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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힐 Aug 07. 2021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 비와 아날로그의 위안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 출연/ 조진모 감독

삼수생 영호는 문제집을 보다가 옛 추억에 빠집니다. 바로 첫사랑이 문득 떠오른 것인데요. 넘어지고 지쳐있을 때 상처를 닦으라고 손수건을 건네준 그녀. '공소연'에 대한 추억이 꿈틀거립니다. 그녀의 주소를 알게 된 영호는 고심 끝에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답장이 오는데요. 그날부터 영호와 소연이의 편지가 오고 갑니다.


비와 슬픔이 주는 위안

사람이 지쳐있을 때는 반짝이고 화려한 것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것들이 위로가 되죠. 영호의 마음도 그랬나 봅니다. 반짝이는 별보다 내리는 비가 더 좋다고.


영호의 캐릭터 자체가 그래요. 반짝인다기보다 소박하고 조용하죠. 따뜻하지만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자주 넘어지고, 낙방하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그런 그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편지를 보내며, 삶의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소연이는 마음을 위로하는 비 같았죠.


부산에서 작은 중고책방을 운영하는 소연이는, 아니 사실 소연이의 동생 소희죠. 아픈 언니 대신 편지를 쓰고 보내게 돼요. 이 친구 역시 힘든 상황에서도 담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박한 청년이에요. 아픈 언니를 간호하고, 엄마를 도와 책방에서 일하고 있죠. 낡은 종이책 사이를 누비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예쁜 책방 아가씨예요.


삶이 무력한 영호는 단비 같은 소희의 편지를 보며 위로를 얻고 위안을 받으며 자기의 삶을 채워나갑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그녀를 만나기 위해 비를 기다립니다. 한 겨울, 비가 오면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야 그들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는 거지요. 영호는 이제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까?' 의문을 품으며 그래도 성실히! 매해! 비를! 그녀를! 기다립니다.



끈기 있고 매너 있는 짝사랑

생각지도 못한 캐릭터가 빛이 나네요. 바로 영호를 짝사랑하는 수진역을 맡은 강소라입니다. 은근 시니컬한 역이 잘 어울려요. 영호와는 달리 대담하고 거침없으며 솔직하고 자유분방해요. 수진은 정말 끈기 있고 매너 있게 영호를 좋아합니다. 가끔 도발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호를 존중하고 응원해줍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짝사랑도 이렇게 매너 있고 훈훈하게 쌓아 올릴 수 있을까? 어떤 집착도, 슬픔도, 소유도 없이 그저 서로를 위해주는 이 아름다운 모습,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싶습니다. ^^;;


날마다 일어나는 기적

한겨울에 비가 내리면 그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토록 기적을 바라던 영호. 과연.. 기적을 맛볼까요? 사실 우리가 모르는 기적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의 마음들이 향하고 연결돼 있다면요. 스쳐 지나간 인연, 가볍게 건넨 호의, 뜻밖의 위로와 위안. 이 모든 게 합을 이뤄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영화는 추적이는 비, 낡은 종이책, 오래된 공방 등 아날로그 향이 가득 습니다. 느리고, 차분한 사람들. 서로를 향한 착한 마음들이 보는 이의 맘까지 훈훈하게 만드네요. 그리고 대사들도 너무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선한 영화를 보니 맘이 따닷해지고 힐링됐습니다.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 출연, 조진모 감독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 무자극, 무공해, 청정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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