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느 비행가요? 코펜하겐 VS 모스크바
2022년 5월.
4일 짜리 스탠바이가 모스크바 비행으로 바꼈다.
모스크바 비행 정보에는 러시아에서 발급된
카드 이외에는 사용 할 수 없고,
달러를 환전해서 써야한다고 한다.
음...
달러를 환전해서 썼다가 남으면
또 언제 러시아 비행만 갈 지 기다릴 수 없으니
나의 결정은 33시간 체류동안 먹을 음식을 야무지게 챙겨가자! 였다.
첫번째 끼니는 신선한 야채들, 그리고 나의 최애 링귀니 파스타를
바질 페스토에 버물여서 볶은 마늘과 양파 그리고 레몬즙까지 뿌려 먹음
크. 이것은 식었을 때 더 맛있는 음식이지유
이거 말고도 밥통에 찐 계란 6개, 오렌지 3개 ,
오트밀 맛 별로 하나씩, 총 합이 3개
종류별 티백 하나씩 , 컵라면 두 개
물 많이 먹으니까 1.5리터도 3병 든든히.
돗자리만 챙기면 방구석 피크닉도 가능할 식량을 가득싣고
든든하게 출근했다.
끄응차! 무거운 가방을 크루 가방에 싣고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체류하는 비행의 짐가방을 부친다.
띡! 비행편명 000, 모스크바. Thank you.
그리고는 회사 아이디를 찍고 그날 출근을 알리는 사인을 한다.
"REMOVE"
에잉? 내가 가야하는 비행이 REMOVE 되었다고 알람이 뜬다.
바로 옆에 있는 크루 헬프 데스크에 가서 사번을 이야기했다.
"사번 000000, 너 모스크바 대신 코펜하겐 비행갈거야.
다른 크루들은 이미 비행기에 갔으니까, 방금 보낸 네 짐가방 찾아서
코펜하겐 걸로 바꿔."
예쓰~~~~~
모스크바 비행에서는 손님들 술 많이 마시니까,
코펜하겐 비행이 더 좋겠네.
신난다신나는 발걸음으로 짐가방을 코펜하겐으로
신나는 발걸음으로 짐가방을 코펜하겐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서 비행기로 가는 크루 버스를 탔다.
"코펜하겐, 크루 한 명, Bay number, aircraft registration A7-BH-"
코펜하겐 가는 거였음 음식 저렇게 많이 안싸가도
먹을 거 많을 건데, 행복한 고민을 할 때 쯤.. 버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삑"
문이 열리고 운전해주시는 분이 내 사번을 부른다.
"스텝 넘버 000000, 비행 다시 모스크바로바로 바꼈대.
크루 헬프데스크 가서 확인바람"
t 헬프 데스크
나 : 나 사번 000000 인데, 코펜하겐 대신에 모스크바 가래.
가방도 모스크바로 바꿔달라고 했어.
헬프 데스크 직원 : 진짜 미안해. 모스크바 짐가방 빼고 코펜하겐으로 가.
최종 컨펌이야. 출발시간까지 25분 남았어.
나: 어.......
25분 남았으면. 음... 내가 마지막 승객이랑 같이 비행기에 탈 수도 있는 시간이다.
가방을 바꾸러 갔더니 거기에 계신 분이 말씀하신다.
"네 가방은 버스에 싣고, 비행기로 같이 가는 거야."
원래는 크루 따로, 가방은 따로 비행기로 가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나와 가방은 함께 운명공동체로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이 되었고.
내 가방을 넣고 오버헤드빈을 닫고, 비행기는 출발했다.
도착한 코펜하겐은
이제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차.... 모스크바에서 아예 안 나갈 생각으로 신발을 안챙겨왔다.
오늘의 교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신발은 꼭 챙기자.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서비스 할 때 신는 캐빈슈즈를 신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왔다.
나름 꽃 구경도 하고 신선한 바람도 쐬고 들어오니 기분이 좋았다.
호텔방에서 내가 싸온 음식 먹으며
시원한 로컬 맥주 한 잔에 독서.
뜻밖의 스케줄 체인지 나는 결국 코펜하겐을 왔고.
혼자 잘 놀고 남은 책도 다 읽고 돌아오는 길엔
열심히 주방살림 (갤리 포지션)을 살았다.
다음 비행은
인천.
인천은 이 비행처럼
바뀌지 말아주세요.
PLEASE