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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Oct 31. 2020

음악이 그림을 그리다.

10여 년도 전에 어느 날 여느 하루와 같이 출근길에 오른 나는 지하철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로 들어선 내 귀를 홀리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발길을 돌려 노래가 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어느 허름한 레코드 가게였다.


첼로와 바이올린이 조화롭게 섞인 연주가 내 마음을 자꾸만 건드렸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멜로디가 나오는 가게 앞에서 넋을 놓고 한참을 서있었다.


이러다 늦겠다 싶어 마지못해 발길을 돌린 나는 무표정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돌아가 지하철에 올라탔다.

정적 속에 들리는 아침의 구두 소리들, 또각또각 그리고 또 또각또각.


다음날 같은 시각, 같은 출근길에서 다시 그 선율이 흘러나왔다.

설레는 재회!


두근두근.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뛰기 시작하는 심장소리.

잠에서 덜 깬 나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림들.

그림의 소재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누군가이기도 하고 혹은 크리스마스 전날 손수 카드를 써 내려가던 내 모습이 되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을 감상하며 내 발길은 한동안 그곳 앞에 또 머물렀다.


우연히 만난 그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나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 가득한 그 길에서

누가 볼세라 재빠르게 눈물을 훔쳤다.


결국 다음날은 가게에 들어가 음악이 담긴 cd를 샀고 그 후도 한참 음악과 함께 나의 길을 동행했다.

어떨 때는 작년에 떠난 이탈리아의 어느 성당을,  어떨 때는 어느 카페 벽에 붙은 빛바랜 종이 위에 이국적인 바다를 그려나가며


그 첼로와 바이올린이 섞여 미묘하게 슬프기도 섬세하게 우아한 그 연주의 선율이 내 세상의 주파수를 만나는 순간.

숨어있던 내 안의 세계를 건드리는 순간

묵혀두었던 내 안의 일기장을 건드려 펼치우는 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문득 그 날이 생각이 난다.

코트 깃을 여미며 추운 마음을 녹여주던 아름다운 음악을 발견한 그날

그날과 같이 문득 나와 같은 주파수를 가진 노래를, 사람을, 이야기를 나는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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