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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Sep 28. 2022

Work #9

피드포워드(feedforward)가 답이다!

신입사원은 언제까지 '신입'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에 들어오기 전, 그 기간은 딱 3개월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보통 회사의 수습기간일 3개월이기 떄문이죠. 3개월은 일하면서 실수해도 '아직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유예기간인 거죠. 입사 후 3개월은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첫 달은 OJT, 둘째 달은 신입 직무 교육, 셋째 달은 본격 교육 업무 준비(공문 발송, 교재 주문 등)이었거든요. 내가 하는 일이 얼마 없었는데도, 그때는 정신없이배우기만 해도 여념이 없었어요.


출처: https://news.nate.com/view/20200529n02313?mid=n0402


3개월은 그렇게 흘러갔고, 또 다른 3개월이 흘렀어요.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기 시작했죠. 100일이나 수습을 거쳤어도 크고 작은 실수가 이어졌어요. 교육이 주 업무인데도, 과정명이 헷갈려서 일처리가 늦어지기 일쑤였어요. 약어로 된 교육과정(MBA처럼 축약어는 어찌나 많은지!)은 물론이고 한글로 된 과정명도 길고도 길어서 익숙해지기까지 2달이 걸렸어요. 그렇다보니 사수님께 간단하게 구두 업무 보고를 할 때도 잘못 말씀 드리곤 했죠.


찾아보니 신입사원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지시와 다른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었어요. "민정아, A업무에서 명단 확인해볼래?" 하면 과정명이 헷갈려서 B업무 명단을 보고 보고 드리는 셈이었죠. 그 뒤에 이어진 실수는 '분위기 못하는 행동이나 발언' 그리고 '전화 응대 실수'예요. 웃프게도 상위권 5위 안에 드는 실수를 모두 해봤더라고요. 그때마다 '와, 난 죽었다.' 생각했어요.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한참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https://news.nate.com/view/20200529n02313?mid=n0402

그때마다 선배들은 더 침착했어요. 내 실수로 인해서 일이 오히려 더 늘었는데도요. 재빠르게 실수가 생긴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서 대처했어요. 하루는 엑셀 파일에서 안 맞는 부분이 발견됐다면 어떤 담당자가 어디서 실수했는지를 찬찬히 살펴봤어요. 그 다음, 올바른 값을 여러 파일을 오가며 찾아요. 끝으로 그 실수가 번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고민하는 거죠. 최종 수합자가 점검하기, 담당자가 쓴 파일을 모두 수합한 버전을 전체 공유하기 등이요. 옆에서 관찰하면서 '저 상황에서 왜 화를 안 내시지?'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남의 실수를 책임지고, 재발하지 않기 위한 방법까지 고민하는 건 엄청난 수고잖아요.


이럴 때 선배는 이렇게 조언했어요.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Calm Down 하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욱 하는 성격이 있고 어느 누구도 성질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본인 성격 다 보여주지 않고 참아가면서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감정을 내세우는 순간 지는 것이며 뒤돌아 서면 금방 후회하게 됩니다. 후회할 짓은 하지 마세요.

누구든지 잘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 그때 지적을 (나쁜 의미가 아님, 꼭 지적 바람) 해 주시고 지적을 받으면 즉시 시정해서 결국에는 우리 현장이 무사고 무재해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도와가면서 모든 팀원들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선을 위해서 지적해 주는 것과 뒷북은 전혀 다릅니다. 가장 못된 사람이 뒷북 치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준비 할 때는 가만히 있고 못 본 척 하다가 다 정리된 다음에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잘했네, 잘못했네, 딴지 거는 짓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주위 동료들 힘 빠지고 짜증 납니다.


"후회할 짓은 하지 마세요." 이 말, 너무 맞는 말 아닐까요? 이미 실수는 엎질러진 물처럼 되돌릴 수 없어요. 물을 말릴 건지, 닦을 건지, 아예 물이 안 쏟아지게 저절로 뚜껑이 닫히는 물통을 구매하든지. 그 다음이 중요한 거죠. 엎질러진 물을 왜 쏟았냐고 흥분한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흐려져요. 흥분해서 그 물을 밟고 미끄러질지도 모르죠.


출처: 교보문고 <피드포워드> 책소개


선배들은 화내는 법이 없었어요. 1) 어디서 잘못했는지 2) 왜 잘못인지 3) 다음에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셨어요. 선배들의 이런 화법은 피드포워드라고 볼 수 있어요. 책 <피드포워드>은 피드백feedback과 피드포워드feedforward의 차이를 밝혀요. 지난 잘못을 확실히 짚어내는 데 초점을 둔 피드백(back, 뒷 방향으로 향함)과 달리, 앞으로 실수하지 않고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미래 개선안에 초점을 둔 게 바로 피드포워드(forward, 앞 방향으로 향함)인 거죠. 책을 읽을 때, '하! 실제로 이게 가능하겠어? 뉴스에만 봐도 매일같이 크고 작은 실수가 터지면 사후 책임을 질 사람을 찾기 바쁘던데?!' 라고 생각하며 피드포워드는 이상적이기만 하다고 봤어요. 피드포워드를 받은 신입사원은 느꼈어요, '확실히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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