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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키온니 Apr 12. 2024

런던 몇 번이나 가봤니

성공한 중동 외노자 언니들의 런던여행

미성숙한 30대의 시작, 나는 카타르항공에서 승무원시절 많은 것을 배웠다 생각한다.


카타르항공 재직시, 한 달에 1~2번은 꾸준히 받아왔던 런던비행.

누군가는 유럽에서 한 번은 꼭 가보아야 한다는

런던을 그렇게 자주 갈 수 있어 부럽다 하겠다.

그러나 비행 내내 앉을 시간 없을 만큼 분주했던

풀서비스와 신사의 나라라는 명성에 대조되게

snobbish(콧대 높은)한 승객들의 끊임없는 요구를

들어주기엔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런던비행이 있는

스케줄이 달가울 리 없었다.

게다가 늘 짧은 체류시간(최소 18시간)에 크루들이

묵는 호텔은 시티와는 한 시간이 넘는 공항 주변에

있었으니 대부분의 런던비행이란 영국의 공기만 킁킁 맡고 오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달픈 내 컨디션에 보상이라도 하듯 버스에서의 헤드뱅잉을 마다 하지 않고

다크서클을 길게 늘어뜨린 채 다녀왔던 런던시티의

전경들은 그저 신기루와 같았다.

 

네덜란드항공 입사 후 그 애증의 도시를 전, 현직장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와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카타르항공에 비해 네덜란드항공에서의 비행 체류시간은 짧으면 2박 3일(58시간), 길면 3박 4일(85시간)

이나 되니 어느 곳이든 가고 싶던 찰나 런던이 떠올랐다.


뉴욕브로드웨이에서는 막을 내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도착날 바로 관람하기


전 직장에서는 너무 피곤해 조는 바람에 뮤지컬의

반토막만 보고 와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무리하게 겨울의 크리스마스마켓을 구경하러 갔다 몇 날 며칠을 앓아누웠다 등 서로의 눈물 젖은 런던비행 레이오버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시간에 감사했다.

바깥을 여유롭게 감상하니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가 또 있을까 예전에는 찬찬히 보지 못한 온갖 예쁜 모습들이 세세하게 눈에 들어온다.


같은 장소와 상황은 마음의 여유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정확히 맞다.

물론 누구와 함께 인지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


영국의 나라는 호불호가 정확히 있다.

다소 익숙지 않아 잘 들려오지 않는 브리티쉬 악센트, 이민자들이 많기에 간간히 느껴지는 인종차별, 어딜 가든 예약은 필수인 시스템... 이러한 점들이 낯설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말로 그런 점들을 잘 이용하면 런던만큼 자본주의 사회에 적합하게 즐길거리, 볼거리 넘쳐나는 도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지1 아침식사전경 / 이미지2 좋아하는 티브랜드 / 이미지3 거리의 화가


예를 들어 고객의 입장으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는 다시 말하거나 설명하기를 요구하고 아이컨택을

기본으로 여기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당당히 눈 맞춤을 피하지 않기, 사전예약을 익숙하게 여긴다면 말이다.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에 비용을 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런던엔 빨간 2층버스와 지하철(언더그라운드)등으로 대중교통이 너무나 편리하지만 우리처럼 비행(근무)으로 체력소진이 된 상태로 여행을 왔을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다.

교통비가 아까울 땐 항공료가 들지 않게 왔으니 얼마나 많은 비용을 아꼈는지를 떠올린다면 하나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 신비한 매직, 무엇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비용으로 시간과 여행을 위한 체력을 벌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총 3번의 우버를 이용했는데 3번 모두 다 한국 기아 자동차의 "니로" 전기차였으며 가장 핫한 관광도시에서 인기 많은 차종이 우리나라 브랜드라니 그것마저도 참 반가운 사실이었다.

런던에는 공짜 미술관과 박물관이 넘쳐난다. 런던에서 반고흐 찾기
던트북스로 가기 위해 2층 버스탑승


F모드는 잠시 바이

2번째 우버 택시아저씨는 우리를 픽업하시러 오면서부터 입안에 음식을 오물오물 씹고 계셨다.

저녁대시간이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나에 비해 섬세한 친구는 소리 내지 않고 음식을 먹는 모습에 짠하다 말했다. 바쁜 시간을  활용해 식사를 차 안에서 해결하는 것은 나름의 삶에 방식이라 말하며 쿨하게 굴었지만 나 역시 짠해지는 마음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흥이 많던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 오신 기사님은 한국음악을 틀어주시겠다 이것저것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 그 배려에 보답하고픈 마음에 마침 포장해 가던 디저트를 드시겠냐며 내밀었다.


아주 예전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비행을 가면 으레 양이 많은 음식의 반을 포장해 경비아저씨나 기사아저씨들께 드리면 참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높은 물가에 우리에겐 대수롭지 않은 한 끼의 식사와 디저트들이 어떤 이들에겐 귀한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는데 그것은 그들에 대한 동정도 연민도 아닌 진심으로 대접하고 싶은 작은 배려심이었다.


혹여나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시면 어쩔까 했지만 다행히 감사하다며 받아주셔서 되려 우리가 기분 좋았다.

고되던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고작 우버를 잡아 타고 가는 길이었지만 중동 외노자 언니들이 성공해 런던에 돌아와 관광을 하는 것 같다던 친구가 참 순수한 소녀 같았다. 관광의 코스는 다를 바 없었지만 같은 곳을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카타르항공 승무원으로 40번쯤, 여행으로 3번째 방문한 런던은 40번쯤 비행으로 왔을땐 애증의 도시라

하겠지만 여행으로 다녀갈 땐 무조건 '애(愛)'만 가득한 도시, 무엇보다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한 베스트 여행이었다.


빅벤과 런던아이는 편히 택시안에서 감상하기, 놓칠 수 없는 런던 브릿지야경
배불러 거의 다남겨버린 에프터눈 티 / 암스트레담으로 편히 데려다 줄 언제나 반가운 KLM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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