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2차원에 산다. 개미에게는 바닥의 벽의 경계가 없어서 사람들은 벽을 기어오르는 개미를 보면 신기해하지만 개미는 계속 일직선을 걸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에 의해 들어 올려진 개미를 또 다른 개미가 본다면 순간이동을 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차원에 살기 때문이다.
김자까의 오분글쓰기는구독자분들의 사연을 각색해 색다른 소설을 지어보는 글쓰기 프로젝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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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주신 분: 강모씨
사연: 저는 잠을 너무 많이 잡니다. 하루에 거의 14시간을 자요. 굳이 이유를 따지면 매일 꿈을 꾸는데 꿈이 너무 생생해서 일어나지를 못하겠 습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한 어린이가 되고 싶은데 마음만 앞서네 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오분 글쓰기 시이작->
베짱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휴, 이따위가 다 뭐람? 기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베짱이는 서점을 찾았다. 그곳에는 책이 있었고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보던 베짱이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이게 다 뭐야! 개미가 잘 사는지… 베짱이가 굶어 죽는지 베짱이가 예술가인지… 개미가 고지식한 지… 나랑은 하나도 상관없잖아. 이건 동화일 뿐이야. 정작 난 기타 하나도 잘 못 친다고. 베짱이도 노력을 해야 예술가가 되지. 매일 잠만 자는 내가 뭘 할 수 있 겠어.
베짱이는 힘이 쭉 빠져 서점 코너에 주저앉았다. 그때 개미 한 마리가 그의 곁을 지났다 개미는 계속 알짱거렸고 베짱이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개미는 그가 내려놓은 '개미와 베짱이' 우화 책을 들춰보다 베짱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런데 개미의 눈은 그의 배를 향해 있었다.
'혹시 그 기타 당신 건가요?' 개미가 부러운 눈으로 기타를 쳐다보 앗다. 그리고 슬그머니 그에게 다가와 베짱이의 배에 얹힌 줄을 한번 퉁겼 다.
'정말 신기해요. 베짱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기타를 가지고 있는거죠 ? 혹시 저에게 C 코드를 알려줄 수 있나요?'
베짱이는 개미의 작은 손가락을 잡고 자신의 배에 붙은 줄을 퉁겼다. C 코드는 쉽지. 요렇게 잡고, 이렇게 튕기면 돼요. 참 쉽죠? 개미가 웃었고 연주를 부탁했다. 베짱이는 생각하다 자신이 아는 가장 쉬운 코드의 노래를 쳤고 개미가 그에 맞춰 허밍을 했다.
개미는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개미가 말을 마치자 얼떨결에 베짱이도 자신의 속마음을 펼쳐 보였다.
모르시겠지만 말이죠. 저는 매일 잠만 자느라 저녁에 겨우 잠에서 깹니다.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는요… 그래도 성공한 베짱이죠. 나는 기타 연주도 잘하지 못하거든요. 일어나면 저녁인데 언제 연습을 하겠 어요. 너무나 자기 관리가 안되고 그래서 당신 같은 개미들을 보면 너무 부럽습니다.
그런데 베짱이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던 개미는 엉뚱한 부분에서 눈을 크게 떴다. '네? 꿈이 그렇게 선명하다고요? 헐, 저도 그런 꿈을 꾸게 된다면 도저히 이불에서 일어나지 못하겠는데요 ' 머리만 긁적이는 베짱이에게 개미가 말했다. '솔직히 제가 부지런할 수 있는 이유는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이에요.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들이 서로 깨워 주니까요. 그래서 자기 관리는 잘 되지만 다들 개성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우리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생각 한답니다. 부지런함으로 얻는 행복과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 있는 건 아닐까? 베짱이님의 멋진 꿈처럼요' 개미가 말을 이었다.
'요새는요 성실한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느낄 수 있어요. 분명 이 세상에는 보이는 것과 다른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다른 차원이 있는 것 같아요. 베짱이들의 음악은 그 차원을 상상하게 해 줘요. 그래서 저는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이런 이유 때문에 있는 것 같아요. 개미와 베짱이는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말해주는 거죠'
개미가 책을 내려놓고 말했다. '혹시 필요하다면'
삐익 삐익 알람이 울린다. 나는 잠에서 깼고 창가를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와 눈을 마주쳤다. 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지만 분명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미간을 찌푸리고 개미의 마지막 말을 생각했다. 기억이 안 난다.
이불에서 기어 나와 발 밑에 놓인 기타 줄을 퉁겼다. 그러자 개미의 마지막 말이 번뜩 떠올 랐다.
'혹시 필요하다면 제가 모닝콜을 해 드릴게요. 대신 저에게 기타를 가르쳐 줄 수 있나요? 우리는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의 세계 를 공유하면 어때요?'
핸드폰을 들었다. 알람을 설정하고 알람 명칭을 '꿈에서 만난 개미'로 적었다. 그리고 여전히 창가에 있는 개미에게 내가 아는 가장 쉬운 노래를 들려주었 다. 개미가 춤을 추듯 벽을 지그재그로 오르기 시작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 나는 너무 그럴싸해서 거부감이 들고 현실적이지 않아 외면했던 이 명제를 싫어했다. 그런데 벽을 타고 오르는 개미를 보니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닐까?
개미가 벽을 타고 올라 점점 작아져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졌을 때 내 마음에도 아주 작은 자신감이 생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