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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Jun 18. 2023

Dream #1

태니지먼트로 시작하다

이 글은 ‘25살에 코치로 시작하기’의 첫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코치는 24살 때까지 나한테는 없는 존재였다. 아, 잠깐 체대 입시를 준비했던 17-18살 때는 체육 선생님이 코치였다고 할 수 있나? 그때까지 코치는 운동선수의 성과를 끌어올려주는 사람이었다.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나랑 코치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25살은 코치 개념이 바뀐 시점이다. 동시에 기업 연수원에 취직한 시점이다. 연수원에 근무하다보면 수많은 강사 분들과 진단들(성격, 리더십 등)을 알게 된다. 왜 두 가지를 알게 되는가? 강사의 이력 때문이다. 교육과정에 가장 부합한 강사를 찾다보면 다양한 프로필을 본다. 학력, 강의 이력, 저서, 자격증 등. 그 프로필은 과정 진행자를 선별하는 기준이자, 앞으로 내 커리어를 고민하게 만드는 촉발제이기도 하다. ‘나는 내 프로필에 어떤 정보를 채워넣을 것인가?’ (내 커리어가 고민될 때마다 앞서간 선배들의 프로필과 인터뷰를 찾아본다. 언제나 도움이 많이 된다.)


강점이 눈에 띄였다. 얼마 전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나는 도대체 뭘 잘하는 사람이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장점이나 특기를 별도로 적는 란이 있었다. 혹은 그 란이 없어도 ‘자신이 가진 강점을 본인의 직무에서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 기술하시오.’ 와 같은 문항이 있었다. 나의 강점을 500~1,000자나 적어야 하다니! 대학에서 배운 거라곤 내가 부족한 점을 찾아서 퇴고하고 개선해내는 법이었다. 갑자기 잘하는 걸 말하라니까 막막할 수밖에.


MBTI뿐 아니라 다양한 검사가 많다. 이 믿음 하나로 인터넷에 ‘강점 검사’를 쳤다. 정말 감사하게도 크게 두 가지 검사가 있었다. 외국에서 온, 가장 유명한 갤럽. 그리고 한국에서 시작한 태니지먼트. 둘 다 검사 진행과 간단한 결과를 보는 건 무료였다. 당연히 둘 다 해봤다. 갤럽은 내 강점으로 5가지를 알려준다. 태니지먼트는 강점 2가지, 재능과 태도의 일부를 알려준다. 두 가지 검사를 종합함으로써 ‘나는 빠르게 행동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았다. (이 점이 취업에 도움이 됐느냐 물으면, 내가 연수원에서 하는 일을 떠올려보면 딱 답이 되겠다. 연수원의 교육 기획 및 운영 직무에 꽤 잘 맞는 강점이었다.)


’내가 가진(심지어 나를 취뽀하게 해준!) 강점은 남의 강점을 돋보이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미 나는 주변 사람들의 고민 해결 창구였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에 뉴스레터, 아티클, 소식지를 읽는다. 여기저기 가입된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는 정보들을 확인한다. 그 중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정보를 전달해주었다. 그 덕에 지인들은 ‘혹시 이걸 얘가 알까?’ 싶은 마음에 물어봤고, 나는 알고 있는 내용을 보내줬다. 강점에 꽂히고, 바로 이런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래, 이왕 이것저것 알려주는 김에 인생 고민도 해결해줘보자!’ 이런 당찬 생각이 뒤따라왔다.


시작은 태니지먼트였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강점/재능/태도를 알려주고,, 이런 다양한 이유를 떠나서, 고백하건데 첫 판단은 비용이었다. 사회초년생이 교육비에 n백만원을 태우기란 겁나는 일이다. 갤럽 디브리퍼 정도만 해도 거의 한 달 월급이 들어갔다. (나는 한 달 뭐 먹고 살지!?) 그에 비해, 태니지먼트는 검사 해석과 코칭까지 배우는 데 비교적 비용이 저렴했다. 다짐했다. 두 가지 검사에 대한 책을 다 읽자. 그리고 교육은 태니지먼트에서 받자.


25살 상반기, 태니지먼트 디브리퍼 교육이 시작됐다. 연수원에서 근무하다가 매주 서울에 가는 것부터 설렘이었다. 심지어 SM건물이었나, 1층에 연예인 사진이 가득했다. 이만큼 신선한 분위기는 새로운 걸 배우는 공간으로 충분했다. 저 멀리 서울이 한 눈에 담기는 층까지 올라가자, 교육장이 있었다. 퓨쳐플레이 사무실이기도 했다. 회의실과 업무 공간을 둘러봤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떠올렸을 때 그 이미지에 딱 맞았다. 참 여러 생각이 오가겠구나 싶은 공간이었다. 차츰 그곳에 사람이 차기 시작했다. 인사팀 책임자, 동화로 학교에서 수업하는 선생님, 회사의 첫 여성 임원 등 이곳이기에 만날 수 있는 분들이었다. 일하는 곳, 직무가 다 다르지만, 모두 강점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교육은 정말 재밌었다. 디브리핑 과정은 기본적인 검사 개념 이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론만 알아가는 교육이었으면, 교육 올 때마다 설레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번 배운 개념을 나와 주변 사람들에 적용해보는 게 흥미로웠다. ’나는 용기가 부족하구나(태도). 그래도 정보 수집(재능)이 있으니까 이걸 바탕으로 내 의견에 확신을 쌓아보자! 그러면 추진(강점)을 더 잘 쓸 수 있겠다!‘ 하는 깨달음이 쏟아졌다. 매주 교육이 끝날 때쯤이면 내 안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같이 높아지는 기분이었다. 과제로 우리 가족들의 검사 결과를 해석해봤다. 진짜 신기했다. 한 배에서 나온 호적 메이트가 나와 이렇게 다르다니. 극강의 행동파인 누나 때문에 극강의 사고파인 메이트가 참 힘들었겠구나, 이런 것까지 깨닫게 된다.


코칭 교육은 더 재밌었다. 내가 경험한 자신감과 자존감 채우기를 타인도 경험하게끔 ‘어떻게 내가 도울 수 있을까?’에 초점이 있었다. 나의 질문 하나에 상대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답변하고, 말하면서 새롭게 깨닫는 무언가가 생겼다. 어떤 때는 과거 자신이 힘들었던 이유를 깨달았고, 어떤 때는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이 교육의 실습 과제로 친구들의 검사 결과를 해석하고 이에 대한 코칭 대화를 진행했다. 참 신기하게도, 가족은 다를 수 있어도 친구는 유유상종이었다. 친구들은 강점/재능/태도가 전반적으로 나와 비슷했다. 다른 부분이 있어도, 정반대의 영역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같은 영역의 수준이 조금 다르게 나오는 정도였다. 후천적으로 고른 내 사람은 결국 나와 비슷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코칭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 친구의 사례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J는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했다. 재능과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의 적성, 흥미, 유망도를 체크해보는 코칭 대화를 나눴다. 놀랍게도 J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처음에 그 결과에 ‘오잉?’ 하는 반응이었다. 시간이 흘러 커리어를 시작한 J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다음에 이직하기 전에 그 대화를 스스로 해봐야겠다.‘


태니지먼트 교육 이후 약 20명의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다. “저 태니지먼트 해석과 코칭 자격 있어요! 원하는 분께 검사와 레포트 산출비(약 3만원)만 받고 해드릴게요!” 라고 공지를 올렸다. 나를 아예 모르는 20명이 이 신청폼을 작성했다. 이미 8년 넘게 일한 분,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 아직 대학생인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친구들의 결과를 해석했을 때만큼의 일관된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략의 인사이트는, “몇 년차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였다.


누구든지 ’나는 누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한다. 세상이 정말 말도 안되는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취업을 준비하던 나처럼, 여태까지 ’나 이런 거 잘해요!‘를 말하기보다 ’이 부분은 다음까지 고쳐오겠습니다.‘라고만 말해서일까? 어떤 이유든 계속 코칭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그 답을 계속 찾고 싶었고, 답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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