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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25. 2023

쉬지 않고 5km를 걸은 쌍둥이

2023.09.25

쌍둥이들이 주말에 뭘하면 좋을까 항상 고민하던 엄빠의 눈에 띈 플래카드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안양천 힐링 걷기대회>. 날짜도 아빠가 쉬는 일요일, 덥지 않은 오전. 그래 저거다 싶었다.

장애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아침 8시까지 가서 선착순으로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 그깟 늦잠 못자면 어떠랴. 아빠는 토요일 밤마다 보던 넷플릭스도 포기한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운동까지 싹 마친 뒤 길을 나섰다. 참가비를 1000원짜리로만 내야 하기에 전날 밤 자기전에 온집안을 뒤져 1000원짜리 4장도 지갑에 넣어놨다. 


무사히 선착순 1000명 안에 들어 등번호를 받고, 식빵까지 사서 집에 오니 쌍둥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만반의 준비를 해서 다시 출발. 


가을볕이 생각보다 강했지만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왕복 5km나 된다고 해서 내심 걱정을 했지만 쌍둥이들은 잘 걸었다. 입맛이 없다며 아침을 안먹은 우재가 배가 고파서 고전했지만 완주를 해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끝까지 걸었다. 그리고 1시간여만에 완주 성공. 


기념푼은 에코백과 소보루빵, 그리고 물.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품추첨 행사가 남았다. 1등 상품은 무려 텔레비전!!! 

추첨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유준이가 당첨됐다. 바로 밥도둑 '김' 선물세트. 이제 텔레비전만 가지고 가면 된다며 다시 눈을 크게 뜨는데 우재가 힘들었는지 행운권을 아빠에게 맡기고 엄마와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둘을 떠나보내고 유준이와 기다리는데 또 당첨. 이번에는 '참기름-들기름 세트'.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는 소리를 들은 엄마와 우재가 가다가 돌아왔다. 

물론...텔레비전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갔다. 그래도 몸도 튼튼해지고 의미있는 하루였다. 유준이는 김이 10봉지 들어있는 상자를 몇번이나 쳐다보며 명절때 누구에게 김을 나눠줄지 생각했다. 친할머니, 외할머니, 그리고 사촌누나에게 하나씩 주기로. 아빠가 1개 말고 2개씩 주라고 했더니 금세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안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3개 밖에 안남잖아!!!". 그리고는 저녁에 1개를 꺼내서 맛나게 먹었다. 명절 때까지 김이 남아있을까 모르겠다.   

우재는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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