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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목민 Jun 05. 2024

시골 정원에 데크로 엣지주기

정원 데크 공사 시공

머물고 싶은 정원에 대한 밑그림


많은 화가들이 자연에 가까이 가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집에 정원을 가꾸는 것을 즐겼다. 정원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삶에서 일상적으로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 따라서 토지는 다양한 모습으로 바뀐다. 얼굴에 하는 화장, 집에 하는 인테리어로 인해서 전혀 다른 사람과 집이 만들어지듯, 정원도 정원 주인의 취향과 노력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나는 정원에 잡초 관리하는게 쉽지 않다고 느껴서 최대한 흙을 많이 덮었다. 나무와 식물이 자리를 차지하는 포인트들이 아니라면 벽돌로 길을 내고, 데크를 만들어서 쉽게 관리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벽돌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들의 생명력은 위대하다. 민초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심미적으로는 곡선과 직선, 상이한 재료를 섞어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역동적이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숨어 있는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랬다. 그래서 다양한 길과 면과 선을 섞어서 사용했다. 생물 외에 다른 요소가 활동적이라면 식물이라도 좀 단순하고 단아했어야 하는데, 정원에 식재와 관리를 도와주시는 어머니는 식물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나씩 심다보니 정말 노는 땅 한뼘도 없이 다양한 꽃과 나무와 풀들이 가득 들어차버렸다. 그나름의 재미가 있기에 만족한다. 나의 취향과 어머니의 땀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우리의 정원인 것이다. 


데크를 하기로 결정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벽돌을 일부러 넉넉하게 많이 주문한 것은 벽돌을 저렴하게 떼온 것도 있지만, 벽돌로 집 외부를 데크처럼 덮어버리려고 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바닥에 깔렸던 빨간 벽돌처럼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그게 사실상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위에 사진처럼 우선은 사각의 벽돌 데크를 셀프로 시공했다. 그리고 나무 데크를 할지 말지, 직접할지 의뢰를 할지 고민하다가, 데크 시공하는데 서너달이 걸릴듯하여 의뢰하기로 결정하였다.


정원 데크 도면 그리기


셀프로 대부분을 한다고 해도 필수적으로 전문가의 손을 빌릴 때가 있다. 작업과정이 전문적이거나 직접하기에는 비효율적으로 장비와 경험이 필요한 작업들은 주저말고 전문가 손에 맡겨야 한다. 이 집에서 그런 작업은, 전기작업, 방통과 배관작업, 데크 작업이었다. 마감 퀄리티나 작업 속도와 공사 기간을 비교해보면 나에게 돈이 아주 많아서 싹 다 맡겨버리고 싶다. 그러나 돈이 없으니 몸과 머리와 시간을 많이 써야한다. 


전문가들에게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려면 도면이 있어야 한다. 모든 작업이 그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손으로 박스에 대고 그리려니 내가 구상한 데크의 형태가 복잡하고, 데크 종류도 세개라서 좀 더 깔끔하게 PPT로 대강 그렸다. 전기 작업을 할 때도 이런식으로 직접 그린 도면과 각 지점들에 필요한 시공들과 사이즈 및 길이등을 표시해서 작업 전에 출력해서 드리고 설명을 했다. 그래야 나중에 도면대로 되지 않을 시에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면을 그리는게 주목적이다. 


내가 작업 시간에 현장에 못갈 수도 있어서 사진으로 위치와 모양과 사이즈를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했다. 그럼에도 시공의뢰인이 현장에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도 그날 겨우 회사에 휴가를 내고 현장에 공사 첫날에 가서 원하는 바를 설명했다. 

내 뜻대로 하려면 현장에서 잔심부름하기


공사 도면은 시공 과정을 고려하지 않기에, 도면을 놓고 설명하면서 모양과 길이와 형태가 약간씩 변경을 할 수 밖에 없다. 공사 첫날에 내가 현장에 없었다면, 아마도 시공 전문가분은 현장에서 어느 정도 본인의 판단으로 일단 진행하고, 정말 중요한 것들은 전화와 문자로 설명을 하고 회신 온대로 진행을 한다. 그리곤 나중에 내가 생각한대로 나오지 않으면 원망하게 된다. 그래서 현장에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시원한 음료수도 사다 드리고, 밥도 주문해 드리고, 필요한 자재도 사오기도하고 잔심부름하며 비위를 맞춰드리기도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내가 생각한대로 잘 해주려고 노력하신다.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줘야 한다. 작업자가 있을 때 쉬지 않고 빠르게 작업하지 않으면 결국 공사 일정이 지연되고 날수로 계산하는 인건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시간과 작업 속도 등을 보면서 추가적인 부분들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전문가분이 눈대중으로 딱 보면 작업량과 작업일수가 척하고 나오니, 도저히 안되는 것들은 사전에 미리 조율하고 합의한다. 

한여름 더위가 적이다!


날이 너무 더운 한여름이었다. 그냥 서있어도 등에서 땀이 주륵 흘러 내리는데, 용접하고 나르고 조이고 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던지, 작업자들도 차광막을 사와서 덮어 씌우고 한다. 햇볕이라도 좀 가리면 가끔씩 지나가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일을 할 수 있다. 확실히 더위 때문에 속도가 더딘게 내눈에도 보인다. 평소에 한는 작업양을 따라가지 못하니 시공자분들도 힘들어하신다. 

방부데크, 원목데크,합성데크, 무엇이 네 데크냐~?


마치 금은쇠도끼 묻는 질문 같다. 데크 소재는 데크를 시공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처음하는 고민거리다. 방칼라이 같은 물에,강한 원목데크가 훨씬 고급지고 멋지다. 당연히 비용은 더 비싸다. 방부목은 상업시설에 가장 많이 쓴다. 목재에 화학약품을 먹여서 수분으로부터 훼손을 방지한 것이다.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칠을 해주어서 관리를 해야하기에 번거롭기도 하다. 매장 같은 곳들에 길로 나온 데크를 보면 대부분 방부목이다. 


내가 선택한 것은 합성데크이다. 조금 더 인공적인 모양이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관리가 용이하다. 사용에 따라 내구성은 차이가 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오래가는 소재이고 칠같은걸 별도로 안해도 된다. 목재와 플라스틱 등을 합성해서 만든 소재라고 하는데, 방부목보다 조금 비싸다고 한다. 처음 합성데크가 나왔을 때는 가격차이가 많이 나서 방부목을 더 많이 시공했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서 합성데크로 많이 추천하고 시공한다고 한다. 

젤 마음에 드는 계단식 데크


원래 도면상으로는 길게 평데크로 만들려고 했었는데, 단차가 많이 나서 계단식으로 바꾼 데크다. 당연히 작업도 계단이 더 손이 많이 간다. 그리고 원래는 데크를 좀더 좁게하고 주차 자리를 더 많이 만들려고 했다. 이 부분도 현장에서 여러 시점에서 검토하고 눈으로 확인해가면서 디자인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바꾸고 보니 계단위에 앉을 수도 있고, 구역으로 나뉘는 작은 공간들이 집과 너무 딱 잘 어울린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도 창고 공간이 생겼다. 시골집에는 창고가 많이 필요한데, 데크작업은 바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벽면으로 데크를 붙여서 창고로 활용할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저 공간안에 셀프 작업하는 장비들과 도구들이 거의 다 들어가 있다. 

죽은 공간을 살리는 데크


원래는 사용하기 애매한 공간이다. 경사도 있고, 시멘트가 버려지듯 덮여있는 곳이다. 아마도 집을 만들때 방통하고 남은 시멘트를 그대로 부어 놓은 듯하다. 그런 버려진 땅을 데크로 덮어 평평하게 만들어주니 뭐라도 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 된다. 마술같은 변화다. 머리속으로 그린대로 공간이 생기니 집이 더 깔끔해지고 분위기도 고급스러워진다. 


참고로 계단 및 개구멍같은 공간도, 내가 현장에 없었으면 그냥 내버려 두었을 공간이었다. 옆에서 저기도 데크로 막아주시면 좋겠는데요. 시원한 음료수 사오면서 부탁을 하니 손이 가도 해주신다. 이렇게 부탁을 할 때는 되도록 뭐라도 입에 넣어드리면서 말을 꺼내야 결과가 좋다.

옥상에도 텐트라도 치려고 데크를 깔았다. 인조 잔디를 깔더라도 데크와 인조잔디가 있는 것과 인조잔디만 있는 것은 분위기가 다르다. 재료의 어울림이 그래서 인테리어에서는 중요하다. 돈이 더 있었더라면 데크를 좀 더 넓게 깔았을 것 같다. 


용접을 할 때 불똥이 안튀도록 대고 해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합판이라도 대면서 하는 조심하는 시늉을 내시다가, 내가 아래로 내려갔다 오니 아무 것도 대고 안하신다. 바닥에 방수층이 손상될텐데, 날이 너무 더우니 그렇게 옆에서 잔소리 하다간 그냥 돌아가실 것 같아 목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버리고 눈을 감았다.  

정원 공간의 변화


벽돌 데크와 합성 데크가 정원의 한켠을 채워주니 정원이 더 정돈된 느낌이다. 벽돌 데크가 있는 곳에는 벽돌로 쌓은 화로대를 놓아 불멍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합성데크의 공간은 평평하니 목공작업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쉬기도 한다. 모양도 다르지만 쓰임새도 달라서 활용도가 높아진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발로 밟을 때의 느낌도 다르고 기분도 다르다. 작은 공간의 다양성이 높아지니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것처럼 공간의 에너지가 높아진다. 

계산은 하고 가야지


역시나 추가로 변경한 공간들에 들어간 자재와 인건비가 있으니 다시 셈을 하여 추가된 면적만큼 공사비의 추가가 발생한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군말않고 바로 계좌로 쏴드렸다. 당연히 추가금액 발생안하도록 요청한대로 했어도 되었지만, 그럴만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물어봐주셨다. 이부분은 나중에 면적이 늘어나서 결정하게 되면 추가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씀도해주셨다. 역시나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역시나 결론은 돈이 있으면 더 멋지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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