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둥이들에게 유년의 기록을 남겨주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뱃속에 있을 때 시작했으니 어느새 8년이 넘었다. 물론 엄빠의 기억보조 장치이기도 하다. 모든 기억이 소중하지만 브런치에 쓴 에피소드는 더 소중하다.
지난 주말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1. 지난 토요일(9월28일)에는 둥이, 둥이의 절친과 함께 영화 <트랜스포머 원>을 보고 왔다. 아내는 아이들 셋을 극장에 잘 데려갈 수 있겠느냐고 몇번이나 물었고, 나는 문제없다고 큰소리쳤다. 물론 문제는 없었다. 둥이와 절친 A군이 합체를 하기 전까지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적잖이 흥분을 한 둥이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A군을 만나자마자 더 흥분했다. 물론 A군도 마찬가지. 셋은 만나자마자 고라니처럼 지하철 역으로 뛰어갔고, 아빠는 쫓아가다가 곧 포기했다.
극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어렵다는 키오스크로 팝콘과 음료수를 사줬다. 그리고 극장 로비에 앉아있으라고 한 뒤 발권을 하고 돌아와보니 자리에는 음료수와 팝콘, 그리고 주인을 잃은 A군의 휴대전화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황급히 찾아보니 극장로비 옆에 있는 오락실에서 정신없이 구경 중이다. 다시 몰고나와서 극장안으로.
극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A군이 팝콘을 쏟았다. "괜찮아, 아저씨가 치울게..."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A군이 바닥에 흘린 팝콘을 통에 주워담았다. "땅에 떨어진 건 먹지마!!!" A군이 답했다. "후후 불어먹으면 괜찮아요 ㅋㅋㅋㅋ" 말릴 수가 없다.
다행히 영화는 재밌게 보는 듯 했다. 물론 나는 영화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가 절정으로 가는 중에 A군이 나를 불렀다. "삼촌, 삼촌, 오줌 마려워요" 그러자 옆에 있던 우재가 또 말했다. "나도 화장실 가고 싶어!" 유준이게 물었다. "아빠가 A랑 우재랑 데리고 화장실 갈건데 영화 보고 있을래?" 잠시 고민하던 유준이가 말했다. "아...중요한 장면 같은데...나도 갈래"
아니, 분명히 영화 보기 전에 화장실 다녀왔는데 왜 한시간도 안되서 또 가는건데...아, 음료수를 큰통으로 사줬구나!!!
영화는 보고 나서 황급히 집으로 몰고왔다. 이제 A군의 부모님께 인수인계만 잘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셋이 더 높고 싶단다. 결국 셋의 만남은 동네 공원에서 축구를 한판 더 하고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셋은 서로를 보며 외쳤다. "내일 또 만나!!!"
2. 일요일에는 동네에서 1년마다 하는 걷기 행사에 다녀왔다. 작년처럼 경품을 타지는 못했지만 운동도 하고 햇살도 마음껏 쬔 보람찬 하루였다.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런닝맨>도 보고, 저녁도 잘 먹고 이제 자기만 하면 되는데 사고가 났다. 침대에 누우려 하는데 우재의 뺨에 모기가 앉았다. 요즘 모기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유준이의 손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찰싹" "야, 뭐야!!" "모기 잡으려 한거잖아" "그렇다고 날 때리면 어떻게 해. 너 때문에 모기가 입안으로 들어갈 뻔 했잖아(??!!)" 흥분한 우재를 진정시키고 유준이에게 사과를 시키려는데 이번에는 우재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맞은대로 돌려주려는 듯 유준이의 뺨을 때렸다. 유준이는 실수였지만 우재는 명백한 고의였다. 여기서 아빠는 참을 수 없었다. 친구를 일부러 때리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 확실히 가르쳐줘야 했다. 아빠가 화를 내자 둥이들은 당황했다. "유준이가 먼저 때렸다"고 변명하는 우재를 번쩍 들어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이미 울먹이기 시작한 우재에게 실수와 고의는 큰 차이가 있다고, 그래서 너가 더 잘못한 것이라고 일장연설을 한 뒤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유준이에게 다가가 '너도 실수지만 때렸으니 잘못했다고, 우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가 '배드캅'을 했으니 이제는 '굿캅'이 나설 차례. 엄마가 우재를 달래며 데리고 나왔고 둘은 서로 사과하며 마무리했다. 우재는 아직 아빠에게 서운한 감정이 남은 듯 했지만, 오전에 두시간 가까이 걸은 덕에 쉽게 잠이 들었다. 이렇게 또 우당탕탕 주말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