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 해의 우정

by Minionii




25년 지기

중학생이 되어 처음 만났습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매일 등교를 함께 했습니다.


친구집 초인종을 딩동 누르면

가방 메고 나와야 할 친구 대신

현관문이 열립니다.


이제 막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 모양인지

양치질을 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덕분에 학교 언덕길을

숨이 차도록 뛰어야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어떤 날은 결국 지각을 해서

난생처음 엉덩이를 맞고는

친구를 원망했던 그런 날도 있었습니다.

그 기억을 떠올리니,

아직도 한쪽 엉덩이가 얼얼하게 느껴집니다.




-

학교가 끝나면

회수권을 아끼자며 집까지 걸어 다녔습니다.


넓고 큰길을 놔두고

나무가 우거진 언덕길, 산 길을 넘어 다닙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절에 몰래 들어가,

불 피우고 나왔던 향 냄새가 떠오릅니다.

큰 모험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함께 피어났습니다.


함께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항상 그 친구집으로 가서 놀았습니다.


어머님 음식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늘 맛있는 반찬을 해두셨지요.

오늘은 어떤 음식이 있을지 기대하며

냉장고를 열어보는 친구의 옆을 기웃거렸습니다.


미끄덩한 미역줄기 반찬을 안 좋아했었는데

친구 어머님이 만드신 걸 맛본 뒤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가 되었을 정도니까요.


그 친구도 손맛이 참 좋아서

김치볶음밥이나 비빔국수를 뚝딱 만들었습니다.

아주 맛있게 그릇을 비웠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생활비에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을 텐데

눈치 한 번 주는 일 없이 퍼주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면

마음도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

요즘은 시간이 한 조각 한 조각 소중해서,

불필요한 관계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친구와의 시간은

그런 생각이 들기는커녕

헤어짐이 아쉽습니다.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서로의 가족 안부와 건강을 묻고,

각자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25년 전 아무 걱정 없이 웃고 떠들고 놀던

그 어린 시절의 편안함 속으로 돌아갑니다.




-

언제 만나든,

얼마 전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눕니다.


스물다섯 해의 우정은

앞으로도 서로의 곁을 채워주리라 믿습니다.


우리 건강 잘 챙겨서

할망구가 되어서도 이렇게 수다 떨자.


그 마음을 전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단풍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