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 인정전

by Atticus

구름 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휩쓸려 정문을 지난다. 정신없는 와중에 억지로 기억을 되뇌어본다. 이곳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정사가 이뤄졌던 곳이다. 말 한마디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조선에서 한 때는 가장 엄숙했던 곳이다. 애써 이렇게 기억을 되뇌어보지만 곧 주변의 소음에 기억이 휘발되어 버리고, 그 무리에 끼어 엉거주춤 걷게 된다. 하얀 모래사장 같은 길을 걷다 보면 하나의 문을 지나간다. 여기쯤인 것 같아 고개를 돌려보면 곧 또 하나의 문이 있다. 문과 문과 문을 지난다. 임금에게 충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 신하는, 이 문을 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런 생각 끝에 비로소 고개를 들어 보면 인정전이 내 눈앞에 서 있다. 마치 절대 권력을 가진 어느 한 왕처럼 위엄 있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내 앞에 서있다. 어떤지 정면으로 쳐다보기가 어려워 한쪽 끝으로 걸어가 사진을 찍고 메모장에 한 줄을 적어 본다. 머리를 짓이겨가며 외쳤던 그들의 말들은, 그들이 목숨을 내놓으며 외쳤던 그 말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를 아주 조금이라도 바꾸어 놓았을까. 아니면 그 어떤 의미도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을까. 혹시 그 어디로 가지 못하고 이 안마당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라의 생존을 위하여 임금과 신하들이 했던 수많은 말들이 인정전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다. 600년 역사가 이 안에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지 이 안에 공기는 더욱 무겁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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