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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20. 2022

Work #8

결국 다 사람 하는 말 아니겠어?

신입이 가장 먼저 하는 실수는 뭘까요? 인턴 3번과 정규직 1번, 총 4번을 신입으로 일하면서 첫 실수는 항상 이메일이었습니다. 받을 때는 단순하기만한 이메일, 보내보면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죽하면 입사 전에 이메일을 잘 쓰는 수업도 듣고, 책도 읽었어요. 그런데도 이메일은 참 높은 산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입사한 지 반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이메일 실수는 왕왕 하고 있어요. 일한 지  10년이 넘는 선배들도 아직도 이메일 실수를 한다고 하니, 이메일은 우리 모두한테 가장 가까우면서도 위험한 실수 아닐까요?


지금부터는 사소한 내용들도 포함해서 지엽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적어 보겠습니다.
본인한테 메일이 하루에 200개가 오지 않는 한 본인한테 참조로 온 메일이라 하더라도 잘 읽어보고, 특히 본사나 공장과 주고받는 메일은 내 일이 아니더라도 꼭 읽어보는 습관을 갖길 바라며 모든 메일은 정독해서 정확하게 인지해 주세요. 대충 읽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으면 오해하게 되고 나중에 뒷북 치는 상황이 생깁니다.


선배는 이메일을 ‘지엽적 내용’의 시작으로 꼽았습니다. 저는 카톡이 수백 개 쌓여도 괘념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정보 습득용으로 들어간 오픈 카톡방만 해도 수십 개였어요. 포모(FOMO, Fearing of missing out)를 겪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작은 정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곤 했어요. 이미 카톡에 떠있는, 333+ 이 숫자만 봐도 그 톡방에 들어가기 두려워졌어요. 333보다 많은, 그리고 어쩌면 굉장히 길지도 모르는 카톡들이 쌓여있다니. 상상만으로도 압도됐어요.


아침 메일함도 꽤나 두려울 때가 있어요. 로그인 하면 바로 뜨는 메일 개수만 봐도 메일함을 열기를 망설이게 해요. 입사 초기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출근 한 직후 1-2시간은 메일을 읽고 해결하는 데 보내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일할 의욕이 넘칠 때 메일을 마주하는 전략이었어요. 이 방법을 직접 해보지 않아도 우린 모두 알고 있어요. 메일은 아침에만 오지 않죠. 메일은 언제라도 와요.


핵심은 언제나 역지사지였어요. 제 메일은 꼼꼼히 읽히길 바라요. 중요한 내용에 밑줄 치고, 글자도 두껍게 해서라도요. 생각해보면 보낸 사람도 마찬가지인 마음이었을 거예요. ‘답장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중요하니까 제대로 확인돼야 할 텐데.’ 메일뿐 아니라 모든 말과 메시지는 그렇게 사람에게 가닿아요. 우리는 평생 ‘경청’이 중요하다고 배우죠. 한편, 메일도 결국 소통인데 메일에서 경청이 중요하다는 걸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잊곤 해요.


존경하는 한 선배는 정말 많은 일을 해요. 팀장이자, 박사생이고, 커뮤니티의 장이자, 운동까지. 이외에도 그야말로 하루를 24시간이 부족하게 살아가세요. 그런데도 연락 회신 속도는 어마무시해요. 그의 비결을 묻자, 그 비결은 간단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연락 답이 늦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거였어요. '이게 무슨 말이야, 역시 하루를 알차게 사셔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집 가는 길에 말 그대로 '연락 답장 못할 정도로 바쁜 날'을 꼽아봤어요. 한 번 지금 같이 꼽아보실래요? 진짜 얼마 안 되더라고요. 기껏해야 1년에 1-2번 정도였어요. 꼽은 손가락을 보며 생각했죠. '아, 나 곧 뒷북 치겠구나.'


자료 스캔해서 메일 보낼 때 가로 문서, 세로 문서 상대방 입장에서 보기 쉽게 스캔해서 첨부해 주세요. 가로 문서를 세로로 스캔해서 보내면 받는 사람이 보기 어렵고 출력해서 보든지 하면서 짜증부터 나게 됩니다. 받는 사람이 한번 클릭으로 보기 쉽게 스캔해서 첨부해 주세요. 사진을 찍어서 단체톡에 올리거나 메일로 보낼 때도 해상도가 깨끗한지, 눈금이나 수치는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인지 확인해 보는 습관을 갖고, 올린 다음에도 꼭 다시 한 번 확인해서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확인 바랍니다.


내 메일이 열린 뒤, 그 다음은 내용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문서를 첨부할 일이 정말 많아요. 기본적인 MS 문서는 물론, 스캔 파일과 사진 등 다양한 파일을 같이 보내요. 첨부파일이 안 들어간 채 발송된 메일과 첨부파일이 제대로 안 보이는 메일은 사실 똑같아요. 소통량이 2배가 되거든요.


입사 후 선배가 처음 요청한 과제는 '명단 한눈에 보기 좋게 만들기'였어요. 이전에 100명도 넘는 참석자 명단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하던 일이었어요. 그런데 웬걸, 막상 명단 원본을 받고 보니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 하더라고요. 필요한 내용을 추리기부터 그 명단이 출력됐을 때 한 페이지에 알맞게 보이게 하기까지 챙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그간 예쁘게 받았던 모든 명단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자간부터 표의 크기, 색깔까지 섬세함이 다 있었어요. 보는 사람을 배려한 장치들이죠. 첫 과제를 수정하면서 깨달았어요. 잘 만들어진 명단이 얼마나 여러 번 '다시 한 번 확인하자'를 거쳤는지를요.


메일을 보내고 나서 확인 해 주세요. 첨부문서가 제대로 첨부되어 있는지 내가 첨부한 문서를 클릭해서 확인해 보는 습관을 통해 엉뚱한 문서가 첨부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 해 주시기 바라며, 메일 작성하고 나서 보내기 전에 반드시 읽어보기, 오타는 없는지? 문맥은 맞는지 다시 한 번 읽어보고 특히 팀장 이상에게 메일 보낼 때는 더욱 철저히 정독해서 오타가 없도록 읽어보고 나서 메일 발송하는 습관이 꼭 필요합니다.

                    

발송 버튼을 눌러도 끝이 아닙니다. 메일은 보통 '회수' 기능이 있어요. 가장 인간적인 기능이지 않나요?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보낸 메일은 다시 거둘 수 있어요. 메일의 특장점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렇다고 막상 보내기 전에 확인을 안 할 수 없어요. 선배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방법은 '직접 읽기' 였어요. 메일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메일을 소리 내서 읽어보는 거예요. 눈으로 볼 때와 달리, 오타로 인해 발음이 이상한 곳도 있고 쉽게 다음 단어로 넘어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런 부분을 하나둘씩 고치다 보면 메일 완성도가 훨씬 올라가더라고요. <일잘러의 보고서 작성법>을 쓴 김마라 작가님이 말씀하신 '문서를 잘 쓰는 방법'도 이와 비슷해요. 실제로 카톡으로 말하는 것처럼 문서를 구성해보는 거죠. 결국 메일, 문서, 카톡 모두가 서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 과정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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