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의 동남아 여행기 - 방콕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다
내가 떠난 곳은 태국 중심부만 안쪽에 위치한 방콕과 타이 남부에 있는 관광 휴양도시 파타야였다. 여행 메이트는 나처럼 시간이 많은 우리 김여사 님.(글을 쓴다니까 김여사 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엄마..ㅋㅋ)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같이 여행을 다닌다. 저렴한 날을 고르다 보면 결국 항상 시간이 많은 나와 엄마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콕은 전형적인 열대 기후에 속하고 5~10월에 우기가 집중되기 때문에 11~2월에 여행을 가면 좋다. 나는 1월 중반에 갔었는데 낮에는 무척이나 후덥지근했지만 저녁에는 우리나라 초여름 밤의 날씨라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낮에는 덥고 무척이나 습하기 때문에 처음 동남아에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몸도 끈 쩍 거리고 더워서 힘들겠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그것을 감안할 만큼 매력적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기간은 3박 5일. 방콕에서 1박 파타야에서 2박을 하는 일정이었다. 가격은 30~40만 원 정도 했었다. 이것도 비싼 편이다. 요즘은 20~30만 원 정도의 금액에서도 구할 수 있다.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몸만 가면 된다는 점이다.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이 어려워 항상 중도 포기해버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 패키지에는 매끼 식사도 포함되어 있어 따로 돈을 쓸 일은 많지 않았다. 첫 여행이라 컵라면도 5개나 싸갔는데 반이나 남기고 왔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봐 많은 걱정을 했지만 한 끼는 현지식, 한 끼는 한국식으로 준비되어서 밥을 굶을 일이 없다. 심지어는 방콕에서 육개장과 삼겹살도 먹었다.
옷 ( 반바지, 반팔티, 롱 치마, 큰 스카프 , 얇은 카디건), 수영복, 칫솔, 치약, 세면용품, 미니 선풍기, 셀카봉=삼각대, 목베개, 챙이 넓은 모자, 동전 지갑, 집게, 앞으로 메는 작은 가방, 환전(100~200달러), 우비
여행을 다녀온 후 필요하다고 느낀 준비물들이다. 첫 여행이라고 옷을 많이 가져갔는데 다 입어보지 못했다. 5일 일정이지만 실제로 노는 것은 3일이라 많은 옷을 입을 일이 없었다.
패키지여행을 준비한다면 옷을 무겁게 많이 가져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옷 스타일은 자유지만 아무래도 사원을 많이 가기 때문에 롱 스커트를 준비하거나 큰 스카프를 가져가는 것이 유용하다. 큰 스카프를 가져가면 사원에 들어갈 땐 바지 위에 둘러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긴치마를 입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다.
모든 숙소에 수영장이 있고 파타야에 가서는 섬에서 놀기 때문에 수영복을 준비해야 아쉽지 않다. 세면용품은 숙소마다 구비되어 있지만 조금 빡빡한 느낌이 있어서 쓰던 것을 가져가는 걸 더 추천한다.
소매 치기가 많다고 해서 앞으로 매는 가방을 준비했다. 해외여행에서는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집게는 생각지도 못하게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달러를 바트로 바꾸면 돈이 많아지는데 집게로 집고 다녀서 편리했다. 항상 여행에서 유용하게 쓴 듯! 미니 선풍기... 이거 진짜 유용했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무더위 속에서 한줄기 빛 같았다.
여행에서 가장 설렐 때는 비행기에서 일몰을 바라볼 때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붉게 물든 하늘과 비행기 날개의 절묘한 조화는 여행을 실감 나게 해 주고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한다.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면 보이는 작은 건물들 그보다 더 작은 사람들, 그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하고 있던 고민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오후에 출발한 비행기라 저녁 9시에 방콩 돈므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패키지는 6~8명 정도의 사람들과 일정을 함께 보내게 된다. 숙소도 따로 쓰고, 일정이 끝나면 개인 시간이라 같이 놀지 않지만 같은 차를 타고, 밥을 먹고, 일정을 하다 보면 친해진다. 나는 우리 일행과 다른 4인 가족이 함께해 오붓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짧지만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그중 5살인 아이가 있었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모 " 여행을 하는 동안 아이는 나를 이모라고 불렀다. 우리 김여사 님은 고개를 가리고 계속 웃었다. 나중에 둘만 남았을 때 말하길 역시 나는 노안이란다. 노안인 건 받아들인 사실이라 놀라울 것 없었지만 '이모"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 기분이 이상했다. 이젠 5살 아이에게 누나가 아니라 이모라고 불리다니... ㅋㅋ
첫날은 밤 9시에 도착해서 일정이 따로 없었다. 저녁을 못 먹었다는 말에 가이드님은 근처 로컬 식당을 추천해 주셨다. 가이드님이 불러준 택시를 타고 음식점이 있는 거리로 갔는데 택시기사님이 내려준 곳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아는 태국어라고는 버스에서 5분 동안 배운 싸와디 카(안녕하세요), 커쿤가(감사합니다)밖에 없는 상황결국 원래 가려던 식당을 포기하고 바로 있는 포장마차 같은 곳에 들어갔다.
"싸와디 카" 나의 어설픈 태국어에 직원분은 밝게 웃으며 메뉴판을 보여줬다. " 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온통 꼬부랑 태국어로 쓰인 메뉴판을 보고 처음 한 말이다. 제대로 된 음식을 시킬 수나 있을지 걱정하며 메뉴판을 넘기다 마지막 페이지에 사진이 있는 메뉴 4개를 시켰다. 웃겼던 것은 직원을 부를 때도 "싸와디 카! (안녕하세요)라고 외쳤던 것이다. 휴지, 물병이 필요할 때도 그 단어로 직원을 불렀는데 이해해주시고 계산까지 도와주신 직원분께 감사했다. 첫날은 모든 의사소통을 "싸와디 카"로 해결했던 것 같다. 주문된(거의 찍기 수준으로 고른 거라 주문한 것이 아니다ㅎㅎ) 4가지 음식은 파파야 무침, 푸 팟퐁 카레, 닭 바비큐였다.
파파야 무침은 솔직히 말해서 입맛에 맞지 않았다. 짜고 매콤 시큼한 무..?.. 방콕에서 어느 식당을 가도 있었고 기본적인 반찬이다. 김여사 님은 "음..... 딸 많이 먹어"라고 말더니 맛만 보고 한입도 먹지 않았다. 아까워서 나라도 먹으려고 했지만 결국 먹지를 못해서 저 모양 그대로 남겼다. 동남아에 간다면 경험 삼아 한 번쯤 먹어 보는 것도 좋다. 단지 맛은 보장할 수 없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푸 팟퐁 카레였다. 일명 게 카레! 이건 진짜 추천한다. 게의 단 맛과 카레의 맛이 조합롭게 어우러져 완전 밥도둑이었다. 파파야 무침(?)을 실패한 뒤 조심스럽게 먹었던 음식인데 진짜 맛있어서 한 그릇 더 시켜먹었다. 만약 태국에 방문한다면 푸 팟퐁 카레를 먹어보길 강추!! 이 뒤로도 다른 동남아 지역을 가봤지만 이 음식은 만나기 힘들었다.
우리는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 2만 원 정도 나왔다. 요리 4개, 맥주 5병을 먹었던 것 같다. 한국과 물가를 비교해보면 정말 싸다고 느껴졌다. 올 때는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가져갔던 호텔 명함을 기사님에게 보여드렸는데 똑같은 길로 온 거 같았는지만 금액이 갈 때보다는 더 나왔다.
'말로만 듣던 바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화로 3000원(식당 가는 길에 탔던 택시에서는 1500원이 나왔다.) 정도, 워낙 적은 금액이었고 언어의 부재로 따질 수 도 없어서 "커쿤 카(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곤 내렸다. 해외여행을 하면 이런 손해는 항상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바가지를 당한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빠질 때는 팁을 줬다고 마인드 컨트롤하면 마음이 조금 나아진다. 나중에 금액이 어마어마한 바가지를 당해보니 이 정도 바가지는 귀여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패키지의 여행의 첫날이 그렇듯이 도착해서 이국의 정취를 느끼고 식사를 하는 것으로 끝났다.
첫째 날은 아무 일정도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전 출발 비행기를 알아보면 숙소 도착 후 자유일정처럼 놀 수 있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9~11시까지는 호텔 주변에 문을 연 음식점이 많으니까 컵라면을 먹기보다는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