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쓰기 챌린지 아홉째 날(2023.12.29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매일 글쓰기
#한 달 쓰기 챌린지
#최근에 울었던 일
사람이란 참 간사하고 시간의 힘 앞에 무력하다. 하지만 그 덕에 또 하루를 살아내는 것 같다. 너무 슬퍼서 하루도 못 견딜 것 같던 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슬픔이 옅어져 살만 해 진다.
'최근에 울었던 일'이라는 주제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 외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린지 불과 2달이 채 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 겨우 2달도 안 지났는데 난 우리 외할머니의 부재를 잊고 있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지난 주말 '친정은 힐링'이라며 부산을 떨었을 때도 지쳤던 내 몸과 마음만을 위로받으려고만 했다. 우리 엄마가 엄마를 잃은 지 겨우 2달도 되지 않았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엄마는 슬픔이 아직 다 아물지도 않았을 텐데 내색조차 않으시고 안쓰러운 내 딸 뭐라도 더 먹이고 쉬게 해 주려 애쓰셨다. 난 내 생각만 했는데;;;
외할머니는 향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다. 사인은 노환이었다. 올해 초 약간의 치매끼를 보이셨고 요양원으로 가게 되셨다. '요양원'이라는 말 자체에 약간 거부감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시설도 깨끗하고 분위기가 밝아서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즐거워 보이셔서 좋았다. 외삼촌 내외가 출근하시면 늘 혼자 셨을 할머니는 오히려 이곳에서 다른 분들과 어울리며 지내시는 것이 즐거우실 것도 같았다.
할머니가 내게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은
"우리 oo이가 서울 가서 부자 됐다고 해야. 아(아이)들도 잘 키우고~"
였다. 점점 기억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내게 칭찬을 해주신 할머니;; 실제로 부자는 아니지만 부자 되라는 덕담이라, 혹은 부자 된다는 예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할머니는 그런 분이셨다. 늘 따뜻하고 다정하게 별것 없는 손녀딸을 최고라 칭찬해 주셨다. 항상 '아이고 이쁜 사람'이라고 부르며 사랑해 주셨다. 그런 내리사랑을 늘 받기만 했던 나는 입관식 때 많이도 울었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게 후회되어 목놓아 울었다.
할머니는 위로는 딸 넷, 아래로는 아들 넷을 차례로 낳으셨다. 우리 엄마는 딸로는 막내라 뒤로 이어진 남동생들의 터를 잘 닦았다고 칭찬?을 받았단다. 그러나 그 남동생들을 돌보는 일도 다 엄마차지였다고 했다. 이렇듯 가지가 많은 나무셨으니 늘 바람 잘날 없으셨을 것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장례식장을 가득 채운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까지 할머니를 기억하는 이들 가슴에 오래도록 살아계실 거다.
한동안 많이 울고 가슴 먹먹한 시간을 보냈었는데 일상에 치여 살며 또 잊고 지냈다. 그러다 또 불쑥불쑥 떠오를 거다. 식혜를 마실 때면, 매생이 굴국을 먹을 때면 이걸 제일 맛있게 해 주신 우리 할머니를 말이다.
#보고 싶은 우리 할머니 사랑해요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할머니 표 매생이 굴국
#엄마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