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써온 문장들이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오늘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가 참여한 공저 에세이 <나는 좋아하는 것만 남기기로 했다>입니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말을 이렇게 글로 적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그저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완전히 실감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마음속에 오래 머물던 생각들을 어디엔가 남기고 싶었습니다. 쉽게 말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 설명하기 어려웠던 순간들, 그리고 지나가 버릴 것 같아 붙잡아 두고 싶었던 마음들을 기록해 두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기록이 쌓이고 쌓여 이번 책에 담길 글이 되었습니다.
이번 책에는 제가 쓴 글 일곱 편이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에게 맞추며 살아왔던 시간에 대한 생각,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 조금씩 벗어나려 했던 순간들, 잊고 지내던 취향을 다시 발견했던 기쁨, 그리고 삶을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넸던 질문들까지. 아주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솔직한 이야기들입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붙잡고 살아갑니다. 해야 할 일들,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관계들, 어쩌면 이미 끝났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감정들까지. 그렇게 여러 마음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조차 흐릿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동안 저는 제 자신에게 자주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 사람일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들 중에는 사실 남의 기대에 맞춰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들도 있었고, 당연하게 붙잡고 있던 것들 중에는 이미 마음이 떠난 것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어쩌면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진짜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과 이제는 놓아도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씩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저는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삶은 무엇을 더 많이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남기기로 하느냐에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남기며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남기고, 누군가는 작은 취향을 남기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음을 남기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 선택이 아주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의 삶은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쓴 글들도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정답을 전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살아가며 느꼈던 마음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글입니다. 어떤 날에는 조금 단단해지기 위해 썼고, 또 어떤 날에는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썼습니다. 그렇게 쓴 문장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읽히고, 또 다른 문장으로 이어지면서 한 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과연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마음도 함께 떠오릅니다.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더라도, 어느 한 문장에서 잠시 멈춰 서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혹시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문장을 따라가다가
“나도 이런 마음이었는데.”
하고 잠시 멈추게 된다면, 그 순간만으로도 이 글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늘 혼자 쓰는 일이지만, 책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함께 글을 써 준 작가님들, 이 책을 세상에 나오게 해 준 많은 분들, 그리고 제 글을 읽어 주는 분들이 있어 한 권의 책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남깁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조용히 제 안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을 뿐이지만, 이제는 그 문장들이 책이 되어 누군가의 손에 닿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거창한 위로나 해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 속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 더 오래 남길 수 있는 용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문장만은 조용히 남기고 싶습니다.
오늘, 제 마음의 한 조각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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