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는 대부분 추가 수하물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내가 호주에서 한국을 갈 때 이용하는 젯스타는 보조가방 하나와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가지고 탈 수 있게 해준다. 합쳐서 7kg 미만이면 무료다. 10년도 더 전에 살았던 유럽에 이번에 다시 와보니 저가항공사들의 정책이 더 지독해져 있었다. 보조가방은 안 되고, 정말로 좌석 아래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가방 하나만 무료였다.
오랜만에 유럽에 가는데 한 곳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매번 이동할 때마다 추가 비용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가방 하나만 챙겨 한 달 동안 여행하기로 했다. 가방 하나와 주머니가 많은 낚시 조끼 하나를 챙겨 갔는데, 여태까지 수하물 사이즈 검사에 걸린 적이 없어 너무 안일했다.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가는 이지젯 보딩 과정에서 사이즈 체크를 요구받은 것이다. 슬프게도 가방이 조금 삐져나와 있어 그 자리에서 48파운드를 지불해야 했다.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가는 항공권보다 더 비싼 요금이었다.)
이 일 이후로는 낚시 조끼에 전자기기들을 모두 옮기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가방 사이즈 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아이슬란드에서는 가방에 면세점에서 산 맥주 11캔까지 넣어왔는데도 무사히 통과했다. 가방 검사는 복불복이지만, 철저히 준비하면 피할 수 있다. 참고로 앞사람이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그 라인의 승객 모두가 검사를 피하는 것은 아니다. 무전기를 통해 가방이 커 보이는 사람을 따로 지정해 체크하기도 한다. 추가 수하물 비용이면 어느 도시에서든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니, 원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짐을 잘 싸서 비용을 아끼는 편이 좋다.
추가로 저가항공사와 원백 여행의 장점을 꼽자면, 강제 단식과 수하물을 찾을 시간, 그리고 수하물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여행은 내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을 들고 다니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