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사람의효과_두 번째 인터뷰

블루포엣디티

by 로사 권민희

20180730 19:48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혁신을 이야기하다


대학로 씨어터 카페, <#낯선사람의효과> 공연의 아이디어를 처음 이야기 나눈 공간이다. 이곳은 다른 카페와 다르게 모든 음료 메뉴에 대해 예술가 할인을 적용한다. 아이디어를 이야기 나누었을 때 안무가 예효승은 명함을 챙겨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정가의 음료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아르코 초대 공연 <오피움>을 준비하는 이로서, 명함을 보여주었다. 할인율은 약 10%.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예효승의 무용단 '블루포엣디티'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었다. '무용가' 예효승에서 창작 집단을 만들어 가는 '대표' 예효승에 대한 관점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나의 관점은 고정되고 단면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차원적인 것일 때 더 유용해진다.


2018년 1월 SPEECH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모였던 한남동 카페. 추웠던 겨울에서 시간 이동이 된 여름의 풍경.

잠시 시간을 돌리면, 7월 28일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이 한남동 카페에 모여 공연에 대한 논의와 대화를 나눴다. 그곳에서 기획과 안무 콘셉트를 맡은 이들은 한결같이 기존의 작업과는 '다른'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다.


충분한 이야기가 흐르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준비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존재감과 의미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로 해석된다. 무용 공연이 낯선 '존재'들을 만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효승은 이 자리에서 "온라인에서의 시도가 정답은 없지만 하루하루 미션을 수행하며 살아가다 보면 '#낯선사람의효과'도 곧 마무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7월 28일 미팅 이후 SNS를 통해 서 접한 'JYP 2.0'이라는 제목의 강연 영상을 예효승에게 공유했다. 순수 창작과 상업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진 최근의 인식 속에서 블루포엣디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연결해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https://youtu.be/08257W8sdNs

아티스트에서 박 대표님으로~ 지난 20년의 시간이 만든 내공이 느껴지는 강연.




열정 없음에 대하여


오픈채팅방에서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관찰하면서, 상대를 높인다는 의미의 존댓말은 낯선 거리를 느끼게 하는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실제 대화 속의 높임말을 반말로 바꾸어보았다. 음성, 표정, 제스추어가 없는 글 속에서 낯섦을 덜어보는 시도인데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하다. (참고로 인터뷰이는 마칠때까지 존댓말로 이야기했다.)


예효승(이하 예) : 이게 나인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게, 연습을 하던 무엇을 직면을 하던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됐다고 생각을 하면 안 해. 연습도 그렇고 내 삶에서도 그렇게 목숨을 거는 일이 없다.


단 한번 있었다면 대학 시절에 동아콩쿠르에서 입상을 하기 위해 이 악물고 했던 경험이다. 1등을 해서 예술특기자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돌아보면 젊은 시절에 많은 특혜를 받았다. 1급이 정정당당하게 면제되었다. 그렇게 1999년도에 크게 인정을 받고 그때 이후 그만한 열정이 없었어. 낯설지만, 그런데도 살아있다 이 무용계에.(웃음)


열정이 없는데도 살아있고, 그럼에도 유럽의 세계적인 단체에서 꽤 오래 춤추다 왔어. 돌아와서 매해 지원금을 받고 공연을 한다. 이번에는 아르코 기획 공연까지 되었다. 이건 신청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살아온 증거이지 않은가. 그때 이후로 열정이 없는데 말이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나 스스로에게 불만인 부분이다. 늘 의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고 매사가 절실하지 않다. 내 삶이 그래 왔다. 이토록 삶이 순탄하게 지나온 것은 언젠가 큰 코 다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낳는다.


인생의 전환점이 생기면 또 다른 나로 살아갈 거 같은데 그걸 기다리는 게 불안하다. 선배가 집합을 걸었는데 내가 맞아야 될 순서가 곧 다가올 것 같은 느낌, 인생은 늘 그런 게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는 게 나는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예효승은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사람이면서도 대중이 정의하는 열정이라는 패러다임에서는 조금 비껴있다. 그의 솔직한 말은 열정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탐사하게 만든다. 우리는 외부의 기준에 맞춰진 열정에 길들여져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그는 2018년도, 지난 반년 간 가장 자주 본 사람 중에 한 명이 되었다. 지난 시간 동안 그를 보면서 성실한 태도와 끊임없는 자기 검증의 노력이 가끔은 보수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더랬다.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고 운용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니, 가끔 그가 느끼는 갑갑함과 책임감 역시 자유의, 열정의 한 부분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블루포엣디티가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은 '자주 얼굴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로 표현할 수 있다. '자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기존의 공연 질서, 기존의 안무의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니 흥미롭다. 우리가 만든 이 시간이 나비효과로 무용계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까.


별 것 아닌듯 하지만 공연을 만들면서 이렇게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드물다. 5년째 1인 단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이런 색깔이라고 단정 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색깔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분명히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블루포엣디티라는 단체가 고유명사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결과를 가지고 사고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업 방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 결과가 무용계에 이슈가 되었으면 한다. 많은 무용가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용계에서 예효승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단체는 인지도가 떨어진다. 이제는 사고를 한번 쳐서 이미지를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JYP 박진영의 강연을 보면 4~5년간 주가가 주춤해했다가 갑작스러운 상승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콘텐트를 정비하고 더 크게 테이크 오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공연이 블루포엣디티의 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차원으로 보는가?


글쎄, 존재하지 않는 색깔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생각지 못했던 색깔의 작품이랄까. 너무 어렵다. 무용 공연이라는 게. 말은 사고 치는 작품이라고 하고, 머릿속에 있지만 나는 무대에 끝까지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결국에는 관객들은 그것을 느낀다. 정황상 쫓기는 작품들,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 많았다. 이제 안무자가 깊이 사유하고 집중을 놓치지 않는 작품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은 제작진, 즉 어벤저스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없던 색깔의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내 역량일 테지만.


기존의 안무와 지금 안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작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낯선사람의효과'는 아주 긴 리서치 기간을 가지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게 적절한 작업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유럽에서는 사전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고 나서부터 연습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동시에 모든 게 시작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과물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이 분명히 결과물에 묻어날 것다.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무용가에서 안무가에서 변화한 시기 언제인가?


2011년 국내로 돌아오면서부터다. 국내 무용계 환경과 충돌이 있었다.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었는데, 백그라운드가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었다. 오랜 시간 유럽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보니 갈등이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어찌보면 잘나거나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무용작품을 만드는 프로세스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한 나라도 많다. 나는 유럽에서 워낙 좋은 조건의 단체 있다 보니까 비교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했었다. 또 여기선 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작품을 통해 그 과정을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기획과 연출의 모델이 있었다면 예술가들이 지속 가능한 열정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무용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결과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있다. 2011~12년도에 안무가로서 여러 실험을 거치고, 2013년도에 개인 공연을 하면서 블루포엣디티를 창단을 했다. 주관적인 결정도 있지만 외부적인 작용도 있었다고 말한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단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성장을 시켜야 하는 변곡점에 이른 것이다.


나는 무용수로 작업을 할 때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경험으로 터득하는 스타일이었다. 몸으로 경험하는 편이다 보니 안무를 할 때는 언어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무용수와 소통이 안되고 나만 알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방식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안무라는 것이 이론과 다른 것이다. 오랜 시간 컴퍼니 생활을 했던 것과 두 가지가 잘 병행이 되면 좋겠다.


나 역시 2010년 직장을 나와 창작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러한 관점에서 관찰을 하고 있다. 준비하는 이들 안에서 얽히는 관계들, 관객과 창작자 간의 막후의 요소들이 내가 살아온 프레임, 내가 살아온 요소를 넘어설 때 지속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편 예효승의 입장에서는 '#낯선사람의효과'에만 에너지를 다 쏟을 수 없다. 워크숍에 참가하고, 신작 <오피움>을 준비하고 또 집에 가면 생활인이 되어야 하잖는가.


내가 제일 힘든 게 그거다. 생활인. 나는 굉장히 가정적이다. 안무를 하고, 메모하고 정리하고, 가사활동까지 나를 한 단계 한 단계 정리해야 한다. 조율이 어렵다. 때때로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편하게 하는 능력을 배우고 싶다. 사람마다 재능이 있으니까. 오늘도 민희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상대방의 입을 열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지금 작업하는 무용가들과 인터뷰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각자가 작품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와 실제로 지각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면 그 간격을 어떻게 조율할지, 또 자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겠다.


무용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같은 어떤 요소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무용가들이 몸으로 표현해야 되는 사람들인데 이걸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잘 모른다. 훈련이 안 돼 있다.하나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그것을 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리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얼마나 이해하는 가에 따라서 문장으로 표현이 명확해진다.


지난 SPEECH워크숍에서는 언어를 표정, 몸짓으로 풀이했다면 이번에는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언어화 해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한편 예효승과 블루포엣디티를 연구하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JYP 사장님의 강연을 보니까 마케팅 홍보 영업 파트를 하나의 아티스트별로 TF를 만들어 움직인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집중과 몰입, 빠르게 소통하는 것과 모든 팀이 뮤지션에 대해 이해하는 수준의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사람의 효과'도 하나의 TF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사람들은 빨래와 청소를 하지 않겠지. 부끄럽지만 나는 생각이 많이 분산되어 있다(예효승 주부설). 핑계지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 인생을 일에 투자하는 비율이 적다. 이렇게 연구를 해주신 다는 말이 고맙다.


어떤 대상이나 주제가 문제가 있다고 보면 심각해지고 어려워진다. 그런데 흥미를 가지고 연구 대상으로 보면 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를 보게 된다. 교육을 하러가는 회사마다 생산하는 것도, 사람도 일도 다르듯, 무용계 나아가 문화예술 단체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지속가능해 지는데 기여하고 싶다.


저도 직장을 나와서 강연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먹고 사는데, 주변에서 지금까지 그걸 하고 있으면 성공한 거 아니냐고 한다. 사회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실한 사람인 것처럼 사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날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찾기 시작했고, 그것을 찾는 과정을 컨텐트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 현실의 상황이 맞지 않을 때 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계속 하려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얻는 이익까지 살펴봐야 한다. 손해에 대한 이해를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이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내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이곳까지 왔지만 나 역시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욕심이 있다 보니 뭔가 한번 정점을 찍고 싶다. 이 무리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다. 젊은 리더로서 무용계를 이끌어보고 싶다. 안무가로서는 몸이 훈련돼서 잘 한다 수준을 넘어서 자기 자신 존재로서 안무가를 설득할 수 있는 무용수를 만나고 싶다. 자신만의 어휘와 표현을 갖춘 무용수를 찾고 싶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되었고, 여담으로 '셀프 사보타주'라는 주제를 탐사하는 시간을 잠깐 가지기도 했다.

2018년 가을에 시작될 공연 '#낯선사람의효과'는 SNS, 오픈채팅방을 활용한 가벼운 연결로 시작되어 깊은 사유와 탐사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마치고 정리하면서 꽤 오랜 더위를 경험했다. 낯설기만한 '최장 기간의 열대야의 시간들'. 낯선 더위....낯선 것들.. 낯선 사람은 어쩌면 오랜 철학적 주제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가닿게 한다. 이번 공연은 기꺼이 미지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과의 만남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잠시 느껴본다.



2018년 8월 15일 광복절 저녁,

홍제역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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