던 중대 중도. 중도보다 많이 갔던 해방광장. 앉아있으면 선배 동기 후배 모두 만날 수 있는 사랑방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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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대생이라면 해방광장에서 토모카 커피 꽤나 마셨을거다. 우리도 마찬가지. 특히 나는 거울이 많은 토모카 인테리어를 좋아했다. 토모카는 어느 날 갑자기 보수를 한다고 문을 닫고, 그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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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많이 가던 곳은 뭐니뭐니해도 서라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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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방학 중이라 조금 음침..해보이지만, 학기 중에는 과방 온 사람, 수업 기다리는 사람, 그냥 지나가는 사람으로 조용할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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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집마냥 들락날락했던 과방. 밥도 먹고, 시험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고, 손님 맞이(?)도 하고... 진짜 집이 따로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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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홀 옆 법학관 지하에는 종종 학생들의 목소리가 붙는다. 이날은 계속된 학교의 교지 탄압으로, 언론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들이 붙어있었다. 자주 떼어져 나뒹굴지만, 그래도 꿋꿋이 붙는 자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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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학교에 다닐때는 그저 휙휙 지나가는 풍경이었는데, 한 곳 한 곳 눈에 담으려고 보니 왠지 애틋하기까지 하다. 후문에 내려 서라벌홀 수업 갈 때 정신없이 내려가던 계단도 뷰가 꽤 괜찮다. 지금 다시 9시 수업을 들으러 뛰어내려가라면, 그건 또 싫지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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