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스의 종말_한병철
오직 친구로서만 사유할 수 있고
사유함으로써 우리는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다
친구가 아닌 계약관계나 목적이 있는 만남에서
우리는 굳이 친구라는 호칭을 부르지 않는다
친한 친구라고 하지만 이렇게 목적을 가진
만남에서는 우정도 발생할리 만무하지만
그런 만남을 가지고 나서 한편에서는
아 친구인데 왜 만나면 힘들까라고 하고
한편에서는 아 이 친구한테 이제 얻을 게 없네
라고 말하는 경우가 생긴다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더욱 인격적인 관계가 되고
친구이면 친구일 수록 더 서로를 생각해주는
그런 관계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사랑이
필로스라는 우정으로도 드러났다가
아가페라는 위대한 희생으로도 드러났다가
격정적인 에로스로도 드러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에로스이지만
그 안에 필로스와 아가페가 함께 어우러진
진정한 인간을 만나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니 곧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하고
친구라면 스승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나를 열어놓고 만날 수 있은 가능성
즉 희망이 되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걸을 때 미래에 대한 소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