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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nie Oct 31. 2023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8월 어느 날 한기용 CTO님의 세션을 듣고 나서

8월 말 회사에서 한기용 님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세션을 진행해 주셨는데요. 개인적으로 링크드인에서 기용님의 글들을 보며 팬이었는데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세션을 들을 수 있게 돼서 좋았습니다.


주제 또한 몇 가지를 제공해 주고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게 해 주셨고 우리 회사에서는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라는 주제로 약 1시간가량(30분 발표, 30분 Q&A) 진행해 주셨는데요.


스타트업에 길고 긴 겨울이 찾아온 지금,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어찌 보면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귀를 쫑긋하며 들었고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한기용 님 링크드인에서도 좋은 내용들을 자주 공유하기도 하고, 유튜브에서도 몇 가지 강연을 볼 수 있으니 한 번쯤 보시길 추천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통

성장통과 고통의 차이

성장하는 회사에서 성장통을 느끼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는 스타트업을 다니는 것은 사실 성장통이 아닌 그냥 고통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얼마나 버티느냐, 즉 존버의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장통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Udemy에서 느꼈던 성장통을 말해보자면 처음 조인했을 때 20명 정도의 규모였고, 3년 뒤 퇴사 시에는 400명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이때의 경험을 기반으로 회사의 크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얘기해 본다면, 개인이 성장하지 않으면 그 파이가 안 커지고, 회사의 파이가 안 커지면 개인 성장도 되지 않는다. 그 두 개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성장통은 어디서 나오냐면 대부분 사람에서 나온다. 가장 많은 성장통은 사람을 많이 뽑으면서 인재밀도가 낮아질 때 나타난다.

이때 초기멤버들이 중간매니저가 될 텐데 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간 매니저라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의해 본의 아니게 그런 역할을 맡게 되고, 훈련을 받은 적도 없을 것이다. 만약 매니저를 뽑으라고 한다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 즉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지 않으려고 하려고 할 것이다. 즉 일을 굴리기 딱 좋은 사람으로 뽑게 된다.


이게 가장 흔한 성장통의 패턴 중 하나다. 이 패턴을 건너뛰지 않은 회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성장통이나 실수는 모두 다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좋은 창업자는 이를 빨리 깨닫고 빨리 고치는 것이 바로 좋은 창업자다. 근데 이게 참 어려운 것이기에 그래서 독한 창업자가 좋은 창업자라는 것이다.


두 번째 패턴은 중간관리층이 약해지는 것이다. 매니저 경험이 있거나 트레이닝을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매니징을 잘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위와 밑에서 바라보는 게 많으니 더 힘들 것이다.


이런 두 가지 패턴을 거의 모든 회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유데미에서 돌이켜보니 어떻게 해결했느냐를 생각해 보면, 팀 빌딩하는 방법을 바꿨다.


잘하는 사람 1명이 할 일을 2~3명이 나눠서 하고 이런 형태에서 채용 기준을 높게 잡아서 주니어를 뽑지 않고 시니어를 뽑고자 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기 시작하면 회사 방향을 모르겠고 결정이 느린데, 이럴 때에 조직구조를 바꿔도 보고 미팅하는 방법도 다르게 해 보고 등 실험을 해보는 것이 성장통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또한 회사 규모 및 직원이 어느 정도 되는데 항상 다 같이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으니 모든 미팅에서 어젠다를 명확하게 하고자 했다. 각 어젠다마다 몇 분이나 쓸겠이냐까지 얘기하고자 했다. 이렇게 안 하면 1시간은 기본으로 쓰곤 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 중요한 어젠다는 할 말이 없다. 왜냐면 어젠다 자체가 어려우니깐. 근데 쉬운 어젠다는 할 말 많음. 회식 어디서 할 거냐 이런 것들…(뜨끔)


이렇게 해고, 인원 감축, 성장이 반복되는 경험을 했다.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성장통이 없으면 올라가지 못하고 꺾이는 것과도 같다.


창업자의 중요성

좋은 창업자는 좋은 사람이어선 안된다. Udemy를 그만두고 나서는 다양한 회사들을 컨설팅 & 어드바이저 했는데 잘하는 창업자들은 기본적으로 독한 사람이다. 창업자라는 사람이 좋고, 나이스하면 사실 그 회사는 망할 확률이 높다. '아 이 사람 너무 괴롭다, 너무 독하다'라고 하면 창업자로서는 좋은 창업자일 것이다.

사례: Pollybore vs Udemy

폴리보어(pollyvore)는 더 잘될 수 있는 사업이었는데 잘 안된 이유를 회사에 조인해서 들어보니 역할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즉 “얼마나 잘하나 보자”의 기조가 깔려있었다. 좀만 잘하는데도 뒤에서 손가락질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초기멤버들이 너무 똘똘 뭉쳐있었기 때문이다.

유데미는 초기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다 보니 텃세라는 것이 없었다. 유데미는 초기부터 처음에 좋은 사람들은 아웃바운드로 찍어서 찾아다녀야 한다는 깨달음을 알아냈다.

처음 90일 즉 온보딩 기간 동안 그 사람에게 "성취하는 경험"을 줘야 한다. 큰 성과를 90일 동안 낼 순 없겠지만 회사의 문화에 친숙해진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성취하는 경험

이 이후에는 *에인절투자를 14곳 정도 진행했었는데 에인절투자를 해보니 오래된 만큼 잘되더라. 개인도 똑같다. 앞단에 얼마나 내가 성취하는 경험을 했고, 몰두하는 경험을 해봤느냐가 나를 더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더라.

*에인절투자: 경영 자금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


본캐부터 열심히

요즘 자주 나오는 본캐/부캐에 관한 생각으로는 본캐에서 성취해 보는 경험을 해보고 그것이 부캐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회사의 일과 나를 나누지 말고, 성취하고, 몰두하고, 승진하는 경험을 해라. 이 경험이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커리어는 정글짐

사다리와 정글짐의 차이

이전에는 커리어가 마치 사다리와 같았다. 길이 한 개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대에서는 배우는 게 없는데 한 군데에 오래 남아있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이제는 커리어 레더(=사다리)가 아니라 커리어 정글짐이다. 그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도 갈 수 있고, 아래로도 갈 수 있고 목표를 위해 갈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

커리어 레더가 아닌 커리어 정글짐

그리고 요즘 100세 시대이기도 한데 인생을 길게 보는 것이 좋다. 커리어 전반기에는 실패를 좀 해도 된다. 회복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해보면서 내가 정말 뭘 원하는지 파악하기 좋은 시기이다.


예전 평생 직장인 경우에는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한데 이젠 어디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나를 잘 알고 내 일과 커리어를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중요하다. 이런 것이 정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커리어에 있어서 결과지향적으로 되어야 한다.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자신감'이라 대답할 수 있다. 자신감이 있다면 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몰두하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나?

문제정의를 잘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성공이고 실패인지, 우선순위는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문제 정의만 잘해도 일을 잘할 수 있다.
의사소통을 하면서 좋은 질문을 잘하고 또 그걸 해야 한다.


의사소통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자기 검열 안 하고 모르는 거 편하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검열을 하게 되면 질문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문제정의를 잘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걸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는 순간, 잘못 가는 경우도 있다.


이건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자주 하는 실수이다. 아무리 다른 회사에서 경험이 많다고 하더래도 이 회사에서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변사람과 말하면서 맞춰야 한다.

즉, 문제 정의 능력=의사소통 능력=자기 검열하지 않고 질문 잘하는 능력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잘 들어야 한다. 잘 듣는 사람이 질문도 잘하기 때문이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는 건 되려 민폐다. 만약 우선순위가 높고 정말 중요한 건 완벽주의에 가깝게 하지만, 덜 중요한 건 완료주의로 하자.



나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

1. 나이 혹은 남과의 비교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성장하거나 현명한 사람인건 아니더라.


2. 정답을 찾는 행위

스타트업 다니는 사람이 흔히 실수하는 경우 큰 회사 다니면 답이 있지 않을까? 와 같은 것이 있다. 큰 회사 가서 다르냐는 결국 결과를 위해 뭐든지 하는 마인드셋이 더 중요한 것이다.


3. 가면 증후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커리어 전반기에는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11개월 쉬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니 후반의 삶이 훨씬 여유로웠다.


나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

1. 인격적인 성숙

오래 일하면 평판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일하기 편한 사람, 팀 플레이어들의 평판이 좋은지가 주요하다.

이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긍정적인 사람으로 귀결된다.

회고하는 자세, 실수를 인정하는 여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솔직함. 즉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사람이 좋더라. 또 꾸준히 매일 무언가 하다 보면 좋은데, 회고하면서 글 쓰는 것 등 모든 행위들이 결국 자연스러운 부캐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기회는 사람으로부터 생기고, 모든 위험도 사람으로부터 생긴다고 생각한다.


매니저로서 중요한 점

강점이 약점이 되는 순간을 인지하기

어느 정도 커리어에서 승진을 하고 책임을 지게 되는 위치로 올라가면 실행보다도 앞단의 전술, 전략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야후에서 디렉터가 됐을 때 그걸 잘하지 못했다.


매니지먼트에서도 어느 정도 레벨이 되니 내가 잘하던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더라. 이럴 경우 새로운 강점을 만드느냐, 아니면 강점이 강점으로 돌아가는 환경으로 들어가거나 결정할 수 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는다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매니저의 역할이란 결국 우리가 왜 이 방향으로 가는지를 설명할 수 있고, 매니저라는 느낌보다는 파트너라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 팀에 5명이 있는데 내가, 즉 매니저가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면 좋지 않다. 어떻게든 어떤 분야에서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피드백의 중요성

피드백은 기술적인 것과 행동 양식에 관한 피드백이 나뉘어 있어야 한다.


주니어 때는 완벽주의가 좋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민폐가 되기 시작하는데 본인이 이것을 민폐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나?라고 했을 때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다. 이걸 누군가가 '너의 완벽주의는 더 이상 장점이 아냐'라고 해줘야 한다. 근데 대부분 이렇게 들으면 반응이 좋지 않다. 부정적인 피드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 장점을 단점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좋은 피드백이다.

팀원을 볼 때에도 새로운 역할을 했을 때 헤매는 것이 보인다면 그런 관점으로 그전에 갖고 있던 장점이 더 이상 장점이 아닐 때를 잘 캐치하고, 얘기해줘야 한다.


듣고 나서

들으면서 뜨끔하는 지점들이 많기도 했고, 기용님이 진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잘하는 것을 인지하고 회사의 수많은 고비들을 잘 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세션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비록 창업자는 아니지만, 창업자가 들었을 때 얼마나 고마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검열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스티브 잡스의 강연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영상에서도 그는

'만약 나보다 못한 사람과 일을 한다면 나도 그저 난쟁이들의 소굴에서 나뒹구는 난쟁이가 될 뿐이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함께 일한다면 나도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뛰어난 사람들은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과 일하길 원한다.'

그는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는 데 있어서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년을 기다려 데려온 사람이 있고 그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쏟은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세션을 통해 나는 고통과 성장통 그 사이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있는지, 매니저로서 잘하고 있는지, 회사 그리고 나의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할 수 있을지를 깊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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