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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민 라이트랩 Dec 04. 2019

브런치가 꺼내 준 나의 빛 이야기

브런치와 함께한 두 달의 시간



나 혼자만의 기록이라 생각했다.


빛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나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 정도나 재미있어할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이야기는 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나의 개인 SNS 계정에 이따금씩 빛에 대한 생각을 끄적거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의 첫 직장은 조명설계사무소였다. 운 좋게도 첫 직장은 우리나라의 내놓으라 하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그 업계에서는 역사도 있고 이름 있는 곳이었다. 켜켜이 쌓여있는 그간의 사례들을 들춰보고, 다양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것들을 배웠고 빛이라는 매력적인 존재에 대해 눈을 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차 되던 해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고, 에너지 절약 문제가 대두되며 내가 있던 조명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빛을 너무 좋아했지만, 한동안은 회복되기 힘들거라 판단한 나는 조명 디자인일을 그만두었다.



그 후 나는 조명과는 관련 없는 새로운 영역의 스타트업에 창업 멤버가 되어 8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디자인, 브랜딩, 제작설계, 영업 등 다양한 일을 하며 나름의 성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일에도 끝은 있었고, 몇 개월 전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고민을 시작하는 때가 다가왔다.



처음부터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앞에서 말했듯, 나는 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도 아니며, 조명업계를 떠난지도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재미있어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몇 가지의 큰 동기들이 브런치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불과 2개월 만에 브런치는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퇴사하고 처음엔 무턱대고 책부터 읽었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도서관이라는 곳을 가보게 되었고 관심 있는 분야부터 다양하게 책을 읽어 나갔다. 일이라는 한 가지에만 집중했던 8년을 보냈기에, 이전에는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리고 보다 깊은 이해와 대화가 필요해 독서모임에 가게 되었다.



첫 번째 동기는 그 독서모임 중에 일어났다.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기회가 생겼다. 난 그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빛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순간적으로 엄청난 관심이 내 이야기에 쏟아졌다. 모임에는 디자이너나 건축가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빛이야기에 생각보다 훨씬 관심이 많았다. 순간 나는 어떤 가능성을 느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주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따금씩 개인 SNS에 글을 쓰는 건 좋아했지만 나는 그 흔한 블로그 한번 운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그전에 다른 주제로 두 번을 지원했으나 떨어지고 덮어둔 계정이었다. 오랜만에 하얀색 창을 열었다. 그리고 혼자 개인 SNS에 짧게 짧게 써왔던 '조군의 빛이야기'를 처음으로 긴 글의 형태로 작성하기 시작했다. 두 편의 글을 작성한 후 작가를 지원했고 드디어 세 번째에 드디어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는 호칭은 나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이는 또 한 번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두 번의 탈락 후에 얻어낸 선정이었기에 나의 설렘과 기쁨은 배가 되었다. 아직 제대로 발행된 글 하나 없지만 벌써 작가가 된 것만 같았다. 그동안 빛에 대해 조명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떠들고 다녔던 이야기를 이제 제대로 정리해 글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글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미 작가 지원할 때 썼던 글이었지만, 첫 발행인 데다 나의 생각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기에 보다 신중하게 정리하고 고쳐나갔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들도 다시 꺼냈다. 이야기에 필요한 사진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참동안 글과 이미지들을 수정하고 조합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수정 끝에 겨우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 두 번째 글을 정리하고 올리던 즈음, 신기하게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요도 누르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구독까지 눌렀다. 대학 졸업 때도 논문을 졸업전시로 대체하는 전공 특성상 제대로 완성된 글 하나 써본 적 없는데, 그런 부족한 나의 글을 그것도 내 지인이 아닌 모르는 누군가가 읽고 반응해 준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오직 글로만 나를 만나본 누군가가 나의 생각과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는 그 자체가 신기했으며 한편으로는 소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강력한 동기가 하나 더 생겼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채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큰 공고가 떴다. 제7회 브런치북 공모전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아직 새로운 시점에, 브런치는 나에게 '책'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제안을 하고 있었다.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당선이 되야겠다는 생각보다, 명확한 시간의 목표가 생긴 것에 더 에너지가 생겼다. 언제 다시 다른 직장에 출근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지금, 이 공모를 기회로 삼아 내가 가진 빛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내 보자는 목표가 생겼다.




블로그조차 한번 해본 적 없는 내가 책을 쓰다니??



그로부터 약 한 달여의 시간은 내 생애 처음으로 제대로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익숙지도 않고 제대로 훈련해본 적도 없었기에 그 과정은 어려웠지만, 또한 매우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흩어진 이야기들을 책이라는 콘텐츠에 맞춰 목차를 만들고 그 키워드들을 하나하나 다듬어 글로 꺼내어 놓는 재미가 있었다. 컴퓨터 속 잠들어 있던 과거의 여행 사진들이 빛이라는 이름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된다는 사실 또한 설레는 일이었다.



하나하나의 글을 책이라는 형태로 완성하다 보니 이 매력 있는 빛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좋은 빛을 알아감으로써 더 나아지는 우리에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도 생기게 되었다. 조명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갔던 시간도 겨우 3년여였고, 그 분야를 떠난지도 오래되었기에 과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고민했던 적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간은 오히려 내가 이 분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웠으며, 전문가로서가 아닌 쉽고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쉬운 글을 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올린 글들은 운 좋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 시작했다. 다음과 브런치 등에 종종 소개되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어떤 글들은 생각지도 못한 많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기록해 나로 하여금 하루 종일 앱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마치 독서모임에서 생각지도 못한 관심을 받았던 그 순간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의 빛 이야기에 관심 가져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들이었다.





닿을 수 없던 작가들만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브런치에서 내 글을 추천해 주다니...!




그저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개인 SNS에만 묻혀 있던 생각과 글의 파편들이,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서 이제는 책이라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그 글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까지 하고 있다. 아직 작가라는 호칭은 오글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게 글을 쓰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한편 한편 글이 완성될 때마다, 나 역시도 스스로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빛에 대한 나의 생각을 총 12편의 글로 썼고, 그 글이 하나로 묶여 '브런치북'이 완성되었다. 수십 개의 후보 중 제목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빛 이야기"로 지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빛이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추구하고 싶었던 건 이를 통해 만들어질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이라는 결론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시작한 브런치였지만 어느덧 160여 명의 구독자와 3만의 조회수, 15편의 글, 1권의 브런치 북까지 이제 내 소중한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나 혼자만의 기록이 아닌, 책 제목대로 우리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 빛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제 나는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도전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비록 내가 글을 제대로 써본 적 없다 할지라도, 나의 이야기가 작아 보인다 할지라도,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나의 시선에 공감하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다는 경험은 나를 변화시킨다. 줄 세우고 순위 매기기에 지친 우리에게, 나만의 방향을 향해 한 걸음을 시작하는 그 행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 두 달의 시간이었다.




나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또 구독해주시고 정성 어린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과

좋은 기회를 선물해 준 브런치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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